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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어드벤트 캘린더를 샀어요.

12월의 일기, 시작합니다.

by Wishbluee

온라인 마켓에서 어드벤트 캘린더를 샀다.

두 딸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서다.


날짜별로 작은 문을 열어보는 동안, 매일 다른 즐거움이 숨어 있는 달력.

이 행사는 큰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캘린더를 만났을 때, 조그마한 아이가 커다란 달력을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음날이 오기를 기대했던 그 표정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순수함이라는 별이 커다란 눈동자에 가득가득 담겨서, 마치 은하수처럼 반짝반짝 빛났었다. 큰 애는 아침이 되면 캘린더로 달려가, 오늘은 무슨 초콜릿이 들어있을까 한껏 기대를 하고 꺼내어 맛을 보곤 했다.


크리스마스 때는 쿠키를 구웠다. 선물을 주러 온 산타 할아버지가 얼마나 배고프실까 걱정하며, 자기 몫의 쿠키까지 모조리 접시에 담았다. 열심히 장식한 트리 밑에다가 소중히 쿠키를 놔두고서는 오늘은 꼭 산타할아버지를 보겠노라며 으름장을 놓다가 매번 스르르 잠들어버렸다. 그러면 잠든 아이를 침대에 뉘이고 엄마 산타가 출동을 한다. 몰래 숨겨놓았던 선물을 조심조심 놓는 것이, 바로 그날의 임무였다.


매번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받지 못했어도, 크리스마스날 아침의 설렘만큼은 매 해 같았으리라.


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도 참 많이 설레었었다.

지구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누리고 있을 법한, 하지만 내게는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행복이

아이의 눈과 입, 작은 손을 통해서 내게 전달이 되었다.


같이 맛있는 것을 해 먹고 선물을 꺼내 보면서 얼마나 웃었던지.

그 여리던 아이가 이젠 고등학생, 다 큰 숙녀가 되었다.


11살, 작은 애는 캘린더를 받아 들더니,

"아! 이거, 나 너무 그리웠던 건데!"

하고 말하며 소중하게 방 안으로 캘린더를 들고 들어가 책상 한편에 뫼셔둔다.


12월 1일 칸은 분명 비어있겠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초콜릿 한 알 입에 넣으며 얼마나 달콤한 하루를 열었을까.


아이들이 등교하고 난 뒤 엉망이 된 식탁을 치웠다.

소파에는 또 다른 어드벤트 캘린더가 뒹굴고 있다.


이제 큰 애는 어드벤트 캘린더가 설레지 않는다. 그 안에 든 초콜릿이 별로 달콤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나는 소파 위에서 캘린더를 들어서, 큰 애 방 책상 한편에 세워둔다.


다음 주 시험기간인 아이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달콤함이 깃들길 바라며.

작은 아이 책상입니다. 시험은 얘가 보는 것 같네요..ㅎㅎ 지우개가루 디테일... 그냥 찍었습니다..



12월의 일기, 시작되었습니다.

브런치북을 오픈하기까지 많은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1월의 일기 브런치북을 다시 읽어보고 용기를 냈습니다.

다시 12월의 소소한 일상을 조용히 담아보겠습니다.


11월의 일기 브런치북.

제게 글테기를 극복하게 해 준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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