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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 인간으로 부활한 괴물

by 블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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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공원>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브라키오 사우르스의 움직임이었다. 기린처럼 점프하는 모습은 내가 가졌던 거대 초식공룡의 둔한 몸짓이 아니었다. 프랑켄슈타인도 마찬가지였다. 늘 느리게 걸었던 그에 대한 고정관념은 잘못된 것이었다. 우리보다 더 빠르고 더 민첩하고 무엇보다 너무 강했다.

기예르모 델토로에 의해 재창조된 <프랑켄슈타인>은 기독교의 창조설화를 연상시킨다. 창조주와 피조물간의 긴장, 애정과 애증, 반항과 갈등으로 얼룩진 관계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나는 외로우니 함께 할 반려자를 만들어줘"라고 갈구하는 쓸쓸한 인간. 창조자 빅터는 덩치만 크고 어리버리한 존재가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죽이려고 하지만 불사조같은 피지컬로 세상을 돌아다니는 프랑켄슈타인은 마침내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끊임없이 빅터를 쫓는다.

어릴적 프랑켄슈타인은 드라큘라, 늑대인간과 함께 공포 3종 세트였다.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으로 기억하는 것도 착각일 수 있겠다. 하지만 오랜 시간 단순히 괴물로 타자화 되어 왔던 그를 기예르모는 휴머니티를 가진 인간으로 부활시켰다. 빅터가 만든 크리쳐를 휴먼으로.

가장 신비로운 존재는 엘리자베스였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모든 것을 덮을 줄 아는 천상계의 성품을 지닌 그는 프랑켄슈타인에게 영혼을 불어넣었다. 빅터가 만든 설계도에는 영혼이 없었지만, 인간에게 사랑을 구걸하고 엘리자베스를 통해 프뉴마를 전수받은 존재는 그 자체로 신의 모상(image of God)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그렇게 우리 자신에게 질문한다. 사랑의 소중함을 여전히 믿느냐고. 영혼의 고귀함을 잃지 않고 있느냐고. 목표를 위해 얼음위를 전진하면서 주변인들을 희생시키고 있지는 않냐고. 너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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