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주역에서 전략의 중심으로, HR의 역할 변화
얼마 전, 다른 조직의 임원으로 회사를 옮긴 선배와 점심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AX 전환이었고,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은 HR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슬픈 현실이지만,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경우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곳은 전략 방향을 설정하는 CSO 조직이나 돈줄을 쥐고 있는 CFO 조직이었다. HR은 정해진 방향으로 가는 것을 지원하는 Staff적인 성격이 더 강했다.
하지만 AX 전환에 있어서만큼은 기존의 방식과 다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것은 Top-down 식 전략 지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미 조직 안의 구성원 각자는 개인적인 AI 사용 경험이 있는 가운데, 오히려 조직이 개인의 경험치를 넘어서는 전략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AI와 함께 하는 쪽으로 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KPI도 재설정되어야 하고, 그에 맞게 조직 구조 또한 달라져야 한다. 또한, 그 안에서 구성원들에 대한 리스킬링(Reskilling)과 업스킬링(Upskilling)을 대규모로 진행해야 한다. 이처럼 AX 전환의 성공은 HR의 몫이 매우 중요하며, 이번 전환에 있어서만큼은 HR의 주도적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은 BCG의 아티클 "Strategy and Soft Skills: What CEOs Should Look For in an AI-First Chief People Officer"과도 일치한다. 이 아티클은 많은 CEO가 CHRO(아티클에선 CHRO라 하였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를 AI 전략의 '조연'으로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지적한다. 아티클에 따르면, AI-first CHRO는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사람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최고 역량 설계자(Chief Capabilities Architect)' 행동해야 한다.
이는 CHRO가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호기심을 넘어, 대규모 변혁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AI 도입에 따른 직원의 불안을 해소할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체결하고, 심지어 CEO에게도 전략적으로 도전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AI 선도 기업은 지체 기업보다 직원들에게 체계적인 학습 시간을 제공할 확률이 4배 높으며, 이는 CHRO의 주도적 역할이 성과로 직결됨을 보여준다.
이 아티클은 CHRO에게 요구되는 것을 다루고 있지만, 이 거대한 변화는 HR의 수장 한 사람의 명석함이나 노력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CHRO라 기술되어 있는 부분을 HR 조직 전체로 치환해서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AI가 모든 직무와 워크플로우를 재정의하는 지금, CHRO 한 명이 아니라 HR 부서 전체가 같은 눈높이에서 최고 역량 설계자(Chief Capabilities Architect)가 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업의 AI 도입과 변화 관리를 이끄는 HRBP, 대규모 업스킬링을 설계하는 L&D 담당자,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과 측정(KPI)을 고민하는 보상 담당자 등 구성원의 업무 일상을 다루는 모두가 이 변혁의 핵심 주체이다. 학부 시절, 이제는 작고하신 HRD의 구루 권대봉 교수님께서는 “HR은 경영의 전략적 파트너”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슬프게도 조직에 몸담고 있는 기간 동안 그 단어가 별로 와닿았던 기억이 없다.(함께 식사한 선배는 그 말은 HR만의 짝사랑이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하지만 조직의 AX 전환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HR이 과거의 수동적인 지원 역할을 넘어 경영의 진정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그 역할을 증명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https://www.bcg.com/publications/2025/what-ceos-should-look-for-in-an-ai-first-chief-people-officer
AI-first 조직에서도 인재 계획, 리더십 개발, 성과 검토, 긍정적인 직장 문화 형성 등 CHRO(최고인사책임자)의 전통적인 책임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AI-first CHRO는 기존의 방식을 보존하고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대신, 일이 구조화되고, 주도되며, 적응되는 방식을 끊임없이 재구상함으로써 조직을 파괴(disrupt) 해야 한다.
AI 선도 기업의 업스킬링 접근 방식
이러한 변화의 증거는 AI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얻고 있는 상위 5%의 '미래 구축(future-built)' 기업들이 업스킬링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들 'AI 가치 선도 기업'은 AI 지체 기업(AI laggards)에 비해 직원들에게 구조화된 AI 학습 프로그램과 보호된 학습 시간(protected time)을 제공할 가능성이 4배 더 높다.
BCG의 2025년 글로벌 연구(n=1,250)에 따르면, AI 가치 선도 기업의 24%가 '모든 직원을 위한 계획되고 보호된 학습 시간'을 제공하며, 57%는 '보호된 시간은 없지만 근무 시간 중 학습을 장려'한다.
반면, AI 지체 기업 중 '계획되고 보호된 학습 시간'을 제공하는 비율은 1%에 불과했다.
