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2022〉을 다시 보았다. 최신작을 보기 전 전작을 챙겨보는, 일종의 의무감 때문이었다. 제목의 '도미니언(Dominion)'은 ‘지배’, 혹은 ‘영토’를 뜻한다. 물론 이 작품에서는 공룡들의 영토, 더 나아가 그들과 공존하게 된 인간의 공간이 의미의 중심축일 것이다.
이 작품은 쥬라기 공원 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인지 반가운 얼굴들이 총출동한다. 1993년 원작의 주역 샘 닐, 로라 던, 제프 골드블럼은 물론이고,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크리스 프랫과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까지 한 자리에 모인다. 이쯤 되면 마블식 ‘멀티버스’가 아니라, 일종의 ‘올드 앤 뉴’ 회동이라 할 만하다.
공룡도 다양하다. 털이 난 공룡, 마치 가위손을 단 것 같은 수각류, 그리고 최상위 포식자로 등장하는 기가노토사우르스까지 등장한다. 그러나 정작 공룡은 이 작품에서 조연으로 밀려난 듯한 인상이다. 메뚜기 떼의 식량 위협이라는 설정은 유전자 조작과 생태계 파괴라는 테마로 확장되지만, 정작 스토리는 분산되고, 관객을 이끄는 내러티브의 ‘그립감’은 느슨하다.
샘 닐은 여전히 땅을 파고 화석을 찾는 고생물학자이고, 로라 던은 유전자 변형 생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생물학자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은 단지 ‘존재하는 것’에 그친다. 원작에서 공룡 앞에 섰을 때의 경이와 공포, 생명 윤리에 대한 질문들이 지금은 단지 “그때 그 사람들”의 재등장으로 소비되고 마는 것이다.
30년 전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어낸 그 세계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인류와 생명, 자연과 과학의 관계를 진지하게 물었던 시대정신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도미니언은 그 혁신을 계승하지 못한다. 천재는 세계를 바꾸고, 그다음 사람들은 그 흔적을 반복할 뿐이라는 진실이 다시금 떠오른다.
초식공룡의 존재감은 줄고, 공룡 간의 전투도 새로울 게 없다. 결국 1993년에 느꼈던 경이로움을 다시 찾을 수 없는 고만고만한 후속작들만 남았다. 어쩌면 우리는 계속 그 원작을 그리워하며, 반복되는 후속작 속에서 ‘공룡의 시대’가 아닌 ‘인간의 반복 시대’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