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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조인순 작가 Aug 14. 2024

두 번 피는 꽃

계절이 여름이라는 길목을

지나가고 있을 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목화 꽃이 폈다

하얀색과 보라색이 어우러져

화장기 없는

여인의 얼굴처럼 단아하고 아름답다    

 

빈부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포근하게 덮어주고 입혀주는

어머니의 사랑 같은 목화

배고플 때 목화다래를 따먹고

여름엔 꽃으로

가을엔 새하얀 솜꽃으로

청춘과 노년에 두 번 피는 꽃    

  

아랫마을 딸부자는 해마다 목화를 심었다

하얀 솜꽃이 피면 이불을 만들어

큰 딸을 시집보내고, 작은 딸을 시집보내고

딸들을 모두 출가시킨 딸부자 부부는

목화솜 같은 하얀 꽃이 머리 위에 피어나고

어느 해 겨울밤 따뜻한 솜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워 황천 강을 건너갔다고...     

 

우리의 일생과 함께하는 목화

세월의 뒤안길에서

우린 더 이상 목화솜을 따기 위해

목화를 심지 않고

화초로서 명맥만 이어가며

먼 나라 사람들의 손을 빌려 목화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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