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이전 글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저는 한 때 '고시생을 가장한 게임폐인'이었습니다. 다 합치면 대략 6년 정도 신나게 놀았죠. 뭐 그 때 당시에는 그럴 만 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그 이유도 별 거 아닌 듯 해요. 어쨌든 제 인생인데 저 스스로 조금 더 알차게 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렇게 놀고먹는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저렴한 취미'가 생기긴 했습니다. 무료게임만 해도 충분히 즐겁고, 게임폐인으로 살 때 섭렵한 각종 서브컬처 문화가 '소설쓰기'로 재탄생하기도 했죠. 나이 50살 즈음에 월 20만원 버는 하꼬소설작가가 되었으니 게임폐인 시절 겪었던 게 오히려 더 좋았쓰!
이렇게 게임폐인 시절의 추억 중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있습니다. 줄여서 WOW.
저는 대략 2004~2005년쯤에 WOW 즐기다가 40인 공격대 시스템이 도입되기 직전에 그만뒀는데요. 회사 다니면서 40인 공격대 뛰는 건 너무 빡세더군요. 당시 한국인들이 세계 최초로 '오닉시아'를 잡았지만 저는 그 수준까지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당시 WOW는 재밌었어요. 블리자드의 장인정신이 제대로 살아 있었죠. 디아블로2로 한참 물 오른 시스템이 블리자드의 정통 콘텐츠 워크래프트와 만나면서 '블리자드의 전성기'를 일궈 냈습니다. PC방에서 호드 트롤 주술사로 접속하면 진짜 판타지 세상으로 넘어가는 기분이었어요.
(호드를 위하여!)
그리고, 당시 블리자드는 '번역 현지화'에도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기술과 아이템 명칭을 다 한국 사정에 맞게 바꿨고(Frostmourne을 '서리한'으로 번역한 건 지금도 칭찬받습니다.), NPC들의 대사도 전문 성우들을 써서 한국말로 다 바꿔 줬었습니다.
당시 인상적이었던 NPC 대사는,
- 언데드의~ 시대가~ 올 걸세~
- 자네의 칼이 무뎌지지 않길
- 부두교에 너무 심취하지는 말게
(똥꼬가 쓰랄이니 잠시만 오그리마)
등등이 있는데, 이 중 오늘은 '부두교에 너무 심취하지는 말게.'를 뽑아 봤습니다. 언데드의 시대와도 조금 연결되겠네요.
추억팔이는 이 정도로 끝내고. 본론 넘어가겠습니다.
2. 본론
(1) 부두교의 핵심 콘텐츠 : 좀비(Zombie)
부두교 관련 콘텐츠 중 현대사회에서 가장 널리 알려졌고 또 가장 큰 문화현상을 일으킨 건 역시 '좀비'입니다. 전세계를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부두교와 별 상관 없는 대한민국 / 일본 등의 나라에서도 크게 유행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좀비는 원래 '은잠비'라는 아프리카 신의 이름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합니다. 유럽의 대(大) 식민지 시대에 아프리카 사람들이 대량으로 납치되어 아메리카 대륙으로 강제 이동한 뒤 노예가 되었는데, 이 때 아프리카 토속 신앙이 부두교로 변형되었고 은잠비 신과 관련된 신화적 설정도 함께 변형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신대륙으로 납치되어 온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노예로 부리면서 술+마약 등등을 먹였는데 이로 인해 정신을 잃고 멍하니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이미지가 정착되면서 우리가 아는 좀비(Zombie) 컨셉이 완성된 거라고 하네요.
초기의 좀비는 매우 느리고 둔해서 어지간한 인간들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아니죠. 월드워Z, 부산행 등 현대콘텐츠의 좀비들은 엄청 빠릅니다. '인간 지능이 남아 있어서 탱크와 헬기를 쓸 수 있는 군인 좀비'도 나왔다고 하던데, 이 정도면 인간들이 당해내기 어려울 겁니다.
뭐, 주인공을 좀비로 설정하는 웹소설도 꽤 있습니다만 저는 제 하꼬소설 내에서 좀비 콘텐츠를 그렇게 많이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이 암흑마법을 배우면 좀비+스켈레톤+좀비늑대 등을 소환할 수 있지만 그냥 최하급 소환 몹이라 몸빵으로 쓰고 버리는 정도? 그러다 가끔 판타지 세상에서 농사지을 일이 있으면 무료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정도? 그 정도로 끝냅니다.
