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칭찬해!
2025년 7월 26일 11시 50분
오늘은 아들과 데이트하는 날.
"자, 가 볼까"
가방 둘러메고 신나게 집을 나섰다.
짠! 눈이 부셔도 너무 부셨다.
챙 넓은 모자를 뚫고 들어오는 햇빛, 바싹바싹 태우는 소리를 냈다.
"통구이 되겠어"
전봇대 옆 한 뼘 그늘에 몸을 숨기고 섰다 29번 버스를 탔다.
"아~ 시원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머리가 조여왔다.
편두통이 도졌다.
엄지로 관자놀이를 꾹 꾹 눌러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엄마.
아들 덕에 1+1 공짜로 듣는 강의인데.
여태 듣도 보도 못한 공학용 계산기 특강인데.
이깟 두통쯤이야.
학원 실장님한테 타이레놀 2알을 구해 우선 한 알로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머리를 잡아 앉혔다.
막 개봉한 공학용 전자계산기, 사용 설명서를 보는데 어질어질.
깨알 같은 글씨, 안경을 벗었다 썼다를 무한반복.
'난 할 수 있다' 어눌한 눈에 주문을 걸었다.
가로 다섯 세로 열 자리 강의실이 꽉 찼다.
원장님이 특별한 것 없다는데 배움의 열기가 그 어는 때보다 뜨거웠다.
지수함수, 제곱근, 각도 단위 변환, 삼각함수...
어머 어머 이게 웬일이야, 된다 된다 된다!
중간중간 뒤에 앉았는 아들을 보았다.
"잘 돼?"
"응"
손도 바쁘고 머리도 바쁜 엄마에 비해 아들은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도통 움직임이 없었다.
늦은 저녁, 엄마와 아들, 나란히 앉아 전자계산기를 두드렸다.
헉! 빠르다. 듣는 둥 마는 둥 해 보였던 이유가 있었군.
"기다려, 엄마 아직 멀었어."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낸 아들 의기양양하였다.
"적분식이 잘 안 되네, 여기서 어떻게 해?"
공손해진 엄마, 척척척 아들에게 한 수 배움을 청하였다.
"이야~ 안 보고도 하다니 우리 아들 정말 대단하다!"
칭찬 한마디에 아들이 싱글벙글, 고래가 춤췄다.
오늘 공부 아들 한판승, 엄마 KO패.
노안을 탓하며 주의 사항을 아룄다.
"계산기는 단단한 바닥에 놓고 손가락 하나만 사용한다"
"오른손으로 답을 쓰고 왼손으로 계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