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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Vegan)음식은 더 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by 테서스

1. 서론


전에 다른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저는 철저한 육식주의자입니다. 육식 이외의 영역에서는 나름 평균인들에 비해 환경을 보호하는 편이지만 제 입에 고기 들어가는 건 포기할 수 없어요. 풀때기만 먹고 살 바엔 그냥 지구환경 파괴하는 게 낫습니다.


뭐, 제 취향과 무관하게 강제로(!) 비건 음식을 섭취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비건데이'를 하거든요. 2주에 1번 정도는 강제 비건식을 먹어야 합니다. 스트레스 만땅이죠;;


이렇게 회사의 ESG 정책에 따라 강제 비건이 되는 날을 몇 번 겪다 보니... 뭔가를 깨달았습니다. 비건데이의 메뉴에 '설탕음료'가 꼭 들어가고 / 양념이 상당히 강한데 특히 '단맛'이 많이 난다는 것을.


이렇게 만드는 이유가 있겠죠. 영양사 분들은 좀 더 자세히 아시겠지만 일반인 수준에서 대충 느낌적인 느낌으로 짐작한다고 해서 뭐 잘못된 이유는 없을 거구요.


그래서 대충 문송한 수준으로 짐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비건음식을 더 달게 만드는 이유. 제 뇌피셜로 풀어 보겠습니다.


뇌피셜답게 인간의 뇌(腦)로 시작해 보죠. 제가 육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중간중간에 살짝 얹어 보겠습니다^^.



2. 본론


(1) 호모 사피엔스의 뇌(腦) : 1/50 몸무게에 1/5 에너지를 쓰는 비효율의 극치


우리 인간의 뇌는 약 1200~1400cc 정도의 용량입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에 500cc 급이었다는데 거의 3배로 증가한 거죠.


참고로, 우리 호모 사피엔스보다 '네안데르탈'의 뇌 용량이 더 컸습니다. 걔네는 1600cc 급이었다고 하네요. 어쩌면 네안데르탈이 사피엔스보다 더 똑똑했을지도 모릅니다. 네안데르탈이 멸종하지 않고 다른 세계로 떠났을지도 모르구요.

(* 이 설정으로 쓴 소설이 [네안데르탈 : 각성차원의 지배자] 입니다. 굳이 안 찾아보셔도 됩니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 내부적으로도 1~2만년 전 석기시대 선조들이 지금 우리 현대인들보다 뇌 용량이 더 컸다고 합니다. 우리는 조상들보다 뇌가 줄어든 셈이죠. 상대적으로 멍청해진... 걸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만, 제 생각에 '문자'를 사용하면서 기억 일부를 외부에 옮겨서 저장하다 보니 뇌 본체가 작아질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외장하드에 자료를 옮기면 컴퓨터 본체는 용량이 작아도 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아무튼, 우리 현대인의 뇌는 직계조상(석기시대 호모 사피엔스) 및 방계조상(네안데르탈)에 비해 조금 작아졌지만 여전히 매우 크고 강력합니다. 특히 '동종 생물 간 학습과 모방능력'은 다른 어떤 종(種)도 인간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그렇게 축적된 문화기술이 인간을 지구 최강으로 만들어 줬구요. 인간이 작정하고 연장질을 하면 코끼리고 나발이고 다 끝장나죠.


이 강력한 인간의 뇌는 엄청 많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뇌의 무게는 대략 1.2kg ~ 1.4kg 정도로 사람 몸무게의 1/50인데,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1/5이라고 하네요. 크기에 비해 10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셈이고, 에너지 효율만 따진다면 인간 몸 중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기관일 겁니다.


뇌에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으니 상대적으로 다른 곳이 부실합니다. 인간의 소화기관은 야생동물에 비해 많이 약한 편이고, 그래서 대부분의 음식을 익혀 먹어야 하죠. 익혀 먹으면서 흡수효율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 때문에 턱이 작아지고 소화기관이 더 약해져서 더더욱 음식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하는 악순환(?)이 일어났습니다만 어쨌든 얼굴이 갸름해졌으니 좋았쓰!



(2) 고기를 먹어야 뇌를 키울 수 있었음


소화기관은 약해지는데 뇌는 계속 커지고 그 커진 뇌에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 인간의 몸은 모순(矛盾)에 빠졌습니다. '음식을 익혀 먹는다!'라는 생물역사에 없던 기법을 도입하면서 영양소 흡수 효율을 높이긴 했지만, 단순히 효율만 높이는 걸로는 부족했습니다.


궁극의 해결책은 [단위 질량 당 에너지 효율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 이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고기를 먹는 것'이었죠.


고기는 식물성 음식물에 비해 단위 질량 당 에너지 효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g당 칼로리 측면에서 탄수화물/단백질보다 2.2배 더 뛰어난 '지방(Fat)'을 상당히 많이 함유하고 있고, 세포조직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비율도 식물보다 더 높습니다. 소화흡수 가능한 부위도 훨씬 더 많죠.


인간이 고기를 불에 구워 먹는 순간. 두뇌 크기 발달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곳추선 인간(호모 에렉투스. 발음에 주의합시다.), 연장질의 인간(호모 하빌리스)을 거치면서 인간의 뇌 용량이 1200cc를 넘어섰고, 추상적인 사고와 정보 교환이 가능해졌습니다.


