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특정 웹소설 사업자의 법인명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상법에 근거한 상사법인 회사의 경우 그 법인명을 언급하거나 / 법인의 영업정책 등을 정당하게 비판하는 것으로는 명예훼손이 되지 않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얼마 전 웹소설 사업자 '조아라'에서 공모전이 진행되었습니다. 어디나 그러하듯이 웹소설 공모전에서는 '특별상'을 주는데요. 조아라의 공모전에서도 특별상이 있었습니다.
또한 어디나 그러하듯이, 조아라 공모전에서도 특별상 선정 기준은 [내부심사 100%]입니다. 즉, 조아라 마음이라는 거죠. 조회수 0인 작품도 조아라가 보기에 괜츈하면 특별상 줄 수 있어요. 이론적으로는 그러합니다.
그리고, 주로 '19금'이 대세인 월정액제 웹소설 시장에서는 19금 작품이 대상/최우수상 등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특별상은 전체관람가 작품에게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19금 원툴로만 밀어붙일 수는 없으니 전체관람가 작품도 어느 정도 키워야 하고, 회사 마음대로 줄 수 있는 특별상을 전체관람가 작품 육성용으로 활용하는 건 좋은 정책이죠. 이 정책 자체에는 적극 찬성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 이 '회사 마음대로'라는 기준을 진짜로 회사 마음대로 운영한다면... 공모전에 참여해서 나름 열심히 글 쓴 작가들은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겠죠?
- 거기에 더해, 공모전 출품작과 무관하게 이미 3년 전에 완결한 작품으로 독자호소인에게 신고당하고 AI챗봇 수준도 안 되는 것 같은 PD에게 경고 먹었다면 더더욱 안 좋게 생각하겠죠?
- 그렇게 해 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약 제안을 하면 상당히 빡치겠죠?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바로 저, 테서스에게.
이번 조아라 공모전에서 저는 전체관람가 작품을 출품했습니다. 뭐 제가 19금 영역에 환멸을 느꼈다거나 하는 건 아니구요. 회사를 옮겼는데 새 회사에서는 업무시간에 19금 쓰기가 부담스러워서 전체관람가 쓰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공모전 기간 중 나름 조회수가 잘 나왔어요. 19금을 포함한 전체 순위에서는 많이 밀리지만 전체관람가 작품만 따로 모아서 보면 그럭저럭 상위권이라고 할 만 했습니다. 제 설명충 습관 때문에 역사 파트 설명이 길어져서 대중성은 많이 부족한 편이었지만 그걸 받아들여 주시는 독자님들께는 괜찮게 봐 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공모전 수상작에는 제 작품을 포함한 전체관람가 상위작들을 다 제치고 소위 '심해작'이 선정되었습니다. 조회수로 비교하면 전체관람가 1위 작품의 1/30 정도인 작품이 특별상을 받았죠.
이 와중에 저는 공모전 출품작과 무관하게 3년 전에 완결한 작품으로 독자호소인 신고를 당했고, 2년4개월 전에 비슷한 문제로 다퉜던 PD에게 반박 주장을 한 뒤 업무시간 기준으로 1~2시간 내에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공모전 수상작 발표 이틀 전 일이네요.
그러고 나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약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거절해야죠.
계약 제안 거절 메일을 아래에 붙여넣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화나는 일이었는데, 웹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님들 /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판단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안녕하십니까 PD님. 메일 받은 테서스 입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금번 노블X프리 계약 제안은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유가 뭔지 궁금하시지는 않겠지만 간략히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공모전 특별상 수상 기준에 대한 의문('의심'으로 읽으셔도 좋습니다.)
모든 공모전이 그러했듯이, '특별상'은 조아라 내부심사 100%로 선정되고 조회수와 무관하며 대부분 '전체관람가' 작품이 1~2개 선정됩니다.
이번 공모전도 남성향 쪽에서는 전체관람가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수상 발표 당시 조회수 1400회 정도였던 작품이 선정되었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해당 수상 작가님께는 죄송스러운 말씀입니다만, 그 수상 작품이 소재의 참신함 / 확장성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내용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제목 및 작품소개로 유추하건대, 퓨전 장르로서 현대식 건물이 던전으로 기능하는 방식 같은데요.
이 소재가 참신한가요? 제가 조아라 활동한 지 6년 됐는데 신참 때부터 '현대 건물 = 던전' 설정은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소재의 참신함으로 따진다면 금번 공모전 출품작 중 '조선에서 새벽배송'이 가장 탁월했습니다. 그 작품을 읽은 독자님들도 그런 의견이셨구요.
전체관람가 중 조회수만 따진다면 '신급 스틸러'(제목을 바꾸신 것 같습니다만 초기 제목으로 지칭하겠습니다)가 최고였습니다. 공모전 종료 당시 4만회가 넘었고 사이다 전개로 인기가 많았죠.
주제넘은 얘기지만 제 작품 '조선의 대항해시대'는 조회수 기준으로 새벽배송과 엇비슷했고 / 선작 수는 조금 더 많았습니다.
