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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무슨 생각하면서 사나

#말말말

by 온호

"간여하지 마! 징거도 없으면서."

이렇게 하면 뭔가 잘못 말한 것 같지만 틀린 부분은 없다는 게 의외인 재밌는 말이 되는걸? 장난칠 때 써먹으면 되겠다.


자기가 살인자라는 걸 옥외 광고 하고 싶다던 이지안을 아니? 감추고 숨기는 게 더 힘든 일일 수도 있어.


나한테만 특별한 별 것도 아닌 것들이 그리워지는 순간, 그것들이 사라져 다시는 누릴 수 없게 됐음에 서글퍼지는 순간. 그게 나이 듦의 순간인가 싶다.


스타일이 유행하면 패션, 말이 유행하면 유행어, 노래가 유행하면 유행가, 예술이 유행하면 사조, 생각이 유행하면 패러다임. 결국 유행하는 것은 생각뿐이네. 그건 유행이 아니네?



천 원의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뒤에서 들리는 소리.

"너 집밥은 안 땡기냐?"

"이게 집밥이야, 개좋아."


밝아서 보기 좋다.


엷을 박.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새벽 색깔은 박명이구나. 차갑게 파란, 어두운 밝음. 새벽의 박명, 여명. 저녁의 박명은 황혼.


薄薄

왜 파란빛 들어오는 기계에는 교통 카드가 안 찍히지? 우연이 아니잖아.



금요일 1교시 웨이트 트레이닝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에 가방을 두러 가는데 날씨가 참 좋다. 햇볕은 내 정수리를 약간 따뜻하게 뎁혀주는 듯하고 햇살은 나무들 사이로 내려서 이제는 저채도가 된 단풍잎들도 한껏 단장시킨다. 어제저녁에는 몸을 많이 써서 대미지가 약간 있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운동 수업이 조금 걱정됐는데 다행히 안전하게 잘했다. 지하 3층에서 지나친 히터 바람을 건조하게 맞으며 운동하다 밖으로 나오니 햇빛이나 바람이 너무 기분 좋게 느껴진다.


그러고나서 도서관에 도착해 글을 쓴다. 여유를 만끽하는 최상의 사치로 느긋한 산책과 글쓰기만 한 것이 있을까. 커피랑 쿠키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겠지만 도서관에서는 취식이 금지되어 있으니 참아야겠다.


안 그래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놀랍게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는데 그동안 어떤 작은 발전이라도 있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길게 보자." 최소 70살까지 이 취미를 유지한다면 그때 가서는 지금 이렇게라도 쓰고 있는 것을 분명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못 할까 봐 안 한 것보다는.

사실 남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가 지금 당장 궁금한 것은 아니다. 내가 했던 생각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누군가 남들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궁금하다면 "내 경우엔 이렇다"는 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외에도 오늘 아침에 학교 헬스장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시간에 앞 여학생의 엉덩이를 쳐다보면 안 된다는 생각도 했고, 미국 주식이 많이 떨어진 걸 보고 '하루사이에 오지게 오락가락 거리네' 같은 생각도 했다. 이제는 점심을 위로 먹으러 갈까 아래로 먹으러 갈까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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