즉, 우리 인간은 육식(肉食)과 화식(火食)을 통해 고영양가 음식을 최대의 효율로 흡수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두뇌를 매우 비대하게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육식이 인간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셈이죠.


뭐, 이미 머리가 커질 대로 커진 '현대인 어른'에게는 조금 다르겠죠. 뇌가 커지는 과정에서는 단백질과 지방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다 커진 다음에는 '활동 에너지'만 공급하면 됩니다.


뇌를 움직이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 그건 '탄수화물(포도당)'과 '지방'입니다.



(3) 뇌는 엄청 비효율적인 기관이라 즉시 소모 가능한 영양분을 원한다


직장인들, 특히 사무직 직장인들 중에서는 흔히 '당 떨어진다.'는 표현을 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머리가 잘 안돌아가는데 이미 커피는 많이 마셨고 강제로 머리를 돌려야 할 때 사탕/초콜릿 등 달달한 음식을 먹으면서 자기변명(!)을 하는 거죠.


그런데 이게 실제로 효과가 있긴 합니다.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가장 빠르고 간편한 방법이 '포도당'이긴 해요. 쌀밥 등 탄수화물을 먹어서 아밀라아제로 분해해 과당을 만들고 이 과당을 또 분해해서 포도당을 만들어도 되긴 하지만 사탕이나 초콜릿의 과당/포도당 형태로 흡수하면 더 빠르긴 하겠죠.


지방 또한 뇌의 에너지로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건 뭔가 좀 더 복잡한 분해 과정을 거치는 것 같습니다. 케톤 어쩌고 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문송합니다;;


아무튼, 일단 뇌 자체를 키우는 데에는 단백질+지방이 풍부한 고기 종류가 도움이 됐지만 어른의 뇌는 포도당만 쫙쫙 공급해 주면 잘 돌아갑니다. 어린이한테까지 채식을 강요하는 건 영 나쁜 결과를 초래하겠지만 어른은 '달달한 것'만 주면 뇌를 굴리는 데에는 문제 없을 것 같긴 합니다.


그럼 대충 결론 나왔죠? 비건데이 음식이 달달한 이유는 나온 것 같네요.



(4) 비건데이 음식이 달달한 이유 : 사무직 직장인들 머리 회전 유지하라는 의미인 듯


회사는 '돈'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고, 돈을 벌기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조직입니다. ESG 활동도 결국 '더 오래 지속적으로 돈을 벌자.'는 관점에서 나오는 활동이죠.


ESG 때문에 비건데이를 하긴 합니다만, 비건데이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일을 잘 못하게 되면 안하느니만 못합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오늘 하루의 경영을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임직원들의 뇌에 적절히 포도당을 공급해 줘서 빡세게(!) 굴려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신체 특성상 '에너지 효율이 낮은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갑니다. 채식주의로 적응하신 분들은 모르겠지만 저 같은 육식주의자들은 풀때기만 먹을 경우 매우 예민해지고 짜증을 잘 내게 됩니다. 안 그래도 성격 나쁜데 풀때기만 먹고 열폭하면 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이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데에 달달한 게 직빵(!)입니다. 스트레스 받았을 때 케이크 초콜릿 사탕 등등 단 음식을 팍팍 드시는 분들이 꽤 많죠. 가장 빠르게 흡수 가능한 과당~포도당이 몸에 쫘악 들어가면 스트레스가 낮아진다고 하네요.


즉, 비건데이에 '설탕 듬뿍'은 필수입니다. 임직원들이 괜히 성질 부리지 않고 두뇌활동도 유지하면서 하루 잘 버티려면 설탕 잔뜩 넣어 줘야 합니다. 그래야 합니다.


다만... 문제가 있긴 하죠.



(5) 설탕 섭취 늘려서 부작용 생기면? 아몰랑.


당연한 말인데, 두뇌활동을 위해 과당~포도당을 섭취했을 때 이게 100% 완벽하게 두뇌로만 가는 게 아닙니다. 흡수된 영양소는 인간의 몸 전체로 퍼지죠. 인간이 자기 몸 안의 영양소를 특정 기관으로만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한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우리 수준에서는 그 정도 고오급 컨트롤 능력은 없습니다.


결국 설탕을 많이 먹으면 뇌 말고 다른 곳에 쌓입니다. 저 같은 경우 '배 나온 아저씨'가 되는 거죠.


(* 제가 배 나온 이유는 비건데이 때문입니다. 절대 제가 폭식해서 그런 게 아니라구욧! 회사가 책임지세욧!)



ESG 경영을 위해 임직원들에게 풀때기만 먹이는데 막상 풀때기만 먹여 보니 다들 골골거리고 성질만 부리는 바람에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어서 다시 이걸 만회하기 위해 설탕을 팍팍 먹였더니 배 나온 아재들이 고혈압 당뇨 온다고 악악대는(?) 상황. 왜 이러는 걸까요?


그냥 비건데이 없애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적절히 고기 먹고 적절히 고효율 영양소 섭취하고 적절히 머리 쓰면서 적절히 하루 근로시간 채우고 싶네요.



이상. 비건데이만 되면 스트레스 받는 중년아재의 푸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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