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교육열

by 무용지용

시골 학교에서 담임을 맡아 아이들을 지도하다보면, 가정에서 거의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꽤 많아 안타깝다. 소중한 자녀의 학습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참 좋을텐데... 4시 넘어서까지 학교에서 '제공'하는 늘봄과 돌봄에 맡겨지고, 이후엔 태권도장에서 피구 하다가, 저녁엔 집에서 유튜브나 보는 아이들이 불쌍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학교에 아이들을 더 늦게까지 묶어놓으려는 정책 기조는 변함 없을 것 같다. 오호, 아이들이 불쌍하다.


그런걸 보면 공장 다니고 부업하는 와중에 삼남매 학원 보내고 동화책까지 읽어주던 나의 어머니는 참 대단한 분이다. 초3때 준비물 안내에 '초파리'가 있어서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손수 채집해서 등교시키셨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요즘 학교는 많이 변했다. 그야말로 연구 대상이다. 총체적인 문제 덩어리랄까...도대체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이 일을 나는 몇 살 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쨌든,


나의 아버지를 얘기하자면 기본적으로 내 공부 자체에 커다란 관심은 없으셨던 것 같다. 다만 성적표와 장래 희망에는 관심이 많았다. 초5시절, 나더러 꼭 서울대 사범대에 들어가 영어 선생이 되라고 하셨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사립대라 학비가 비싸서 못 보내준다고 하셨다. 경북대는 국립대이니 그럭저럭 괜찮다고 하셨다...


그래도 아빠가 택배 배달하는 길에 주워오신 리더스 다이제스트 책 <세계의 마지막 불가사의>는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았다. 고대 문명에 관한 수수께끼를 서양 고고학자들이 소개해놓은 책이었다. 글씨는 많고 두껍고 거대한 책이었지만 컬러 사진이 아주 많아 재미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그 책을 뒤적거리면서 호기심과 욕구를 적잖이 해소할 수 있었다. 나에게 최초의 꿈과 동경을 심어준 책을 한 권 꼽자면 이 책을 꼽겠다.


초등학교 시절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또다른 책으론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가 있었다. 엄마가 전집을 홈쇼핑으로 주문해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 책들을 그 시기에 접하지 않았다면, 나의 인생 궤적은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을테다.



부모님께 감사하다.


두 분 다 대학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셨지만, 나의 공부를 위해 애쓰셨다.


2025.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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