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피어' 속에서...

사람들은 정보에 대해 윤리적 의무가 있을까?

by 날개

우리 인간은 이제 생명체로서의 환경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정보로 연결되고 움직이는 거대한 정보 환경, '인포스피어'(infosphere) 속에 살고 있다. '인포스피어'는 정보철학 및 정보윤리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루치아노 플로리디'(Luciano Floridi, 1964-) 교수가 명명한 개념으로서, 데이터, 문서, 프로그램 등의 모든 정보 객체와 이들의 관계, 정보를 생성, 수정, 전송하는 등의 모든 정보 활동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정보 환경을 의미하는 말이다.


정보 윤리 철학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 인간의 존재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인식에서 출발 하는데, 플로리디 교수는 이 개념이 디지털 생태계와 인공지능 시대의 환경 윤리를 다루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정보 윤리'에 대하여 인포스피어의 환경 윤리를 해석하는 데에 있어 생물학적 편견이 없는 생태학적 접근 방식이라고 칭한다. 그는 아무리 사소한 정보 객체일지라도 도덕적 가치를 지니므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으며, 이는 윤리가 오랫동안 도덕적 대상의 범위를 시민에서 생물권으로, 이어 인포스피어로 확대해 온 보편적 경향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플로리디 교수는 정보 윤리의 분석 대상을 세 가지 차원으로 분류하여 접근한다. 첫째는 '정보 자원'으로서의 윤리(ethics of Information as a resource)로, 정보가 희소성을 지닌 자원으로서 어떻게 공정하게 접근, 소유, 관리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도덕적 논의이다. 둘째는 '상품'으로서의 정보 윤리(ethics of information as a product)로, 정보가 특정 주체의 도덕적 평가와 행동의 산물로 간주될 때 발생하는 문제들, 즉 책임, 명예훼손, 표절, 그리고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와 허위 정보(disinformation) 등 커뮤니케이션 규칙 관련 도덕적 문제들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개념인 '정보 대상'으로서의 윤리(information-target ethics)는 윤리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이는 특정 주체 행동이 '인포스피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윤리적 분석으로서, 플로리디는 해킹을 이 범주에 속하는 대표적 예로 든다. 해킹의 문제는 접근한 정보의 오용 여부가 아니라, 권한 없이 정보 환경 자체에 침입했다는 사실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그는 역설한다. 이 윤리는 공공재나 사유재산으로 고의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를 뜻하는 '반달리즘'(vandalism), 보안, 지적재산권, 표현의 자유 등 정보 환경의 질서와 무결성을 다룬다.


그는 정보 윤리의 개념적 확장을 통해 도덕적 존중의 대상을 인포스피어까지 확대함으로써 ICT 시대의 윤리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강력한 틀을 제공한다. 그의 주장은 무생물도 내재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심층 생태학자들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역사학자 '린 타운센드 화이트 주니어'(Lynn Townsend White Jr., 1907-1987)가 제기한 "사람들은 바위에 대해 윤리적 의무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인용하는데, 이러한 도덕적 대상의 확장이 곧 생태 위기에 대처할 가치 구조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 자비의 범위를 모든 인류와 자연 전체로 넓혀야 한다고 언급한 통찰이 이러한 광범위한 도덕적 관점의 핵심을 짚은 것이라고 말한다.


이후,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는 인공지능(AI)의 급부상과 맞물려 더욱 심화되었다. 정보 대상으로서의 윤리는 이제 AI 윤리의 핵심 기반이 되며, 그는 AI의 도덕적 주체성 및 책임을 다루는 데 주력한다. 또한, 상품으로서의 정보 윤리는 AI가 생성하거나 배포하는 정보의 알고리즘적 편향(algorithmic bias)과 공정성(fairness) 문제로 확장되었고, 그 책임성(cccountability)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켰다. 정보 자원으로서의 윤리는 거대 기술 기업의 정보 독점과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문제로 구체화되었으며, 플로리디의 인포스피어 개념은 정보 환경 전체의 건전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거시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는 단순한 기술 규범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대상의 범위를 인포스피어까지 확장하는 철학적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법철학적 사고를 근간으로 하여 실정법이 미처 포괄하지 못하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인간의 자유, 책임, 규제가 어떻게 재정립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담론을 던진다. 그의 정보 윤리는 사회적 연대와 질서가 물리적 세계를 넘어 정보적 세계에서도 유지되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윤리적 과제임을 선언함과 동시에, 보편적 도덕 원칙을 21세기 인포스피어 시대에 맞게 재정의하는 중대한 철학적 시도로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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