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맹수
주짓수에 입문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스파링 할 때 도무지 아무 생각이 안 나요"
왜 그럴까? 분명 기술 연습할 때는 곧잘 하던 기술이 스파링만 시작하면 잠시 집을 나갔다 온다. 이유야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흥분'이다. 주짓수 초보자들은 스파링만 시작하면 흥분한다. 평소 점잖았던 사람도 스파링만 시작하면 맹수로 돌변한다. 왜 이렇게 스파링만 하면 흥분할까?? 바로 두려움 때문이다. 상대가 나에게 어떤 기술을 걸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흥분하고 긴장되어 있다. 적당한 긴장감은 집중력을 올려주지만 과한 긴장감은 독이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폴 발레리는 "정상적인 사람이란 내면에 미치광이를 가두고 그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이렇듯 누구나 내면에 미치광이 또는 맹수를 가두고 있다. 그 맹수가 스파링만 시작하면 우리를 뛰쳐나오는 것이다. 키를 잃어버린 것이다. 아니 애초에 키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린 주짓수를 통해 이 맹수를 조련하는 법을 배우고 키를 손에 쥐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맹수를 조련할 수 있을까??
먼저 내면에 맹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언제까지 본인의 내면엔 착한 토끼만 살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 것인가 우리 내면의 세계엔 토끼도 있고 맹수도 있다. 주짓수 스파링은 이 맹수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해주는 정말 좋은 도구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화가 나는 일을 접하게 된다. 이때 잠들어있던 맹수가 깨어나면 평소엔 안 하던 우발적인 실수들을 저지른다. 주짓수를 통해 평소에 맹수를 잘 다스려놓으면 일상에서 우발적으로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
맹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맹수가 왜 날뛰는지 아는 것이다. 아무리 강한 맹수여도 본인보다 크고 강한 맹수를 만나면 두려움을 느낀다. 두려움은 자기 방어를 위해 흥분으로 바뀐다.
주짓수에서 디펜스를 강조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디펜스 능력이 좋아지면 상대가 나를 공격할 수 없다는 확신이 생긴다. 확신은 곧 자신감이 된다. 자신감은 여유를 만든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 'Inner peace'를 아무리 얘기해 봐야 소용없다. 방법을 알려주고 훈련을 통해 스스로가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제야 내면의 평화는 찾아온다.
주짓수는 실전에 정말 강한 무술이다. 아직 주짓수를 전혀 배우지 않은 처음 주짓수에 입문한 사람과 주짓수를 2년 정도 수련한 사람이 스파링 하는 모습을 보면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단기간에 확실한 차이를 보이는 무술은 주짓수가 유일할 것이다. UFC 선수였던 방송인 김동현도 유튜브에서 얘기했다. "복싱은 배우지 않더라고 본능적으로 주먹은 누구나 휘두를 수 있다. 레슬링도 신체조건이 좋으면 본능적으로라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주짓수는 본능이라는 게 안 먹히는 무술이다. 같은 기간을 두고 수련한다고 했을 때 최단 시간에 가장 효과를 내는 무술은 주짓수다"라고 말이다. 엘리트 전문 선수정도의 레벨로 올라가면 강한 사람이 강한 것이 되겠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일반인에게 적용한다고 했을 때는 백번공감하는 말이다.
때문에 주짓수를 통해 심신을 단련시켜 놓으면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시비나 싸움은 침착하게 웃으며 넘길 수 있다. 처음 시비가 붙으면 말싸움부터 시작한다. 이때 한 명이 흥분하면 반대사람은 더 크게 흥분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 서로가 몸집을 불리듯 흥분을 더욱 키워나가다 보면 신체적 싸움으로 발전된다. 앞서 얘기했듯 흥분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때 두려움에 흥분하기 시작하는 내면의 맹수를 컨트롤하고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다면 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나는 실제로 이렇게 여러 번 싸움을 진정시킨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