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동네 친구
유운이 가게를 열면서, 첫 번째로 정한 규칙.
주말에는 절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원칙이었다.
나름대로 빼곡했던 평일을 보내고, 토요일을 맞이한 그녀가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밤새 마당 가득히 쌓인 흰 눈을 둘러보았다. 얕게 눈이 쌓였던 어제와는 달리 한 걸음 내딛자, 흰 눈 아래로 푹 하고 발이 들어갔다. 운의 눈은 무언가 생각해 낸 듯 동그래졌다.
‘오늘이다.’
운이 순식간에 방 안으로 들어가 눈 곰돌이 모양 눈 틀을 찾아들고 나왔다. 곰돌이 모양 눈 틀. 요즘 눈 틀로 눈사람을 만들어 내는 게 유행이랬다.
지금까지 이걸 개시할 만큼의 눈이 내렸던 적은 없어서 고사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딱 맞게 눈이 내릴 줄이야. 운이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하늘색 눈 틀로 새하얀 눈을 한 뭉텅이 집었다가 열었다.
“뭐야. 내 곰돌이 몸통은 왜 이래…….”
파스스. 눈 틀을 열자마자, 댕강 곰돌이 머리통만 완성된 눈 뭉텅이가 보였다. 곰돌이는 머리만 멀쩡할 뿐 몸통 부분이 눈가루가 되어서 흩어져 내렸다.
미간을 찌푸린 운이 다시금 심기일전하여 눈을 모아 집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곰돌이의 몸통만 만들어지고, 머리가 눈가루처럼 부서져 내렸다.
“하아아…….”
세상에 쉬운 것 하나 없다지만, 애들이 갖고 노는 눈 틀로 눈 곰돌이를 만드는 것까지 어려울 필요는 없잖아. 그리 생각한 유운은 허무한 눈으로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눈 뭉텅이를 눈 틀로 집었다가 놓기를 무한 반복하기 시작했다.
“……더럽게 안 뭉쳐지네.”
그렇게 29번째 시도.
그녀가 신중하게 눈 틀 가득히 흰 눈을 모아 탁 소리가 집었다. 그리고 천천히 닫았던 눈 틀을 다시 벌렸다. 그 순간 입에서 탄성이 툭 튀어나왔다.
“와!”
드디어 처음으로 완벽한 눈 곰돌이가 탄생했다.
운이 세상 활짝 웃고는 소중한 단 하나의 눈 곰돌이를 아주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마당의 대문 바로 옆에 눈 곰돌이를 내려놓고선 한참이나 만족스러운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작고 귀여운 흰 눈 곰돌이가 운의 마음에 쏙 들었다.
“맞아, 사진 찍어둬야지!”
그 말과 함께 운은 금세 어린아이처럼 들뜬 얼굴로 한걸음에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재빨리 들고나와 다시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서 일어났다.
그 순간, 끼익하고 평소처럼 마당의 철제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타박타박.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잇달아 들렸고. 곧이어 무언가 밟히는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렸다. 현관문 앞에 서 있는 운과 마당에 막 들어온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녀가 남자의 발아래서 부서진 눈 뭉치가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신의 소중한 눈곰돌이인 것을 깨닫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문도 모른 채 운을 바라보던 남자가 운의 허망한 시선을 따라 자신의 발아래 부서져 있는 눈 뭉치를 발견하곤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
그가 눈 곰돌이를 밟은 발을 뒤로 물리고, 그것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거 사장님 거예요?”
그의 물음에 운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남자의 눈에는 바로 옆에 서 있는 입간판이 보였다.
[정기휴무 토, 일]
“……아, 오늘 휴무였구나.”
그는 몰랐다. 한 번도 주말에 와 본 적이 없었으니.
하필이면 오늘따라 주말 오전부터 커피가 마시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운은 자신의 휴무에 눈 곰돌이를 만들어 사진을 찍고 싶었을 뿐이었다.
남자가 머쓱한 듯 제 뒷덜미를 만지작거리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제가 새로 만들어 드릴까요?”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어요…….”
