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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Nov 23. 2024

초1,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초등학생 1학년인 첫째 아들은 조용한 편이지만 혼자서도 모든걸 잘 해내는 편이라 자립심이 강한 아이라 생각했다.


아마 학교에서도 조용히 제 할일은 하며 잘 지내는 줄 알았다.

그런 아이가 어느 날 그림일기 숙제를 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엄마, ㅁㅁ이가 내 물건을 뺏고 돌려주지 않아서 내가 맨날 찾아야 해"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림일기를 보니 물건을 뺏기고 아들은 친구를 막고 있는 장면을 그려놨다..

그리고 이후에 이어지는 말들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남자애들이 내 뒤통수를 때리며 장난을 치고, 내가 뒤돌면 숨어버려"

..


"그렇게 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너는 그 순간에 기분이 어땠는데?"

"선생님께는 말씀은 드렸어?"


질문을 무수히 쏟아냈다. 아이는 이미 물건을 뺏기는 상황을 선생님께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2학기부터 같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싫은 건 꼭 싫다고 이야기해, 하지 말라고 큰소리로 말해"

"하지 마", "하지마, 연습해 봐 연습!!!"

"너도 똑같이 걔 가방 뒤지고 똑같이 뺏어버려!"

"착한 건 바보야!!"

처음엔 이성의 끈을 잡고 있었지만..

충격과 당혹감에 나는 엄마로서 하면 안 되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부터..

나는 한숨도 자지 못하고 다음 날 아침을 맞이했다.

출근해서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물건을 뺏기고 뒤통수를 때린다고?.. 학교폭력인가?.. 남자아이들 서열에서 꼴찌가 된 건가?..'

별별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남편은 아들에게 일주일정도는 스스로 해결해 볼 기회를 주라고 했다.

부모가 바로 개입하는 건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었다.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아들과 또 대화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뒤통수를 치지는 않았지만 물건을 뺏는 친구는 여전히 뺏었다고 했다.

불안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주말 내내 불안감에 휩싸일 것이다.

학교 입학 이후 처음으로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진상 학부모가 되고 싶지 않았지만 정확한 상황을 알아보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 차분히 설명해 주셨다.

"물건을 뺏는 아이는 굉장히 조용한 친구라 (아들과) 성격이 비슷해요. 돌봄 교실도 같이 다니고 교실에서도 둘이 친하게 지내길래 잘 지내는 줄 알았어요. 아무래도 비슷한 친구라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잘못된 행동을 한 것 같아요. 그래도 물건을 뺏고 숨기는 행동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 맞습니다. 월요일에 반드시 지도할 거고 oo이의 마음도 읽어줄게요"


남자아이들의 장난문제도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 역시 2학기 들어 일부 남자아이들이 과격해진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oo이가 학교에서는 전혀 표현을 하지 않아요. 이렇게 어머님이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통화를 한 뒤 선생님의 위로 섞인 말과 나에게 확신을 주는 말에..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사라졌다..


실제로 통화 후 아들에게 물어보니 물건을 뺏는 친구는 엄청 조용한 아이라고 한다..

당연히 엄청 활발하고 무서운(?) 아이일 거라 상상했는데,,

정말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건 아닐까?..


부모로서 언제까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 걸까?

단순히 또래 간의 장난인지 심각한 문제인지....

아들이 친구들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 아닐까?...

선생님께 상황은 알렸으니 지켜보려고 한다.

첫째 아들이 사회성이 부족한 편이라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우도록 돕자

이 사건을 통해 아이가 학교에서 겪는 일을 조금 더 세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아이가 학교에서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를 집에서라도 털어놓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아이의 이야기를 존중하고 더 자주 깊이 이야기를 나누기로 다짐했다.

결국 중요한 건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부모로서 믿음과 지지를 보내야겠다.

자기 의견을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아들이 되었으면..ㅜㅜ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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