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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흠 Oct 20. 2024

느리지만 멀리 가기 - 개인의 역할

느리지만 멀리 가기 - 개인의 역할

[개인의 역할] 

1. 본인의 상태를 체크해라. 

2. 구조를 만들어서 싸워라. 

3. 탭은 상대 기술에 대한 존중이다. 


[본인의 상태를 체크해라] 


스파링 시 꼭 알아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자신의 상태를 항상 체크하라는 것이다. 사람의 눈은 제2의 뇌라고 부를 정도로 시야의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많은 초심자들이 하는 실수가 자기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파링 시 눈에 뭐가 보이는가? 맞다 상대방이 보인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으로 상대방을 좇기 바쁘고 머릿속엔 온통 상대방 생각뿐이다. 정작 본인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고 중심은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등등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리 날아가고 저리 날아가고 어떻게 기술이 들어온지도 모르게 기술에 걸린다. 주짓수는 다행히 다른 무술에 비해 누르던 깔리던 상대방을 끌어안고 잠시 멈춰있는 고착 상태가 많다. 그럴 때 본인의 호흡을 다시 재정비하고 본인의 상태를 점검해 보는 연습을 해보자. 핸드폰으로 스파링 영상을 찍어 본인의 상태를 체크해 보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다. 


[구조를 만들어서 싸워라] 


앨리오 그레이시의 제자인 페드로 사우어의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그레이시 가문이 처음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넘어가 자리를 잡을 때 얘기를 해주셨다. 그 당시 덩치 큰 보디빌더, 레슬러 등 미국인들이 도장에 찾아와 도전을 했다고 한다. (유튜브에 페드로 사우어 대 보디빌더 영상 참고) 그때 그레이시 가족들과 페드로 사우어 사범은 본인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센 도전자들을 주짓수의 지렛대 원리를 사용하여 패배시켰고 만약 그러한 지렛대 원리를 사용하지 못했다면 미국인들에게 패배하여 다시 브라질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재밌는 경험담을 얘기해 주셨다. 이렇듯 주짓수의 기본 원리는 지렛대 원래이다. 

앨리오 그레이시는 주짓수의 3가지 필수 요소로 

1. 실전성 

2. 에너지 효율성 

3. 자연스러운 움직임 

을 말씀 하셨다. 실전성이란 말 그대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은 기술이 아니다.

에너지 효율은 실제 싸움에서의 체력 관리를 얘기한다. 주짓수 또는 격투기 시합은 심판과 시간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전력을 다하고 지쳐도 시간이 싸움을 멈춰주고 위험한 상황에선 심판이 싸움을 멈춰준다. 하지만 실전 싸움은 심판도 시간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체력 관리를 하지 못한다면 그 싸움은 진 것이다. 대부분 길거리 싸움을 보면 흥분해서 상대를 향해 온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두른다. 그 주먹에 상대가 KO 된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고 서로 주먹을 몇 번 휘두르다가 지쳐서 엉켜 붙기 시작한다. 이런 식의 싸움 방식으로 얼마나 싸울 수 있을까?? 30초? 1분?? 프로 선수들도 1분간 전력을 다해 주먹을 휘두르면 지친다. 그래서 실제 싸움에선 에너지 효율 즉 체력을 관리하는 전략을 배우고 훈련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이것을 언제 훈련할까? 맞다. 바로 스파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파링은 평균 5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진행하기 때문에 지쳐도 시간이 멈춰준다. 매번 이런 식으로 훈련한다면 도움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체육관에서 시간 없는 스파링을 많이 진행한다. 그리고 서브미션이 나오지 않는다면 끝나고 더 지쳐 있는 사람이 진 것이라고 얘기한다. (물론 스파링에 승패는 없지만 실전에서라면 더 지친 사람이 싸움에서 졌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마지막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란 기술은 크던 작던 마르던 뚱뚱하던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주짓수는 너무 시합을 위한 기술 위주로 발전하여 잘 못 된 방식으로 훈련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시합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술들은 시합에서 승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들이 많다. 베림보로 , 50/50, 웜가드 등등 시합에서 승리에 큰 기여를 하는 기술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을 사용하기에 맞지 않는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짓수 입문자들이 대부분의 체육관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시합에 맞춰져 있고 입문한 체육관이 그런 스타일만을 지도한다면 무엇이 맞는지 안 맞는지도 모르게 기술을 배워 나간다. 그렇게 신체에 맞지 않는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몸에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고 어느 순간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사례를 얘기하자면 예전에 같이 운동하던 분이 매트에 발을 딛었는데 무릎인대가 끊어진 적이 있었다. 진짜 원인은 평소 무릎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다 터진 것이다. 이렇게 무릎, 허리, 목 등 몸에 무리가 가는 기술들을 체육관에서 가르쳐 준다고, 유명 선수가 사용한다는 이유로 함부로 따라 하면 오래 주짓수를 할 수 없다. 이런 기술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조 (프레임)을 만들어 싸우는 것이다. 사이드에 깔렸을 때 팔의 프레임을 만들어서 방어하는 법, 압박을 할 때 힘이 아닌 몸의 구조를 만들어서 압박하는 법 등 구조를 만들어서 싸우는 방법을 익혀야 나도 파트너도 부상 없이 오래오래 안전하게 주짓수를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글로 알려주기 어려운 부분들이라 나의 유튜브(주짓수백신)와 인스타를 통해 영상을 보거나 세미나 소식을 확인하고 내가 진행하는 세미나에 참석하면 배울 수 있다. 