운은 아쉬운 티를 내지 않고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눈에는 한눈에 봐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덩달아 남자도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저 이거 진짜 잘 만들어요.”
남자가 바닥에 놓여있는 하늘색 눈 틀을 집어 올리며 말했다.
“휴무 방해한 것도 죄송하니까, 제가 몇 개 만들어 드리고 갈게요.”
그렇게 말한 남자는 커다란 키에 어울리지 않게 마당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툭, 탁. 두 번의 동작만으로 완벽한 눈 곰돌이를 완성했다.
“……뭐예요.”
눈 틀 장인인가. 운이 토끼 눈을 하고서 금세 남자의 앞까지 다가와 중얼거리자, 그가 고개를 들어 운을 마주하고는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봤다.
“방금 어떻게 하신 거예요?? 어떻게 이런 완벽한 눈 곰돌이가 한 번에 쉽게 나올 수 있어요??”
자신이 딱 하나 성공했던 눈 곰은 무려 스물아홉 번만의 시도 끝에 처음으로 완성한 거였는데. 남자의 손끝에선 허무하리만큼 쉽게 완성됐다.
운이 왠지 모를 패배감에 그를 응시했다. 그 모습이 남자에겐 웃겼던지 그가 픽 웃고는 말했다.
“거봐요. 제가 잘 만든다고 했잖아요.”
한겨울, 흰 눈이 쌓인 고요한 시골의 마당.
툭. 탁. 툭. 탁.
알 수 없는 딱딱한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렸다.
마당 안, 한 편에서는 낮은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붕어빵을 찍어내듯 끊임없이 눈 틀로 눈 곰돌이를 만들어 내는 남자가 있었고, 그 옆으로는 완성된 곰돌이를 가져다 마당 앞 편에 일렬로 죽 늘어놓으며 곰돌이 군단의 대열을 만들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둘은 오래된 친구처럼 호흡이 척척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마당에 수북이 눈 곰돌이를 늘어놓으며, 4열쯤 완성했을 때. 운은 불현듯 여기서 자신이 단골손님과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저, 이제 충분한 것 같은데요.”
그만 만들어요. 운이 양 뺨을 빨갛게 물들인 채 말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돌려 운을 쳐다보았다.
“그런가요.”
그는 짧게 대꾸하더니.
툭. 탁. 마지막이라는 듯 눈 곰돌이를 만들어 내고서 눈 틀에 남아있는 가루눈을 개운하게 털어냈다. 그리고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가 검은 패딩 위에 묻은 하얀 눈가루를 탁탁 털어낸 다음. 운에게 가볍게 고갯짓으로 인사하고 뒤돌아서려고 하자, 그녀가 다급하게 남자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저, 여기까지 오셨는데 뭐라도 마시고 가세요!”
운은 괜히 남자가 자신의 눈 곰돌이 하나 밟았다가, 이 추운 겨울 날씨에 눈 곰돌이를 몇십 개나 만들어줬는데 휴무라고 그냥 보내기엔 죄책감이 들것 같았다.
“휴무인데요.”
남자가 담백하게 대꾸하자, 운은 정말로 괜찮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보다 오늘은 커피 없는데 괜찮으세요?”
늘 커피를 마시던 것이 떠올라 운이 되묻자, 남자는 ‘아무거나 상관없어요’하고 답했다.
둘은 서둘러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 겉옷을 벗었다. 남자는 평소처럼 창문 옆 테이블에 앉았고, 운은 곧장 부엌으로 들어갔다.
운은 다 큰 어른 둘이서 아침부터 마당에 쌓인 눈으로 거의 한 시간 동안 놀다 들어온 것을 뒤늦게 깨닫고 너털웃음을 흘리다, 찬장에서 작은 냄비를 꺼내 우유를 붓고 적당한 온도에서 나무 숟가락으로 휘저으며 데우기 시작했다.
조용한 적막. 하지만 어색하다거나 불편하진 않았다. 커다란 창문 너머 하얗게 눈이 내린 마당을 배경으로 삼은 공간은 그저 평온했다.
