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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 500의 기적

작은 선물은 숨어있던 의지를 자극한다.

by 빛의 온기

오늘 아침 5시 30분 눈을 떴다.

운동을 하러 나가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밀려왔다.

잠시 고민을 했다. 커뮤니티 피트니스에 등록하는 걸 또 잊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그런데 마음이 말했다. 나가라고. 가보라고, 도전해 보라고,

그래서 밖으로 나갔다.


사건의 발단은 비타 500이다.

내가 속한 카톡 운동방 방장님이 매달 말에 비타 500을 보내주신다. 나는 운동도 안 하는데 자꾸 보내주신다. 마음이 무거웠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어 운동방을 나갈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내가 아닌 유령회원의 생존신고가 들어왔다. 나도 생존신고 하고 싶다는 열망이 들끓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운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력하게 밀려온 오늘 아침

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심지어 호우주의보.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한참 찾아서 신고 나갔다.

아파트 1층. 비가 마구마구 내리고 있다. 잠시 고민했다. 우산이 있어도 다 젖을 거 같은데.

그래도 밖으로 나갔다.


집 앞 개천으로 가는 횡단보도에 섰다.

빨간 불이다. 날씨가 빨간 분이다.

잠시 기다리니 파란 불이 되었다. 내 마음은 파란 불이다.

창릉천에 물이 넘실댄다. 징검다리가 전부 물에 잠겼다.

그 많던 운동인들이 하나도 안 보인다.

그래도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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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는 걸 보고 싶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반대방향이다.

뒤돌아 걸어봐도 높은 건물에 가려 해 뜨는 건 안 보인다.

그저 사방이 밝아질 뿐이다.

그래서 해가 뜨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도 일탈 같은 도전을 계속해볼 참이다.

평온한 일상을 깨는 다소 황당한 도전들.

<편안함의 습격> 저자가 그랬다.

남과 비교할 수 없는 극강의 도전을 해보라고.

그래서 오늘의 내가 마음에 들었다.


신발이 다 젖었다. 남편이 뭐라 하겠지.

안 하던 운동을 꼭 비 오는 날 새벽에 해야겠냐고.

그래도 뭐 괜찮다.

어차피 신발은 내가 빤다.


집에 오는 길

계단 타기 운동으로 멋지게 장식할까 하다가

비에 젖은 운동화가 찝찝해서 엘베를 탔다.

얼른 발 씻고 글을 쓰고 싶었다.


간단히 씻고 젖은 머리로 책상 앞에 앉는다.

지난 브런치 3기 서울서쪽모임에서 내가 그런 얘기를 했다.

우리 모두 낚였다고,

매진임박. 슬기로운 초등생활 브런치작가수업 이제는 없음.

이 문구에 조급해져서 작가가 되었다고.


그런데 사실 우리는

매진임박에서 사망임박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작가였던 건 아닐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삶이 지루하고 답답하다면,

내 글을 써보고자 하는 욕구는 너무나 당연한 거니까.


오늘, 열망을 이루고, 욕구를 분출하고

다 했네 다했어.

비타 500이 이루어 낸 기적이다.


여러분도 열망을 이루고 욕구를 분출하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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