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에 이명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매미가 울었다.
올여름 유난히 시끄럽던 매미
'쟤는 잠도 없나?'
'잠 좀 자자.'
밤을 설쳤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
풀벌레가 울었다.
매미 소리 옅어지니 한층 그윽해진 풀벌레 소리
'가을인가?'
'아닌데. 삼복더위 아직 남았는데?'
밤을 뒤척였다.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
누군가 귀에 바짝 대고 울었다.
불을 켰다.
모기도 귀뚜라미도 아냐, 냉장고도 보일러도 아냐.
윗집 아랫집도 잠잠, 왼 벽 오른 벽도 잠잠.
'그럼, 대체 너는 누구냐?'
나 홀로 집에 청소를 하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소리가 윙 울렸다.
'전화 수화기를 건드렸나? 아닌데, 라디오 소린가? 아닌데.'
이 방을 가도 따라오고 저 방을 가도 따라왔다.
'뭐지?' 한참을 찾아다녔다.
내 귀에 가을이 든 줄 모르고.
매미 소리에 묻혀 몰랐다.
일상 소음에 갇혀 몰랐다.
여름 가니 더더욱 또렷하게 들린다.
웅~ 귀를 막으면 더 크게 울어댄다.
잉~ 온종일 먹먹히 울어댄다.
가을이 점점 깊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