[탭은 상대 기술에 대한 존중이다] 


앞서 탭을 잘 치려면 스파링을 하기 전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은 절대 탭을 안치는 경우가 있다. 초크는 조금 버텨도 당장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방어방법을 알고 있다면 방어를 최대한 해보지만 관절기는 다르다. 버티면 바로 부상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방어를 놓쳤다면 빠르게 탭을 쳐야 한다. 그래서 디펜스 테크닉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서브미션도 기술을 거는 단계가 있듯이 방어도 방어의 단계가 있다. 1단계에서 방어한다면 가장 좋은 방어라 할 수 있고 기술의 숙련도가 없는 사람은 2단계, 3단계까지 뚫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때 최종 단계까지 방어를 못 했다면 기술을 인정하고 빠르게 탭을 쳐야 한다. 주짓수를 몸으로 하는 체스라고 얘기한다. 체스에서도 상대가 '체크메이트'를 외쳤을 때 더 이상 다음 수가 보이지 않으면 항복을 한다. 이처럼 기술이 끝까지 들어가지 않았어도 다음 수가 보이지 않는다면 탭을 쳐야 한다. 몸부림치고 발버둥 쳐서 빠져나와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럴 거면 헬스장에 가서 바벨을 한번 더 들어라. 대부분의 체육관들이 너무 공격 기술 위주로 배우기 때문에 이러한 방어 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게 너무 아쉽다. 이런 부분들을 채워주고자 나는 [화이트 벨트를 위한 생존 프로젝트 세미나]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방어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웠다면 스파링 할 때 파트너에 따라 단계를 조절하며 훈련하면 큰 도움이 된다. 나와 비슷하거나 낮은 레벨의 파트너와 스파링을 할 때는 일부러 2단계 , 3단계까지 허용해주고 방어를 시작해 본다. 나보다 높은 레벨의 파트너와 스파링 할 때는 1단계에서 최대한 방어해 보는 훈련을 하면 성벽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힘으로 억지로 어찌어찌 기술에서 풀려나고 우쭐해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매번 이번 식으로 훈련하면 본인 보다 힘이 센 사람에겐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곤 주변에 “저 사람은 완전 힘짓수야 힘으로만 해”라고 말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속으로 ‘그게 너야’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방어를 하나씩 기술로 부수고 들어와 기술을 성공시킨 상대방의 기술을 인정해 주는 것이 탭이다. 탭을 안 치고 버티는 것은 상대방의 기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결코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 수 없다. 한 명 두 명 이렇게 스파링 하게 되면 그리고 이걸 관장님이 그냥 지켜보거나 오히려 부추기면 그 체육관은 시합장을 연상케 하는 경쟁 문화가 자리 잡히게 된다. 오래 주짓수 하고 싶다면 이런 체육관은 피하자. 나도 블랙벨트까진 이렇게 운동하다가 주짓수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고 특히 방어의 체계를 다시 공부하고 훈련하고 있다.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아직 숙달이 안된 기술들은 여전히 뚫리고 탭을 친다. 특히 선수부에서 훈련하는 사람들과 스파링 할 때면 빠른 탬포를 못 따라가서 방어가 뚫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그것대로 부족함을 알아차리고 많이 배울 수 있다. 방법을 모르면 본능에 따르게 된다. 방법을 배우면 방법을 찾아간다. 단계별 방어 방법을 배우고 탭을 쳐야 할 때를 배우자. 그리고 상대방의 기술을 인정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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