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생동감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카페 안은 조용하다. 감미로운 음악이라도 흐르면 좋겠지만, 생활 소음과 커피의 짙은 향으로만 가득 찬 공간에 나는 침묵을 씹으며 앉아있다.
드르륵 드르륵
옆 테이블 위에 놓인 낯선 휴대폰이 진동을 한다. 남자는 진동 소리가 몇 번 울리자 무심히 폰을 들어 스크린을 확인하더니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그렇게 몇 번을 더 진동하던 휴대폰은 이내 고요해졌다. 진동 소리 전까지 내 관심 밖이던 남자의 무심한 손길이, 나의 잠자고 있던 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잡아끈다. 창문 밖으로 놓여있던 내 시선과 관심은, 이제 저 남자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무심히 던져져 있는 휴대폰으로 옮겨갔다.
드르륵 드르륵
테이블이 드르륵 갈리고 내 마음도 드르륵 갈린다. 제발 받으세요, 받아주세요. 내 마음에서 간절한 울림이 울린다. 하지만 내 간절함은 남자의 무심한 손길에 또다시 무참히 버려졌다. 이번에는 스크린을 보지도 않고 휴대폰 위에 그 무심한 손이 가만히 얹어졌다. 그렇게 손으로 덮으면 모든 게 가려지고 지워지고 이해되는 것처럼, 그 남자는 자신의 큼지막한 손으로 누군가의 간절함을 해갈하고 있었다.
한 손으로 휴대폰을 무심히 덮고, 남자는 다른 한 손으로 애꿎은 하얀 종이를 짓이기듯 움켜쥔다. 남자의 커다란 손 안으로 종이가 우걱우걱 삼켜진다. 내 훔쳐보던 시선도 마구잡이로 불안정하게 출렁인다. 휴대폰을 덮고 있던 손을 가만히 들어 올리던 남자는, 이제 그 긴 손가락 두 개를 번갈아가며 움직이며 휴대폰을 톡톡 두드려댄다. 외면했던 마음에 남아있던 갈등이 외로이 춤을 추며 남자의 남아있는 방황을 쏟아낸다.
그 남자의 진동은 멈췄지만, 누군가의 처참한 마음이 그 흐름을 타고 내 마음에서 진동하듯 울려댄다. 드르륵 드르륵. 진동이 멈추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남자의 흔들리던 손가락은 멈췄고, 짓이겨진 종이는 테이블에 남았다. 남자가 떠나간 그 자리에는 짙은 후회가 걸치듯이 널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