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충격과 노동 양극화

격차 해소를 위한 노동 정책의 최종 임무

by 날개

AI 기술이 거대한 물결을 일으키며 노동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현상은, AI가 본질적으로 '공공재'의 성격을 띠면서도 그 활용 역량의 격차로 인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역설적 구조를 낳고 있다. AI라는 새로운 도구는 특정 노동 영역, 즉 책상 앞에 앉아 정보를 다루는 지식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반면, AI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대면 서비스업이나 비반복적 육체노동 분야에서는 상대적인 정체를 겪게 하며 노동 시장의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는 주된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5년 가계조사 분석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63.5%가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업무 용도로 한정해도 활용률이 51.8%에 달하는 높은 수치를 보이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AI 활용이 남성, 청년층, 고학력자, 전문직 및 관리직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AI가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은 디지털 접근성, 교육 수준, 기존 직무의 성격에 따라 차등적으로 분배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AI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숙련 편향적 기술 변화'(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 SBTC)의 전철을 밟고 있음을 시사한다. AI는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사회적 소통이나 창의성이 필요한 지식 노동자의 인지적이고 정형적인 업무까지 자동화하고 있으나, AI 노출 수준이 높은 직업일수록 고학력과 고임금 근로자가 많이 분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AI는 저숙련 노동자의 일자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고숙련 노동자의 업무 효율을 보완하고 증강하는 보완재(complement)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그들의 생산성과 임금 프리미엄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AI 스킬이 요구되는 일자리의 임금 프리미엄이 동일 회사 내에서 11%, 동일 직업 타이틀 대비 5%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AI가 고학력, 고임금 계층에서 노동시장 양극화를 야기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AI의 영향이 세대 간 불평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로펌에서 주니어 레벨이 주로 담당하던 기초 문서 작성, 판례 정리, 데이터 분석과 같은 업무는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AI는 젊고 경력이 짧은 주니어들에게는 대체제로 작용하는 반면, 시니어들은 AI를 활용하여 의사 결정의 질과 가치 창출을 높이는 보완재로 활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문직 분야에서 AI 도입 이후 주니어 변호사 채용이 줄어드는 현상으로 구체화되고 있는데, 이는 청년층이 경력을 쌓고 전문성을 형성할 '사다리' 자체를 걷어내는 위험을 내포하며, AI가 가져올 충격이 생산성 효과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노동시장의 불평등 심화 형태로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와 맞닿아 있다.


AI가 이처럼 지식 노동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는 AI가 경험이나 숙련도가 낮은 직원의 성과를 높여 작업자 간의 성과 격차를 줄이는 평준화(equalizing)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2025년 한국은행의 조사에서도 업무시간 단축 효과가 경력이 짧은 근로자에게 더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AI가 노동자 간의 기술적 격차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긍정적 측면을 보여주지만, 이는 AI라는 도구를 이미 활용할 줄 아는 환경에 있는 저숙련 근로자에게만 해당될 뿐이다. 기술에 대한 숙련도가 낮은 근로자나 디지털 인프라 접근성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경우, AI 기반 교육이나 도구 활용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디지털 소외와 기업 간 생산성 격차 심화라는 이중의 불평등에 직면하게 된다.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가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러한 기업 간 격차 심화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AI는 태생적으로 인류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나, 그 혜택이 '책상에 앉아 정보를 다룰 줄 아는' 고숙련 지식 노동자와 'AI 활용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에 편중되어 재분배되고 있는 것이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많은 연구들은 AI 활용 역량과 스킬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AI 관련 스킬을 가진 노동자에게 임금 프리미엄이 발생함을 실증적으로 확인해 준다. 이러한 추세는 AI를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경제적 단층선이 명확하게 그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AI 기술 발전은 개인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거대한 구조적 충격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라도 기술 접근성, 교육 기회, 자본 소유 여부에 따라 그 소득과 지위가 결정되는 기술 주도적 불평등 메커니즘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창출하는 생산성 증가의 과실이 소수의 자본과 기술 엘리트에게 집중되어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안정성을 저해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된다. 따라서 노동 정책의 목적은 AI 시대의 기술 혁신이 '모두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기술 격차가 소득 격차로 직결되는 현상을 완화하여 지속 가능한 포용적 성장을 이루는 방향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


AI 기술의 발전이 필연적으로 노동시장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예측은 단순히 학계의 우려를 넘어, '샘 알트만'(Sam Altman, 1985-)을 비롯한 OpenAI 등의 오너들과 '엘론 머스크'(Elon Musk, 1971-)와 같은 기업가들도 경고한다. 특히 AI 분야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1947-)과 같은 석학들조차 AI가 대규모 실업과 소득 격차를 초래할 위험을 인지하고, 그 해결책으로 보편적 기본소득(UBI)이나 AI 자산 소유권의 보편적 배분과 같은 근본적인 소득 재분배 시스템의 혁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AI 불평등 문제의 심화 현상은 그 원인을 개인의 역량 부족의 문제로 단정할 수 없고, 기술 충격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의 혁신 필요성을 명확하게 부각시키는 긴급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AI 시대의 노동 정책은 단순한 재교육을 넘어, 평생학습 지원과 조세 재분배, 사회안전망 혁신 등으로 그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AI는 모든 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지만, 그 열매가 노동자에게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보장하는 사회적 제도와 규범을 마련하는 것은 오롯이 인간 사회의 몫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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