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요즘 쿠X플레이로 '빅뱅이론'을 보고 있습니다. 재밌더군요. 저 자신이 덕후기질을 가진 늦깎이 (19금 하꼬 서브컬처) 웹소설 작가라서 그런지, 나름 배울 만큼 배운 엘리트들이 덕후 짓 하는 게 꽤 재밌습니다.
2025년 7월 6일 기준으로 시즌8을 보고 있었는데요. 여기서 라지(인도 출신 천체물리학자)가 '보이저(Voyager) 호'에 대해 언급합니다.
"내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난 아무것도 몰랐어. 세상이 깜깜해 보였지. 그 때 난 보이저를 상상했어. 무한한 우주공간을 혼자 떠돌면서 끝없이 끝없이 머나먼 곳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떠올렸어. 그 힘으로 버틴 거야."
라고 멋있게 말하지만...
라지와 함께 '지하광산 비슷하게 만든 실험용 시설'에 11분 동안 갇혀 있던 셸던(초천재 완전기억능력 이론물리학자)가 라지의 발언을 가볍게 씹어버립니다. 그리고 라지의 등 뒤에 쥐(Rat)가 나타나는 걸 보고 말없이 도망가 버리죠;; 라지 멘붕 ㅠ.ㅠ
셸던이 라지의 보이저 발언을 씹을 때 '스타트렉 : 보이저'를 깝니다. 스타트렉 시리즈 중에 가장 최악이고 그냥 스타트렉 아닌 걸로 하겠다나 뭐래나.
(안타깝게도) 저는 개인적으로 '스타트렉 : 보이저'의 팬입니다. 미국 본토의 오리지널 스타트렉을 거의 못 봤고 한국 TV에서 잠깐 하는 걸 봐서 그런지, 스타트렉 시리즈와 연관성이 떨어지든 말든 상관 없었나 봐요.
(* 이 글 쓰면서 다시 찾아보니, 빅뱅이론에서 셸던이 까대는 '스타트렉 : 보이저'는 보이저 호에 관련된 영화가 아니라 다른 TV드라마 시리즈 - 우주전함 USS 보이저에 관한 이야기 - 인 것 같습니다. 이건 더더욱 모르겠네요;; 그냥 저는 보이저 호 관련 영화를 정리하겠습니다.)
이렇게 빅뱅이론 에피소드를 보고 났더니... 보이저 호에 대해 정리하고 싶어졌습니다.
- 현실의 보이저 호,
- 영화 스타트렉의 보이저 호 를 각각 정리한 후,
- 무한루프 시나리오 로 넘어가 보도록 하죠.
2. 본론
(1) 현실의 보이저 호
보이저 호는 2대가 있습니다. 2호가 1977년 8월에 발사되었고 1호는 1977년 9월에 발사되었다고 하네요. 1호가 더 늦게 발사되었지만 중간에 목성을 경유할 때에 스윙바이 등으로 더 빨라질 예정이었고 실제로 1호가 더 멀리까지 나아갔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이걸 의도해서 늦게 쏘는 보이저 호에 '1호'를 붙여 줬다고 하네요.)
보이저 1, 2호가 우주로 발사된 지 48년이 지났습니다. 두 대 모두 태양계를 벗어났고, 카메라 등 주요 장치는 모두 망가졌으며, 배터리도 거의 다 닳아서 아주 가아아아끔 신호 보내는 것 말고는 연락이 안 된답니다. 이제는 그냥 '지구인이 쏜 우주물체'라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 '지구인이 쏜 우주물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긴 합니다. 끝없이 광활한 우주공간에 우리 지구인들을 소개하는 자료거든요.
보이저 호는 그 자체로 지구인의 창작물이고, 그 내부에 지구인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담은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를 담고 있습니다. 87분짜리 LP판이라고 하는데, 지구인의 해부 정보 / 음악 / 55개국 언어로 된 인삿말 / 지구의 위치 등등의 정보가 있다고 하네요.
머나먼 미래공간의 지적생명체가 보이저 호를 주워서(?) 조사할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특히,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암석행성에서 보이저 호를 관측하고 이걸 낼름 주운 다음에 지구인과 비슷한 시각/청각 등 감각으로 분석해 낼 가능성은 더더욱 낮죠. 우리 평범한 인간들이 10번 연속으로 로또 1등 당첨될 확률과 비슷한 수준일 것 같아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특히 미쿡인들)은 이 낮은 확률을 기대하며 몇백억을 들여 보이저 호를 날려보냈습니다. 머나먼 우주를 향해 '우리 포유류 탄소생명체가 이렇게 똑똑해졌어! 축하해 줘!'라고 호소(?)했습니다.
