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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l 10. 2024

이대로 모라도

2주 만에 모라도 클럽 저녁 모임이 열린다. 모라도 클럽은 내가 운영하는 글쓰기 모임이다. 지난주에는 공식 모임이 없었던 대신 멤버들과 작은 티타임을 가졌다. 장소는 린다 님이 운영하는 스튜디오였다.

‘린다 님 같은 공간이네!’

린다 님의 정체성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알록달록한 린다 님 취향의 물건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동탄에 몇 년 살면서 구석구석 다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곳이 있었다니. 조용한 비밀 아지트 같은 그곳에 사람들이 모였다. 원래 목적은 영화를 보는 것이었지만, 먹고 수다 떠느라 시간이 다 지나갔다. 멤버들을 알아가는 좋은 시간이었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느낌이 든다. 멤버들에게 정이 들기 시작했나 보다.


최근에는 저녁에 시간을 낼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오전반을 따로 개설했다. 저녁 단톡방에서 몇 번 시도는 했지만, 번번이 모임이 깨지고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저녁이 메인이고, 오전은 아니라는 뉘앙스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오전 모임 방을 따로 만들었다. 나를 포함해서 엄지척 님, 치맥 님 이렇게 3명이 첫 모임을 열기로 했다.

모임 날, 엄지척 님에게 개인 사정이 생겨 모임 참석이 어렵다고 했다. 한 명이 빠지면 1:1 모임을 해야 할 텐데, 치맥 님은 처음 보는 아저씨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모임을 취소한다고 메시지를 쓰고 있는데, 그 타이밍에 치맥 님이 나타났다. 모임을 하고 싶다고 했다.

‘1:1 모임을 하겠다고?’

나는 무척 긴장했다.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애써 말을 이어가며 얼마나 버벅댔는지 모른다. 내 글은 또 왜 그리 실수가 많았던지. 다행히 치맥 님이 본인의 이야기를 잘 나눠주셔서 좋은 모임을 할 수 있었다. 혹시 앞으로도 계속 1:1 상황이 되더라도 모임에 나오겠다고 하셨다. 나를 신뢰해 주셨던 것 같아서 기뻤다.


시작된 지 몇 주 되지도 않은 두 모임에서 울고 웃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한 분은 어릴 적 친구들과 여행 간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셨다. 내용 중에 첫사랑 이야기가 있었는데, 친구들 단톡방에서 그 사람이 누구냐고 한바탕 탐정놀이 소동이 있었다고 했다. 어제 후기도 올라왔는데, 아껴놓고 있다. 또 어떤 분은 외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는데, 바닷속을 잠영하며 자기 자신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써주셨다. 모임 다음 날 피드백을 써 드렸더니 너무 좋았다고, 눈물이 날 뻔했다고 하셨다. 어떤 분은 짧지만 여운이 긴 운문을, 또 다른 분은 자신만의 분위기가 독특하게 녹아있는 소설을 쓴다. 그 이야기들에 빠져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글을 곱씹어 보는 묘미 덕분에 다음 모임도 기대하게 된다.


혼자 쓰는 것이 외로워서, 함께 쓰는 동료를 찾고 싶어서 시작한 모임이었다. 글을 쓴다는 건 원래 쉬운 일이 아니다. 빈 여백을 의미와 아름다움으로 채워가는 것은 정신력이 많이 요구된다. 그래서 우리 모임은 쓰는 것 자체에 박수를 보낸다. 뭐라도 쓰면 성공이다.

또 자기 글을 사람들에게 공개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이 노출되기 마련이니까. 그렇기에 모임에 나올 때는 항상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나처럼 내향인이라면 선뜻 나와서 글을 공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임에 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서로 평가하고 글을 개선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이는데 더 집중하려고 한다.

고인 물이 아니라 플랫폼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누구든지 마음 편하게 올 수 있고, 언제라도 기쁘게 떠나갈 수 있는. 글을 쓰며 자신과 세상을 알아가는 지난한 과정에서 서로에게 시원한 한 모금의 생수가 되어주는 그런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https://linktr.ee/inner._.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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