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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나무 Nov 08. 2023

[책.리뷰or에세이]
때려치워,세련된 말로는'떠남의힘'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를 읽고


때려치워, 세련된 말로는 '떠남의 힘'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글) / 더퀘스트(출판)




#

'휴... ' 

맨 마지막 장에 와서야 원하는 답을 찾았네요.


'내 친구의 두 살짜리 조카가 저녁을 먹다 말고 조그마한 귀여운 손을 식탁에 내려놓고는 단호하게 "나 배불러"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떠오른다.'


마지막 챕터 '08 멈춰야 할 때를 선택하기'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이야기로, '자기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선택 가운데 하나는 언제 끝낼지 결정하는 것이다.'를 설명하는 예시 글이에요.


제가 많이 지쳐있던 - 괴롭고 무기력했던 상황을 해결했던 방법이 '때려치우는' 것이었는데요. 이 해결책이 책에 없을까 봐 애태웠네요. 

제 과부하 상황은 이러했어요. 십사 년 전쯤, 외국계 광고 회사의 한국 법인 대표를 맡게 되었어요. 영어를 잘하지 못함에도 통역사를 쓰는 조건으로요. 

그간 이직 전 국내 회사들에서 좋은 성과를 냈었던 만큼, 한국에서 진행하는 실질적인 업무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미국 본사와 전화의 일종인 스피커폰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문제였어요. 설상가상으로 저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죄다 프랑스 사람들이었어요. 옆에 통역사가 있긴 했지만, 머리에 있는 생각을 직접 입으로 전하지 못하니 답답해서 미치겠더라고요. 게다가 말은 못 알아 들어도, 깔보는 듯한 감정은 느껴지는 게 기분도 나빴고요.


새벽에 영어 학원을 다니고, 비즈니스도 적자 회사를 흑자 회사로 바꾸어 놓았지만,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으니, 마음이 통할 리 없었어요. 양측이 다 마찬가지였죠. 일 년이 다되어 가는데도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때까지 십오 년 정도 회사 생활을 했지만, 그 당시 일 년의 스트레스가 최고였어요.


생각해 보니, 출발 자체가 잘못되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들은 저에게 그저 국내에서의 최대 실적 만을 원했고, 저는 글로벌 메이저 회사의 대표라는 타이틀만 탐냈던 거예요. 동상이몽이었죠. 

과부하는 점점 더 가중되었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어요. 한번 더 멋지게 성공시켰다고 평가를 하기에는 부족한 성과였기에, 조금 찝찝하기는 하였지만요.



#

사실 누구나 과부하의 상황에 닥치면, 이 '때려치우는' 선택을 가장 먼저 떠올리죠. 하지만 가장 쉬워 보이는 이 방법이, 실제로는 그렇게 쉽지 만은 않음을 곧 알게 되지요. 

이런 이유들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포기하지 않으려는 성향은 종교 교육에서 나올 수도 있고, 내면화된 강박이나 문화, 가족의 기대,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 단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신념에서 올 수도 있다.'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고요. 


또, 개인적으로는 '매몰 비용' 때문인 경우도 많다고 생각해요.

경제학에서 '매몰비용'은 이미 땅에 묻혀 버린 비용, 즉 이미 발생하여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판단을 할 때에는 지나간 '매몰비용'은 제외하고 현시점에서 객관적으로 결정하라고 하죠.


하지만 인간이기에 그건 쉽지 않은 일이죠. 

경제적 상황이 건, 일상에서 건, 그동안 내가 들인 돈과 정성과 노력이 아까워서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건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니까요. 또 스스로 그 과정을 실패라고 인정하기도 싫고요. 그러다 보면,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매몰비용'을 반영한 아쉬운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게 되지요.


대체로 이런 식이죠. '그간 한 게 아까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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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경우에는, '나 배불러' 하고는 숟가락을 놓는 꼬마처럼, 때려치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책의 표현대로는 '떠남의 힘'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다만, 이 선택을 하기 전에는 깊은 숙고가 필요해요.

성공과 실패에 대한 어떤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요,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목표 봉우리를 향해 갈 때, 중턱을 넘어 가팔라지기 전 단계까지는 모두들 비슷하게 간다고 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가팔라지는 마지막 성공의 문턱에서 포기하고 만다고 하네요.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이 책의 맨 마지막에 - 이 '멈춰야 할 때를 선택하기' 챕터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까지 심사숙고 후 하는 최후의 선택지란 의미이겠죠. 

과부하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란 의미일 수도 있고요.


참, 어려운 선택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살면서 해야 할 - 이 어려운 선택을 매번 옳게 할 수 있나요?

옳게 할 수도 있고, 때론 틀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제 생각에 진짜 중요한 건, 

'때려치우기'라는 선택을 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것이에요.


옳은 선택이었는지, 아닌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면 필요 없어질 '매몰비용'이니까요.


무조건 '내 선택이 옳다'하고 사는 거죠.

혹시 당장은 아닌 것 같아도, 앞으로 옳게 만들면 되고요.


그것도 아니면,

 내 인생인데, 답도 내가 정하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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