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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무개 Nov 04. 2024

흉작

가물어 퍼석퍼석 갈라진 마음

채워지지 않는 슬픔이여


눈 돌리면 기깔나게 자란 황금빛 벼와 알찬 배추 같은 것들이 시야를 채운다

너희들 땅은 항상 풍족하고 윤기마저 흐르는구나


엉엉

메마른 밭고랑에 홀로 주저앉아 훔쳐대는 눈물이라

어찌 올해도 나는 흉년이냐 쭉정이 인생

되풀이되는 흉작에 주저앉은 농부의 한탄 같은 울음


이날 위해 비축해 둔 숨 푹 몰아쉰 다음

바짓단 툭툭 털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눈물은 좀 더 흘려야지

이것으로 밭고랑에 물을 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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