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아 조인순 작가 Jul 14. 2024

불멸의 지혜

  점심 약속이 있어 아침을 굶고 나갔다. 점심을 거나하게 얻어먹으려고 아침을 굶고 나간 게 아니다. 양이 적은 필자는 아침을 먹고 나가면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양이 적으니 먹는 게 부실하다. 그런 필자를 보고 다들 한 마디씩 한다. 돈 아까우니까 팍팍 좀 먹으라는 사람도 있고. 이것저것 챙겨주며 음식을 가져다 필자 앞에 산처럼 쌓아놓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약속이 있는 날에는 아침을 굶고 나간다.


  주위에서 챙겨주니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필자는 먹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뭐든 가리지 않고 소량의 음식을 감사히 잘 먹기는 하지만, 먹는 것을 즐기거나 식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위적인 단 음식은 좀 가린다. 누군가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고 묻는다면 살기 위해 먹는다고 답할 것이다.


  제때 음식을 먹어주지 않으면 속이 쓰리고 아프다. 식사는 몸을 위해서 때가 되면 일정한 음식을 섭취한다. 균형 잡힌 식단은 아니지만, 탄수화물과 단백질, 야채 위주로 먹는다. 과일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기 때문에 식사할 때 조금만 먹는다. 아침에 사과 반쪽, 저녁에 토마토 하나 정도.


  예전에 이유 없이 두통이 계속 돼 두통약을 달고 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통의 원인을 찾을 수가 없어 종합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탄수화물 부족으로 나왔다. 혼자 있으니 제대로 챙겨 먹지도 않고, 밥을 하루에 한 끼만 먹었더니 그런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탄수화물이 부족해도 두통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다음날부터 적은 양이지만 하루에 두 끼는 꼭 밥을 챙겨 먹는다. 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나서는 신기하게도 더 이상 두통은 없었고, 두통약도 끊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인 덕분에 약을 먹지 않아도 된 것이다. 밥이 보약이란 말이 맞는 말이다. 탄수화물이 너무 과해도 모자라도 우리 몸에는 좋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어쨌든 필자는 음식을 먹을 때 배불리 먹지 않고, 급하게도 먹지 않는다. 음식을 급하게 먹으면 체하고, 배가 풀로 꽉 차면 숨쉬기가 불편해 몸이 무겁다. 그래서 몸을 부려먹을 수 있을 만큼만 음식을 섭취한다.


  몸에 에너지를 내는 것은 단백질이 아니고, 탄수화물이므로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날은 아침을 든든히 먹고, 반대로 움직임이 없는 날은 조금만 먹는다. 먹은 만큼 몸은 움직여야 하므로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으면 잉여 에너지로 남아 비만이 되는 것이다. 몸은 한번 망가지면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살찌기는 쉽지만, 살 빼기가 어려운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음식을 먹을 때 배불리 먹지 않고 군것질도 하지 않는다. 물 이외엔 음료도 마시지 않는다. 철저한 규칙과 절제로 균형 잡힌 몸을 위해 하루에 2시간은 심장이 빠르게 뛸 만큼 몸을 움직여 몸에 쌓인 독소를 땀으로 배출하고, 정해진 시간에 소량의 음식을 섭취하고, 정해진 시간에 몸에 쌓인 찌꺼기를 버리고,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이다. 이것이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오래도록 몸을 부려먹을 수 있는 불멸의 지혜다.           



작가의 이전글 산 벚꽃 같은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