남자가 운의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거 알아요?”
뜬금없는 그의 물음에 운이 물음표 띤 얼굴로 돌아보자, 그가 별다른 뜻 없다는 듯이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오늘이 제일 말 많이 한 거.”
“아, 그런가요.”
설핏 웃으며 운이 대꾸했다.
“사장님은 원래 그렇게 말수가 적어요?”
남자는 시비조라기보단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의 물음에 운이 눈을 요리조리 굴리며 생각하다가 말문을 열었다.
“아니요, 보통인 것 같은데요.”
“그럼 혹시 말하는 거 안 좋아하세요?”
“아닐걸요?”
“다행이네.”
그의 뜻 모를 말에 운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낮게 끓어오르는 우유를 발견하고서 불을 껐다. 그리고 민무늬 흰색 머그 두 잔에 우유를 붓고서, 찬장에서 코코아 파우더와 설탕을 꺼내 몇 스푼 넣고는 열심히 저었다. 그러다 운은 아차 하는 얼굴로 남자에게 물었다.
“핫초코 괜찮으세요?”
“네, 좋아해요.”
“오늘은 커피 머신 세팅을 안 해놔서요.”
그녀가 그리 말하면서 달달한 냄새가 풍기는 핫초코 두 잔을 내어왔다.
“평소에 커피만 드시길래, 혹시 단 거 싫어하시나 해서 물어봤어요.”
그럼 만들기 전에 물어야 했지만. 평소에 그가 먹는 디저트 취향으로 보건대. 케이크, 쿠키, 파운드 등. 달달한 디저트류를 꺼리지 않는 거로 봐서 핫초코도 곧잘 마실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한 탓이었다.
“뭐, 오늘은 일 안 하니까. 어차피 커피 마실 생각은 없었어요.”
그렇구나. 운은 고개를 끄덕이곤 더는 묻지 않았다. 그저 마주 앉아 적당한 온도로 데워진 핫초코를 한 모금 들이켜며 생각했다.
‘매일 오던 게 일하러 오던 거였나 보네.’
그러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다시 남자가 말을 이었다.
“사장님. 남한테 관심 없다는 말 많이 듣죠?”
그가 나긋이 웃으며 하는 말에 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요?”
“아닌 거 같은데.”
이번에는 그가 핫초코를 한 모금 하고는 마음에 드는지 나른한 미소를 띠고서 천천히 말했다.
“제가 여길 온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별로 말 거신 적도 없으시잖아요.”
그냥 나한테 궁금한 게 없는 건가. 그가 낮게 중얼거리자, 운이 당황한 얼굴을 하고서 반박했다.
“괜한 관심이 불편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그래서 그런 건데.”
그리 말하는 운이 다시 남자의 눈치를 잠시 살피고는 물었다.
“혹시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편이세요?”
그녀의 한 점 악의 없는 물음에 남자가 핫초코를 한 모금 들이켜다가 사례라도 들린 듯 연신 기침했다. 그는 얼마간 지나고 연거푸 나오던 기침이 멎고 나자, 그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라…….”
남자가 한 텀 늦추며, 창밖에 잔뜩 늘어놓은 새하얀 눈 곰돌이 군락을 잠시 감상했다. 그리고 나지막이 운을 뗐다.
“그냥.”
운은 남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를 보았다.
“사장님이랑 친구 하고 싶어서요.”
그리 말하고는 남자가 평소처럼 옅은 웃음을 머금은 채 그녀를 응시했다.
“그런데, 제가 먼저 말 걸면 불편해할 거 같아서 가만히 있었는데. 이렇게 있다간 평생 카드만 긁다가 끝날 거 같아서?”
운은 뜬금없는 남자의 친구 제안에 어리둥절하기만 했지만, 그가 아랑곳하질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원래 이런 시골에서 또래 친구는 귀한 거거든요.”
그때 천연덕스럽게 말하던 남자의 목소리 뒤로 희미한 진동음이 들렸다. 그도 알아챘는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는 금세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만 통화 좀 할게요.”
