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그러하듯이 제목을 과격하게 뽑았습니다. '미친개를 잡는 건 더 미친개'.
뭐, 직장생활 수준에서 '미친개'라고 해 봐야 별 거 없습니다. 별안간 길 한복판에서 칼 빼들고 아무나 푹푹 쑤시는 미친개를 직장생활 중에 만날 가능성은 극도로 낮죠. 어디 변호사 사무실 근무하는 분들은 약간이나마 가능성이 더 높으시겠지만(;;) 일반 직장인은 그 정도로 미친개를 만나긴 어렵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직장생활에서 함부로 선을 넘는 인간들]을 '미친개'라 정의(定義)하겠습니다. 용어를 '직장인 빌런' 정도로 순화(?)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냥 '미친개'로 부르겠습니다.
직장인 빌런 or 미친개. 일단 당할 때에는 미친개한테 물린 느낌이 들긴 해요. 물리적으로 상처가 나는 건 아니지만 엄청 기분 더럽죠. 돈 벌려고 출근했는데 어디 소시오패스 쓰레기가 헛소리 찍찍 내뱉으면 당연히 기분 더럽습니다.
또한, 이 미친개들은 '헛소리'로 끝나지 않습니다. 녹음 문화(?)가 도입된 이후로 말 자체를 함부로 하는 미친개는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삐딱한 태도]로 사람 빡치게 만들기도 하죠.
뭐, 결론은 이미 제목에 써 놨습니다. [미친개를 잡는 건 더 미친개].
당신이 다니시는 직장에 미친개가 있습니까? 그럼 '더 미친개'로 때려잡아 주세요. 당신 본인이 스스로 '더 미친개'로 개체진화하여 확 모가지를 물어 뜯어 버리십시오. 그럼 미친개는 곧바로 꼬리 내립니다.
살짝 구체적으로 말해 보죠.
어떤 직장 A에 '미친개'가 있습니다. 평소 주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불량해요. 반말은 기본. 앉아서 얘기할 때 거만하게 턱을 까딱거리거나 / 대놓고 인상을 쓰거나 / 사람 꼬라보는 건 옵션으로 장착. 물론 이 옵션은 자기 윗사람에게 발동하지 않고 미친개 내면 기준으로 '아랫사람이거나 만만한 사람 한정'으로 발동.
이런 미친개들의 공통된 특징은...
- 일을 안 한다. 특히, 생색낼 게 전혀 없이 뒤치닥거리만 해야 하는 일은 극단적으로 피하고 다른 사람에게 밀어 버리려 한다.
- 일을 밀어 버릴 때의 태도가 매우 건방지다. 아랫사람이나 만만한 사람에게 미룰 때에는 조직의 업무분장 이딴건 조까라 마이신 먹여 주고 더더욱 건방지고 거만하게 일을 떠민다.
- 생색낼 만한 일은 어떻게든 숟가락을 얹으려고 발악한다. 심지어 남에게 떠밀었던 일이 갑자기 잘 되면 뒤늦게 자기도 뭔가 기여한 것처럼 만들려고 난리친다.
정도겠네요.
조직이론에서는 이런 미친개들을 '썩은 사과'로 비유합니다. 사과는 다른 과일에 비해 '에틸렌'을 더 많이 뿜어내기 때문에 사과랑 다른 과일을 섞으면 다른 과일들도 더 빨리 후숙되는데, 이런 사과가 썩어버렸다면 뭐... 냉장고 과일 전부 다 썩는 거죠.
조직관리자가 썩은 사과 미친개들을 빠르게 찾아내서 제거해 주면 가장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게 잘 안 됩니다. 미친개들은 일단 생색내는 일에 집중하는 데다 눈치가 좋은 편이라 계속 조직관리자에게 잘 보이려 하고, (본질적으로 남들의 인생과 가치관에 별 관심 없는) 조직의 특성상 이런 미친개의 속성을 파악하는데에 몇 년 걸립니다. 그 동안 미친개 주위의 정상인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고 몇몇 사람들은 함께 썩어버리죠.
분명 썩은사과 미친개가 확실한데 조직관리 차원에서 아직 개입하지 못할 때. 저 새끼가 깐족깐족대며 계속 선을 넘고 있는데 당장 뭔가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때.
이럴 때에 '더 미친개'를 출격시켜야 합니다. 모든 인간이 본질적으로 육식동물이고 2만 년 전에 매머드 코끼리를 다굴쳐서 잡아먹던 포식자였다는 사실을 되살려, 각자 내면에 잠들어 있는 '더 미친개'를 끌어내야 합니다.
미친개의 목줄기를 물어 두 번 다시 짖지 못하게 만들어 줘야 합니다.
다른 글에서 몇 번 언급했는데, 저는 '변호사 자격이 없는 회사원'으로서 법무담당을 맡고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지원부서]죠.
지원부서의 장점은 '업무를 주도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단점 또한 '업무를 주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법무 일이 잘 된다고 해서 법무담당 혼자 성과를 처묵처묵 할 수 없어요. 현업이 성과를 올리는 것이고 법무는 보조하는 걸로 끝나죠.
그리고, 가끔은 '일 떠넘기려는 미친개'를 만나게 됩니다. 또라이 불변의 법칙에 따라 이런 떠넘기기 미친개는 일정 확률로 꼭 존재해요. 어느 회사에나 다 있습니다.
법무에 일 떠넘기려는 미친개. 잘 될까요?
그럴 리 없죠. 법무담당은 직장생활 내내 '입증자료 수집'과 '상대방 주장 반박'을 하는 사람이고, 책임회피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법무담당이 회피기동 시작하면 좀처럼 요격하기 어렵죠^^.
법무에 일 떠넘기려는 미친개가 있을 경우, 저는 곧바로 '더 미친개 모드'를 발동합니다. 이런 미친개들은 말투 / 태도 / 업무성실성 등에서 많은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약점 중 하나를 물어뜯고 공개적으로 난리치면 곧바로 깨갱 소리 냅니다.
금요일이네요. 살짝 업무를 내려놓고 일 하는 척 하는 날입니다^^.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