오늘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좀비가 아닙니다. 부두교에 심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진짜로 강조하고 싶은 콘텐츠는... 인형(人形)입니다.
(2) 부두교의 추가 콘텐츠 : 인형. 특히 '사탄의 인형'
기존에 영화 등 문화콘텐츠에서 부두교를 다룰 때, 좀비 외에 '저주인형'을 출연시키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한국~일본 등의 저주 주술과 비슷하게 조그만 인형에 바늘을 찌르면 그 인형과 연결된 사람이 고통받는다거나 뭐 그런 식이었죠.
이러한 저주인형 컨셉은 원래 부두교에 없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냥 현대의 영화에서 임의로 추가한 설정이었는데 이게 나름 부두교와 잘 어울려 보였는지 널리 확대된 거라고 하네요.
이렇게 저주인형 컨셉이 진짜 부두교 의식의 일환인 것처럼 확대되던 중... 공포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작이 탄생합니다. 바로바로~~ [사탄의 인형]이죠. 두둥!
사탄의 인형 1탄은 제가 중학교 때 나왔던 것 같습니다. 당시 비디오대여점에서 테이프 대여받아 봤었는데요. 장난 아니었습니다. 중딩 때 봤는데도 무섭더군요.
(오래된 영화니까 그냥 스포일러 하겠습니다.)
한 흉악범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 백화점으로 숨어드는데, 그는 원래 부두교에 심취한 인간으로 각종 주술을 배운 자였습니다. 이 흉악범이 생각해 낸 마지막 수단이 '인형에 들어가는 것'이었죠.
부두교의 주술대로 인격을 옮기는 의식이 시작됩니다. 흉악범은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매우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하고 밝은 이미지의 인형 안으로 들어갑니다. 원래 이 인형은 평화로운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흉악범이 들어간 인형의 이름은 '처키'로 바뀝니다.
겉모습은 60cm 가량의 순진무구한 인형이지만 내면은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 학살자인 '처키'. 처키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사람을 죽이기 시작합니다. 인형이 사람 죽일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피해자가 늘어 갑니다.
그런데... 당연히 싸이코패스 인형살인마가 승리하는 걸로 끝낼 수는 없겠죠. 처키에게도 약점이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약점이 생겨납니다. 처음에는 완전한 인형 몸이었으나, 인간의 인격을 주입한 이상 '서서히 인간 몸으로 변해간다'는 약점이 생기는 겁니다.
처키는 인형 몸이 완전하게 인간 몸으로 바뀌기 전에 또 한 번 인격을 옮기려 합니다. 이번에는 처키 인형을 구입한 소년의 몸이 목표였죠. 소년은 어차피 형사책임 면제니까 사람 막 죽여도 처벌 안 되니 좋았쓰!
물론 처키 의도대로 안 됩니다. 인간 몸으로 변해 가는 처키는 '심장'이 생겨 버렸고, 치명상을 입은 형사가 분노의 총알빵을 날려 처키의 심장을 저격합니다. 그럼 내가 니 심장에 탕탕 후루후루 탕탕 후루루루루 단짠단짠.
처키 사망. 해피엔딩... 인 줄 알았는데...
1편이 대히트를 치자, 2편이 나옵니다. 사망한 처키 인형을 녹여 다시 같은 종류 인형의 원재료로 썼는데 그 새로운 인형에 처키의 영혼이 깃들었다는 카더라 설정으로 2편이 시작됩니다.
그 이후에는 뇌절 안드로메다 행. 대충 3편 정도까지 봤는데, 7~8편까지 나온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처키가 결혼해서 아내가 생기고 인형 자식까지 태어나는 듯 한데, 이 정도면 공포영화가 아니라 개그영화입니다... 박수칠 때 그만뒀어야 하는데 말이죠;;
아무튼, 사탄의 인형 콘텐츠는 부두교의 저주인형 컨셉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인형조종술'을 넘어 '인격을 가진 인형'이라니. 어머 이건 받아들여야 해.