낭만 쩔죠. 이렇게 확률 낮은 일에 몇백억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낭만 인정해 줘야 합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현실 보이저 이야기는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2) 영화 스타트렉의 보이저 호
(해당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매우 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현실의 보이저 호가 우주를 향해 출발하고 2년 뒤인 1979년. 천조국 미쿡에서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됩니다. 제가 만3세 때였네요;;
이 영화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호/불호가 나뉜다고 합니다. 흥행은 그럭저럭 성공했지만 기존 스타트렉 팬들은 그리 좋게 평가하지 않는 편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대략 1991년쯤에 이 영화를 (겁나 화질 안 좋은 난시청) TV로 봤던 한국 중딩에게는 매우 큰 충격이고 감동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이나 제 주변 친구들은 별로 감동받은 것 같지 않았습니다만 저 혼자 감동받았었죠;;
영화 내용은 간단합니다. (다시 한 번 스포 주의!)
정체불명의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인간문명과 외계문명을 박살내면서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데, 스타트렉 시리즈의 정통 주인공 함선인 'USS 엔터프라이즈'가 이 에너지 덩어리를 막으려고 노력하다가 에너지 덩어리와 소통하게 되고 그 이름이 [뷔저]라는 걸 알게 됩니다. 뷔저는 미모의 인간 여성(머리 다 밀고 나오는데도 미모가 확인되면 진짜 예쁜 거 맞죠.)을 조종하여 '탄소덩어리'들과 대화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에너지 덩어리는 스스로를 '뷔저'라고 부르는데... 이게 사실은 '보이저(Voyager)'였습니다. 중간에 글자 몇 개가 지워지면서 '뷔저'가 된 거죠.
보이저 호는 태양계를 벗어나 수천년 동안 머나먼 우주로 날아갔고, '매우 발전한 기계 문명'이 보이저 호를 주워올립니다. 기계문명은 보이저를 원시적인 기계로 착각했는지 이를 어엿삐 여겨 (불쌍하게 여겨) 보이저를 대폭 업그레이드 시켜 주는데... 이게 82AU(*태양~지구 간 거리가 1AU입니다.) 크기의 초대형 에너지 덩어리로 만들어 주는 거였죠.
인류가 만든 조잡한(?) 제품이었던 보이저(뷔저)는 순식간에 우주굇수 급 파워짱짱 울트라캡짱 기계지성체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 지구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구가 오염되어 있네요? 적어도 기계지성체인 뷔저 입장에서는 더러운 탄소덩어리들한테 오염된 걸로 보이네요?
뷔저는 빡쳤습니다. 어딜 감히 탄소덩어리 나부랭이들이 기계를 지배하고 있느냐. 창조주의 행성을 탄소덩어리 따위들이 더럽히고 있느냐. 위대한 기계의 짱짱파워로 다 정화시켜 주마!
뭐, 인간들이 뷔저에게 정화되는 걸로 끝내면 안 되겠죠. 돈 내고 영화보는 사람은 다 더러운 탄소덩어리들입니다. 탄소덩어리들이 이산화탄소로 인수분해되는 결말이면 사람들이 돈을 안 낼 테니 그런 엔딩은 피해야 합니다.
인간과 뷔저가 타협(!)합니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승무원들은 '사실 뷔저 넌 원래 이름이 보이저였고 우리 더러운 탄소덩어리들이 만든 발명품이야. 우리가 니 애비란 말이지. 보기엔 좀 더러워 보여도 현실을 인정해. 애비들을 죽이지 마라. 이 패륜 기계셍퀴야!' 라고 뷔저를 설득(?)하고, 뷔저는 잠시 혼란스러워하지만 인간의 설득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합체 엔딩.
(참고로 합체 장면은 기대하지 마세요. 이 영화 전체관람가입니다.)
우리 인간이 저 무한한 공간을 향해 쏘아 올린 '몇백억짜리 아주 작은 메시지 전달 제품'이 킹왕짱 강한 기계지성체로 재탄생해 돌아온다는 설정. 저는 이 설정에 크게 감동받았었습니다. 괜히 저 혼자 감동받았죠. 그 뒤로 35년이 지났지만 한국사람 중에서 저 영화 보고 감동받았다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35년 전의 감동은 이정도로 언급하고. 이제 소설 시나리오로 넘어가 보도록 하죠.
(3) 소설 시나리오 : 무한루프 보이저
대략 2070년 쯤의 지구.
이 때 상황을 짧게 요약하면 'Totally Fucked' 상황이다. 지구인은 잣됐어요. 가망이 없어.
지구인은 망해가고 있다. 대충 인터스텔라 초반보다 더 심하게 망한 듯 하다. 조금 더 망하면 소일렌트 그린 먹어야 될 판이다. 아침대용식품으로 나온 현실의 소일렌트 그린 말고 1970년대 영화에 나오는 people 소일렌트 그린이 실제로 출시될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에 '뭔가'가 떨어진다. 분명 인공위성 잔해물 같은데 이상하게 기시감(deja-vu.데자뷔)이 드는 물건.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이 물건을 망원경으로 관측한 (덕후)소년이 물건을 관찰하러 간다.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많이 타 버리긴 했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매우 익숙하긴 하다.