CHRO: '최고 역량 설계자'
CHRO는 한 번에 수만 명에 달하는 전체 부서의 인력을 업스킬링 해야 하는, 전례 없는 규모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CHRO는 '최고 역량 설계자(chief capabilities architect)'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 역할은 어떤 작업이 사람에게 가장 적합하고 어떤 작업이 AI에 가장 적합한지 결정하는 리더를 의미한다. 또한, 직원의 신뢰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AI 도구를 통합하는 워크플로우를 재설계하기 위한 프로세스 및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이 과업은 AI가 새로운 영역을 열어감에 따라 CHRO가 반복적으로 직면할 문제이다. 주요 AI 도구가 새롭게 출시될 때마다 CHRO는 지속적으로 직무를 분해하고 재조립해야 한다. 이는 신규 인재를 언제 영입할지 뿐만 아니라, 누구를 어떻게 업스킬링 할지 결정하는 것을 포함한다.
AI-first CHRO에게 요구되는 역량
이는 CHRO에게 이전보다 훨씬 높은 기술적 유창성(technical fluency)과 빌더의 사고방식(builder's mindset)을 요구하는 심층적이고 전략적이며 개념적인 작업이다. 동시에, AI가 직무를 재편성함에 따라 불안을 느끼는 직원들을 두려움에서 열정으로 이끌 수 있는 공감(empathy)과 같은 변치 않는 강점 또한 요구된다.
AI 변혁을 이끌었던 CHRO(최고인사책임자)를 찾는 것은 현재로서는 비교적 드물다. 이 AI 혁명 단계에서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현재 CHRO(혹은 후보자)가 AI를 인력에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올바른 기술과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여부이다.
1) 나의 CHRO는 'AI 호기심'이 있는가?
ChatGPT가 전 세계에 데뷔한 지 거의 3년이 지난 지금, CHRO는 AI에 대해 말하는 것을 넘어 직접 사용하고 있어야 한다. 최소한 HR 부서 내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AI 도입의 장애물을 직접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방법을 실험하고 있어야 한다. CHRO는 이미 단순한 참여도가 아닌 생산성 향상과 같은 실질적인 가치 창출을 측정하기 위한 KPI를 정의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CHRO가 기술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전략적 대화를 주도하고 AI가 인력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에 대한 명확하고 현실적인 견해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의 실무 경험과 유창함(fluency)을 갖추어야 한다.
2) 나의 CHRO는 다른 유형의 '변혁'을 주도해 본 경험이 있는가?
직접적인 AI 변혁 경험은 드물지만, 다른 대규모 변화를 이끈 경험은 CHRO가 회사를 AI-first 기반으로 효과적으로 이끌도록 준비시킬 수 있다. 기술적 변혁이든 산업 운영 방식의 재구상이든, 패러다임을 바꾸는 순간을 겪으며 회사를 전환시킨 경험이 있는 CHRO는 당면한 과제의 규모를 어느 정도 이해할 것이다. 그들은 신기술이 역할과 워크플로우를 어떻게 재정의하는지 보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그들이 민첩한 변혁을 늦추거나 탈선시킬 수 있는 정신적, 실질적, 관리적 장벽을 인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3) 나의 CHRO는 '모호함에 구조를 부여'할 수 있는가?
오늘날 가장 성공적인 CHRO는 혁신가의 사고방식과 훈련되고 구조화된 접근 방식을 결합하여, 창의성을 가장 가치 있는 영역으로 집중시킨다. 그들은 변혁 회의 석상에 10개의 미해결 질문만을 가지고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다음과 같이 질문의 우선순위를 정해두었다.
지금 당장 답할 수 있는 3가지 질문
강력한 가설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 중인 3가지 질문
가령 2027년까지는 해결할 필요가 없지만, 가속화의 초기 신호를 모니터링 중인 4가지 질문
4) 나의 CHRO는 직원들과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가?
AI 도입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직원의 신뢰, 더 정확히는 신뢰의 부족이다. 직원들은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격하되거나, 의미를 잃을지 당연히 의문을 품는다. 이러한 매우 현실적인 두려움이 개인의 목적의식을 어떻게 침해하고 변화에 대한 저항을 고착시킬 수 있는지 이해하려면 엄청난 공감이 필요하다.
이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 CHRO는 직원들과 새로운 사회적 계약(a new social contract)을 작성해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변혁의 시작 단계에서, 그리고 조직 전체 근로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작성되어야 한다. 이 계약은 AI가 왜 그리고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그리고 성공이 어떻게 측정될 것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5) 나의 CHRO는 정당한 '제 목소리'를 내며 나(CEO)에게 '도전'할 수 있는가?
CHRO의 역할은 종종 변혁 테이블에서 그들의 좌석이 몇 인치 뒤로 밀린 것처럼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이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CHRO는 AI 인재 전략을 주도하고 회사의 재창조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그들은 CEO의 가정을 포함하여 회사에 무엇이 효과가 있고 무엇이 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가정을 두려움 없이 비판하고 도전해야 한다. CHRO는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한 수많은 직원을 이끌고 그들을 지속적으로 미래로 나아가게 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마스터 전략가, 변화 혁신가, 그리고 신뢰 챔피언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