인격을 가진 인형 컨셉. 어디에 적용해 볼까요?
저라면 '리얼돌(Real Doll)'에 적용하겠습니다.
(3) 부두교 인형 콘텐츠의 발전 방향 : 리얼돌
일단 저는 리얼돌 실물을 본 적이 없는데, 사진으로만 봐도 매우 무섭습니다. 중딩 때 사탄의 인형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런지 실제로 보면 엄청 무서울 것 같아요. 밤에 같이 있으면 훅 일어나서 명치에 칼 꽂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뭐 그렇습니다.
그렇긴 한데... 리얼돌에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뭐 자동차 등 기계에 성욕을 느끼는 메카필리아(?) 같은 이상성욕도 있다고 하고 차별금지법 제정해서 동성애뿐만 아니라 근친 수간 기계간 인형간 벽간 똥간 다 인정하겠다는 세상인데 리얼돌성애 정도는 아주 양호하죠.
특히, 차별금지법 지지하시는 분들은 리얼돌 반대하시면 안 됩니다. 그건 논리모순이에요. 차별금지법은 딱 동성애 양성애까지만 보호하는 게 아니라 "~등"을 붙여서 '모든 성애의 형태를 다 동등하게 대우해 주겠다'고 선언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근친 수간도 보호되는데(개 고양이 닭 뱀 이구아나 거북이 지렁이까지 다 붕가붕가 코와붕가 하실 수 있습니다. 다 보호됩니다), 인형성애만 배제한다고 하면 본인이 멍청하다고 셀프인증하는 꼴 밖에 안 되겠죠.
(* 물론 이렇게 설명해 줘도 "리얼돌은 강간예비인형이라구욧 빼애애액!" 외치는 뇌 없는 분들이 나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하실 때 51조 3항인가 뭐 그 언저리에 있는 최소 500만원 손해배상 규정에 '법인'을 빼 주시고 일반 자연인 1명 1명에게 다 적용되도록 확대해 주세요. 리얼돌 반대하는 뇌 없는 분들에게 모두 500만원 손해배상 크리티컬 먹여 드리겠습니다. 집에 리얼돌 하나만 사 놓으면 전국 뇌 없는 사람 상대로 각각 500만원씩 뜯어내고 그 중에 집행 가능한 재산 보유자 10%만 추려도 수백억 벌 수 있습니다. 저를 재벌로 만들어 주세요!
-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웹소설 사이트에서 [근친으로 재벌까지] 또는 [행복패밀리 재벌 도전]으로 검색해 주시면 됩니다. 짧은 홍보^^)
아무튼, 리얼돌은 나름 리얼합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성의식이 왜곡된다구욧 빼애애액!"을 외칠 수도 있겠지만 위 괄호 안에서 얘기한 대로 차별금지법 확대시행될 때 손해배상 크리티컬 처맞을 각오 하시고. 즐길 사람은 즐기도록 합시다.
그런데... 이 리얼돌이 리얼한 수준을 넘어 정말 현실에서 리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리얼(Real) 인격을 갖기 시작한다면?
아마 '좀비'도 함께 출연하겠죠. 둘 다 부두교 콘텐츠니까요.
리얼돌 vs 좀비. 그 웅장한(?) 대결이 시작됩니다. 부두교에 심취한 한반도 어느 작은 나라, 헬오브지옥 국가에서 리얼돌과 좀비의 대결이 펼쳐질 겁니다.
리얼돌을 사랑하는 순정남(?)은 그 리얼돌의 활약으로 구원받을 것이요, 리얼돌을 탄압하던 뇌 없는 선택적 뷔페미니즘 신봉자들은 좀비에게 물어뜯길 것이니. 좀비세상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모두 리얼돌을 사랑하라. 인형을 너의 몸처럼 아끼고 돌보거라.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막판에 좀 많이 나갔네요;; 뭐 특정 종교를 비하하려는 건 아닙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종교를 다 싫어하고 또 모든 종교를 동등하게 보거든요. 아멘 나무아미타불 인샬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지성체에게 축복과 저주를.
리얼돌을 사랑하는 남자가 좀비 세상에서 구원받는 이야기. 이것도 언젠가는 쓸 겁니다.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