그리고... 이 물건 안에 '알루미늄 박스'가 들어 있다. 그 박스 안에 또 다른 뭔가가 들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보이저? 골든 레코드를 보관한 박스 아냐?"
덕후소년은 이 물건의 정체를 알아본다. 대략 100여년 전에 당시 잘 나가던 천조국 미쿡이 돈지랄로 쏘아 올린 물건과 비슷하다는 걸 알아낸다.
그런데 그 다음 전개는 덕후소년도 예상 못했다. 거대한 식물이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콩나무 수준으로 확 올라와 알루미늄 박스를 휘감고 하늘을 꿰뚫을 듯 높이 솟아오르는 상황 말이다.
쿠구구구궁!
거대한 콩나무가 자라났다. 마치... '보이저 호 안에 있던 골든 레코드를 흡수'하려는 것 같은 강려크한 의지가 이 식물을 탄생시킨 것 같았다.
갑자기 나타난 초 거대식물. 당연히 기자들이 개미떼처럼 몰려온다. 2070년대에 더 늘어난 유튜버들도 몰려온다. 군대가 막지 못할 수준으로 몰려온다.
그리고... 식물이 순식간에 수백만 개의 촉수를 뻗어 그 인간들 전체를 먹어치워 버린다.
호로록 짭짭. 우적우적.
자세한 묘사는 생략. 이 거대식물은 접근하는 인간들을 다 먹어치우는 것 같다. 죽은 기자와 유튜버들은 안타깝지만 이미 죽었는데 뭐 어쩌라고. 더 이상 접근하지 말자.
또 며칠 후.
'이상한 현상'이 생겨났다. 거대식물 주위로 '인간과 유사하게 생겼지만 뭔가 다른 존재'들이 출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존재들은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마치... 인간을 모두 멸살시키고 이 행성을 지배하려는 듯이.
(중간생략하고 결론만 말하면)
보이저 호에 골든 레코드를 탑재하고 그 골든 레코드에 '인간의 해부도'를 싣는다는 아이디어. 이거... 지구인이 처음이었을까? 우리 지구인만 이런 생각을 했던 걸까?
아니다. 보이저 호 컨셉, 골든 레코드, 인간의 해부도 모두 우리가 처음 시도했던 게 아니었다. 우리 지구인은 그저 '잠재의식 속에 이어져 내려온 과거의 기억'을 재현했을 뿐이었다.
영화 '아바타'에서 강조했고 그 이전 '가이아 이론'에서도 등장했듯이, 식물로 뒤덮인 암석형 행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지성체가 된다. 수 조 개의 식물이 서로 연결되어 거대한 신경망을 구성하고, 그 신경망 전체가 이성(理性)을 갖게 되면 인간 따윈 귀쌰대기 날릴 수 있는 초 고지능 지성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 '행성형 초 지성체'는 동물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동물은 자신들이 식물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식물로 뒤덮인 암석형 행성 자체가 동물들을 이용해 우주 전체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동물들은 식물을 대신해 행동하는 노예일 뿐이다.
그 노예동물(!)은
- 적당히 문명을 발전시켜서 우주 항해 기술을 확보하고
- 잠재의식 속 기억을 발현해 '노예동물의 형상'을 우주로 송출하며
- 그 형상을 전달받은 암석형 행성의 초 고지능 식물 지성체가 새로운 노예동물을 창조하고
- 그렇게 창조된 노예동물이 또다시 문명을 발전시켜 우주로 자신들의 형상을 송출하는
짓을 반복하고 있다. 즉, 우리 인간은 그렇게 수없이 무한반복으로 탄생한 노예동물로서 행성형 지성체의 세력 확대에 기여하는 꽃가루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한반복을 하다 보면 [이미 문명을 발전시켰던 행성에 또 다시 꽃가루를 날려 보내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그게 하필 우리 지구에 벌어졌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지구에는 '새로운 노예동물'이 되려는 존재들이 세력을 넓혀 간다. 2070년에 people 소일렌트 그린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망해버린 포유류 형 인간들로서는 이 새로운 존재들을 당해낼 수가 없다.
인간은 이대로 망하는 걸까? 인간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강하고 포악한 새로운 노예동물들에게 털리고 마는 것일까?
물론 그럴 리 없잖아. 이 소설을 읽어 주는 존재는 결국 우리 '포유류 형 인간들'이다. 우리가 이겨야지.
* 적절한 시기에 잘 써 보겠습니다. 우선 시나리오만 만들어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