그는 반대편 창가로 가서 전화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짧게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심각하게 바라보며 무언가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운은 잠시동안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얼마 전에 새로 사 온 티백들을 대충 높은 선반에 올려뒀던 것이 떠올라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난 김에 꺼내서 정리나 해둬야겠다.’
끙. 운이 작게 신음했다. 맨 위에 올려뒀던 틴케이스에 손이 닿지 않는 까닭이었다.
이전에 의자를 밟고 넣어놓았던 것을 귀찮다고 대충 까치발하고서 잡으려고 하니, 당연히 쉬울 리 없었다. 그 와중에 희망 고문처럼 틴케이스 모서리에 손끝이 살짝 스쳤다.
조금만 더 하면 꺼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운은 그런 생각으로 한참 씨름하던 중, 불쑥 남자의 손이 뒤에서 튀어나왔다.
“이거?”
운이 놀라 숨을 삼켰다.
“이거 내리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남자는 선반 위 틴케이스를 커다란 손으로 손쉽게 잡아서, 부엌 안 탁자에 내려놓았다.
“어, 어……. 감사합니다…….”
남자가 유운의 등 뒤에 바짝 서 있자, 그녀의 까만 정수리가 겨우 남자의 어깨 언저리에 와있었다. 운이 저도 모르게 턱을 들고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순간 그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자신이 말도 없이 부엌 안까지 들어온 게 무례했나, 생각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머쓱한 듯 뒷덜미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사장님.”
“네?”
조금 당황한 운은 삑사리 난 대꾸를 했다. 그녀가 잠시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
“혹시 홍차 좋아해요?”
그가 뜬금없이 물었다. 그리고 싱긋 웃으며 한 손에 들고 온 노란색 종이 상자를 내밀었다.
“좋은 홍차 티백이 생겨서요.”
운이 동그래진 눈으로 남자를 보았다. 그러다 그녀가 머뭇거리는 기색을 비치자, 그가 나른한 얼굴로 제 뒷덜미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말을 이었다.
“핫초코 답례 겸. 그동안 서비스 답례.”
요즘 젊은 손님들은 아는 척을 하는 거보단, 몰래몰래 조금씩 챙겨주는 걸 좋아한다고 그랬다. 그걸 그대로 이행했던 운은 골똘한 생각으로 입술을 오므렸다가 사뿐히 웃었다.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이게 바로 시골의 정인가. 그가 건네는 상자를 두 손으로 받아 들며 운의 눈동자가 설렘으로 가득 찼다. 그가 건넨 홍차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티 브랜드의 것이었다.
“사실 오늘은 이거 드리고 싶어서 겸사겸사 온 거였는데. 사장님이 한창 눈사람을 만들고 계실 줄은 몰랐죠.”
“아, 그건…….”
“그것도 머리통이 없거나, 몸통이 없는 눈 곰돌이를 서른 개나.”
남자가 픽 웃으며 덧붙이자, 운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기어들어 갈 듯 작은 목소리로 반박했다.
“……실패한 거, 스물여덟 갠데요.”
그는 그렇게 말하는 운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며 금방이라도 새어 나올 것 같은 웃음을 참는 기색이었다.
“그래요. 스물여덟 개. 지금 일이 생겨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뭐, 사장님 정기휴무도 지켜드려야 할 것 같고.”
남자가 문밖으로 걸음 하며 말했다.
“덕분에 핫초코 잘 마셨어요.”
갑작스러운 남자의 퇴장에 허둥지둥하던 운이 그를 놓치기 전에 말했다.
“저, 저도! 눈 곰돌이 고마워요! 이것도요-.”
유운은 노란 종이 상자를 흔들어 보이며 아주 밝은 얼굴로 웃었다. 남자는 그녀를 따라 웃다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문에 손을 얹은 채로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김윤오예요.”
아까 친구 하자고 했으니까. 그 말 한마디를 남긴 채 정신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함께 떠났다. 운은 가게의 창가에서 윤오가 마당의 대문을 열고 나서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제게 말했던 이름 석 자를 곱씹었다.
김윤오.
이미 한참 전부터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