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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무개 Sep 27. 2024

겨울이 온다

느닷없는 공명이 귓속을 헤집었다

잦아들다 다시 시작되는 것의 반복이었다

끝내 응축된 진동이 고막을 터뜨렸다

고막의 파멸에는 수많은 메아리들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떠벌린 말도 있고

내 말이 아닌 말도 있었다

마지막에 가서는 반복되는 운율에

노랫말인 줄 알았다


버스 창문에 새끼발톱만한 새똥이 덜렁 굳어있다

덜컹거리는 얇은 창에 기댄 어깨가 이토록 시릴까

창밖의 가로수와 어둑한 하늘에

원소기호들이 번쩍였다

원자와 원자가 결합된 모든 것들이 서글펐다

터진 고막 안으로 뜨끈한 눈물이 미끄러져 들어갔다


차창에 고흐가 비쳤다

고흐가 버스 좌석에 웅크리고 있다

눈물을 훔치고는 이내 빨간 벨을 울려 달아났다


바람이 매섭다

겨울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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