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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무개 Sep 20. 2024

삼색 벽지와 누런 베갯잇

나는 흰 차렵이불을 개켜

모르는 새 누레진 베갯잇

개킨 이불을 다시 펼쳐

죽은 이의 얼굴에 흰 천을 덮듯

누런 베개를 죽여


할로겐전구는 캔들을 녹여

아니, 내 마음을 녹여

마음이 녹아내려 저만치 저만치 흘러내려

마음이 있던 자리에 바람이 들어

휑하니 자꾸만 바람이 들어

바이킹에서 내리지 못한 사람처럼 연신 차가운 울렁거림을 느껴


제멋대로인 삼색 벽지의 향연

누추하고 난잡한 셋방살이

이곳의 장기수는 오직 나 하나


조금은 고독해

근데 그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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