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읽은 소설 하나가 계속 마음에 남아 있다. 그 짧은 소설 속 문장 하나하나 너무 간결하면서도 아름답고 그 깊이가 깊어 여운이 오래 남았다. 매트리스를 말리는 장면에서는 인물들 간의 긴장이 해소되며 안도감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들고, 물을 길으러 가는 장면의 묘사는 너무 아름다워 글자 하나하나가 흘러가는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소설이 너무 좋아 그 작가의 인터뷰글들도 찾아 읽어 보았다.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자신이 뭘 쓰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저 글을 쓴다고. 장면들을 머리에 그려보고 적게 되는 문장들에 집중한다고 한다. 문장들에 자신이 머릿속에 그려보았던 그림들을 담아가며 글을 적어갔을 작가의 모습을, 나는 그 인터뷰를 읽으며 상상해 보았다.
작가가 그 소설을 쓰기 전 어떤 그림을 마음속에 담아뒀을지는 모르지만, 머릿속으로는 그 집과 그 들판을 이미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갔을 거였다. 뭘 쓰는지 모르고 쓴 글은 자연스럽고 자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