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아, 내가 먼저 암환자가 되었네 / 1부 : 일단 버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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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서 방송 촬영장에 갔다가 연예인이 되었어요."
이런 말은 많이 들어보셨죠? 그럼,
"아내 따라서 병원에 갔다가 암 환자가 되었어요."
이런 말도 들어 보셨나요?
말도 안 되죠. 그런데 이 황당한 얘기의 주인공이 바로 저입니다. 지금은 우스개 소리로 말하지만, 당시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저는 한 때는 '개코'로 불렸는데, 몇 년 전부터 냄새를 잘 맡지 못했어요. 코로나로 인한 '후각 상실' 얘기가 하도 많이 들려 께름칙하긴 했지만, 당시 코로나에 걸린 것도 아니었기에 무심히 넘겼죠. 당연히 이게 암 때문일 것이란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노화의 한 과정인 모양이다, 별 것 아니겠지'라고만 생각하고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의 이석증 치료 차 이비인후과에 갔다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저도 함께 진료를 받았고, 깜짝 놀랄 얘기를 들었어요.
"큰 병원 가서 검사를 해보시는 게 좋겠어요."
그렇게 시작되어 종합병원에서 몇 차례의 검사를 거쳐 바로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수술도 쉬운 게 아니었어요. 이비인후과 수술을 통해 코 속에 있는 종양은 떼어냈지만, 암세포가 뇌까지 침범해서 한 달 후, 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의 협진을 통해 다시 두 번째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두 번째는 12시간이나 진행된 큰 수술이었어요.
이렇게 아내 따라서 병원에 갔다가, 암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엉겁결에 암 환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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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서 공개한 암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를 세포(cell)라고 부른다. 정상적으로 세포는 세포 내 조절기능에 의해 분열하며 성장하고 죽어 없어지기도 하여 세포수의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세포의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나면 비정상적으로 세포가 변하여 불완전하게 성숙하고, 과다하게 증식하게 되는데 이를 암(cancer)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처럼 암세포는 우리 몸속에서 세포 분열과 사망을 반복하며 60조 개를 유지하는 정상 세포와 다르게, 지속적으로 증식하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또한 다른 장기로 이동해서도 살아남는 전이 가능한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이 암세포가 계속 늘어나는 질병을 암이라고 합니다.
국가암정보센터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2022년 12월 발표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의 2020년 암발생자는 247,952명 (남자 130,618명, 여자 117,334명)입니다. 이는 1999년 101,849명(남자 57,888명, 여자 43,961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며, 거의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대수명(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였으며, 남자(80.5세)는 5명 중 2명(39.0%), 여자(86.5세)는 3명 중 1명(33.9%)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암환자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수명 연장에 의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건강 검진의 확대로 조기 진단이 증가하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고요. 또한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도 암환자는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더군요.
반면에 반가운 소식도 있었어요. 최근에는 의료 기술의 발달로 생존율도 함께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42.9퍼센트였던 5년 생존율이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71.5퍼센트를 기록했습니다. 보통 5년 생존율, 10년 생존율을 말하는데요. 5년 생존율은 암 치료를 받은 후 5년 이내에 그 암으로 사망하지 않을 확률을 말합니다. 10년 생존율도 마찬가지였어요. 2011~2015년 발생한 암환자의 10년 생존율은 67.5%로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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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암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지만, 사전 지식이 전혀 없던 저에게 암판정은 그야말로 '뜬금포'였어요. 너무 놀랐습니다. 게다가 암진단을 받고 건강한 사람이 나약한 암환자로 변하는 과정은 전광석화 같았죠. 준비가 되어 있는 않았던 만큼, 충격도 컸고 공포도 컸습니다. 많은 시간을 실의에 빠져 보내야 했죠. 암울한 생각이 뇌를 지배했고 이를 떨쳐버리기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암에 대해 조금 파악하고 나니, 그건 과도한 걱정이었습니다. 암진단을 받는다고 당장 죽는 게 아니라는 것과 이 시대의 5년 생존율은 70%를 넘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서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씁니다. 물론 잠깐 방심하면 마음은 금방 어두운 감성으로 빠져 버리고 말지만 요. 그래서 자주 저 스스로를 타이릅니다.
"통계를 보라고, 생존율이 70%가 넘잖아?"
"그러니 하루에 절망적인 생각은 30% 이하로 하고, 희망적인 생각을 70% 이상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어?"
"거기에 조금 더 의지를 보태면 하루의 80~90%는 기분 좋은 소식을 기대하며 좋은 마음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감성적으로는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절망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성적인 이유 역시 타당합니다.
그러니,
절망은 짧게, 희망은 길게!
�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이 있고, 언제나 긍정적인 사람이 있죠. 어느 배우가 묻습니다. "누구냐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