물론 대항해시대 회귀 자체는 참신하다고 볼 수 없어서 '소재의 참신함' 을 기준으로 한다면 새벽배송이 받는 게 맞고, 독자 인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신급 스틸러가 받는 게 맞습니다. 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즉, 이번 공모전 특별상을 새벽배송 / 신급 스틸러 중 하나가 받았다면 모두가 납득했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조회수 1400회 / 선작 25개 정도의 작품이 받았죠. 수상 이후에는 조회수도 오르고 선작도 늘었겠지만, 수상 발표 직후에는 저 정도였습니다.
뭐, 조아라 자체적으로 탁월한 안목을 발휘하셨겠죠. 미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묻혀 있는 명작을 발굴하셨을 겁니다.
그럼 그 명작 밀어 주시면 됩니다.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경쟁하던 전체관람가 상위권 작품들은 사뿐히 물러나 드려야죠.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2. 공모전 시기에 맞춘 듯한 독자호소인 신고와 사전에 짜맞춘 듯한 조아라의 대응 처리 (이것도 제 의심입니다.)
조아라에 Manager 랩소디 님이라는 PD분이 계십니다.
고객센터 질의에 답변 주신 걸 보면 1명이 아니고 '기존 랩소디 님 퇴사 후 다른 분이 이어받았다'고 하시는데, 조아라 내부적으로 퇴사자 아이디를 물려받는 관행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뭐 제가 확인할 수도 없으니 넘어가도록 하죠.
약 2년4개월 전, 다른 공모전에 제가 19금 작품으로 참가했을 때 제 작품이 미성년 성묘사로 신고당했다고 하면서 습작 처리 경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 때 당시 '여성향 피폐물 수천개를 방통위에 신고하겠다'고 경고했었고, 결과적으로 제 작품은 무사히(?) 완결했습니다. 뭐 당연히 상을 받을 수는 없었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됐어요.
이 사건 당시, 제 작품 순위가 남성향 내부적으로 3~4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19금이니 특별상은 받을 수 없었겠죠. 순위가 낮으니 대상/최우수상은 당연히 안 되구요.
이 때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19금에 미성년 성묘사가 있는데 특별상 주면 안 되겠죠. 그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 공모전 수상 발표 직전인 9. 30.에 제가 완결한 지 3년 넘은 다른 작품이 신고당했습니다. 이번에는 '근친'이네요.
랩소디 PD님의 쪽지를 받은 직후 바로 '근친' 키워드로 검색했는데, 조아라에 근친 키워드 가진 작품이 1721개입니다. 17개가 아니예요. 1721개입니다.
그 많은 작품 중에서 / 완결한 지 3년 넘은 작품을 콕 찝어서 / 최근에 더 피폐물로 치닫고 있는 여성향은 다 제쳐 두고 / '독자호소인 신고' 원툴로 제재처분 경고를 한다?
뭐 제가 바로 반박했습니다. 그랬더니 업무개시 후 1시간 조금 넘은 시점에서 답변이 오더군요. 랩소디는 사실 퇴사 후 아이디를 물려받은 직원이고, 제재처분 경고는 철회하겠다고 합니다.
이거... 우연일까요?
Hoxy 조아라 내부적으로 신고 받은 작가의 작품은 공모전 수상 심사에서 제외하도록 되어 있어서 의도적으로 독자호소인 신고를 만들어 냈다는 의심이 들지 않나요?
물론 증거는 없습니다. 제가 조아라 직원이 아닌 이상 증거를 채증할 수도 없어요. 진실은 조아라 내부에서만 알 것이고 대외적으로 공개하지도 않겠죠.
뭐, 상관없습니다. 제 기분이 더럽다는 게 중요할 뿐입니다.
3. 결론 : 조아라 측의 노블X프리 제안은 거절하며, 향후 제 나름대로 적절한 대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공모전 특별상 수상 기준에 대한 의문, 매우 시기적절하게 공모전 기간 중에만 집중되는 독자호소인 신고 및 AI챗봇보다 못한 수준의 경고절차와 반박 즉시 꼬리 내리는 행태.
이걸 2일 동안 몰아서 경험한 작가에게 노블X프리 계약 제안을 주셨다면... 거절하는 게 당연할 겁니다.
(물론 메일 주신 PD님께 항의하는 건 아닙니다. 아마 업무영역이 다르실 것 같네요. 괜히 당사자도 아닌 분께 화풀이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모든 직장생활이 그렇듯이 같은 회사 소속인 게 죄입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당장 조아라를 떠날 건 아닙니다. 지금 남성향 웹소설 시장에서 조아라의 대체재는 노벨피아밖에 없는데, 저는 노벨피아의 19금 정책에 극렬히 반대하는 입장이거든요.
조아라에 올린 작품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고, 추후에도 공모전이 있으면 계속 출품할 예정입니다. 일단은 그러합니다.
다만, 대안이 있다면... 떠날 수도 있겠죠. 연재작품 완결 전에 매니지먼트 등을 통해 제안을 받는다거나 등등.
일단은 제 작품이 완결 때까지 조아라에 묶이지 않도록 할 예정입니다. 노블X프리 및 완결독점연재 조건이 붙는 계약은 피해야겠죠.
(* 참고로, 이 답신 글은 브런치스토리 등에 동일 내용으로 게시될 수 있습니다. 조아라 자유게시판에 바로 올리는 건 자제하겠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 자체는 표명해 두고 싶네요.)
조아라에서는 탁월한 안목으로 신작 발굴하셔서 그 작품 중심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