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는 알아차림의 무술이다. 처음 주짓수 스파링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흥분한다. 구기종목을 할 때와는 다른 흥분도에 깜짝 놀랄 것이다. '내가 이렇게 흥분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나...?' 주짓수는 이러한 본능을 알아차리기에 최고의 도구이다. 왜냐고? 매일 스파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싱, 킥복싱 등의 타격기도 그러한 본능을 알아차리기에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서로 치고받고 해야 하는 타격은 뇌에 대미지를 주기 때문에 매일 스파링을 하기 어렵다.(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나는 타격을 먼저 수련했고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주짓수는 안전하게 스파링 하는 방법만 교육받는다면 매일 해도 무리가 없다. 때문에 알아차림 연습 빈도를 훨씬 많이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주짓수를 통해서 알아차림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 주짓수나 복싱 스파링을 하는 사람은 미친 듯이 흥분한다. 흥분은 보통 두려움에서 온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 정도로 흥분하지도 않을 것이다. 왜 두려울까? 상대가 나에게 어떤 공격을 할지 파악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막아낼 능력이 아직 본인에게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주짓수 스파링을 할 때 사람의 오감 중 어떤 것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지 아는가? 미각? 상대를 맛보진 않으니까 패스... 후각? 냄새가 많이 나는 파트너를 만난다면 원치 않게 계속 사용하게 될 것이다. 내가 블루벨트 때 시합을 나갔는데 상대 선수에게 너무 향기로운 섬유유연제 냄새가 나서 순간 집중력을 잃어버렸던 경험이 있다.
청각? 시합이라면 세컨드의 얘기를 들어야 하니 어느 정도는 사용해야 될 것이다. 사람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각은 바로 시각이다. 평소에도 시각의 의존도가 70%가 넘는다고 한다. 가뜩이나 시각의 의존도가 높은데 스파링을 하면 모든 감각이 시각에만 집중된 것처럼 시각에 의존도는 말도 못 하게 상승한다. 스파링 할 때 눈에 뭐가 보이는가 바로 상대방이다. 눈으로 상대방을 쫓아다니기 바쁘다. 그러니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면 크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시각에 모든 의식이 쏠려있으니 머릿속에서 기술이 떠오를 리가... 더 큰 문제는 현재 본인의 상태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 자세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팔꿈치가 몸에 잘 밀착되어 있는지 아닌지, 중심이 한쪽으로 쏠려있는 건 아닌지 등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상대가 이쪽으로 넘기면 이쪽으로 넘어가고 저쪽으로 넘기면 저쪽으로 넘어간다. 종이인형이 따로 없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이젠 감각을 시각이 아닌 촉각으로 옮겨보자. 어떻게 하냐고?? 눈을 감아라. 눈을 감고 스파링 해라. 눈을 감고 스파링을 어떻게 하냐고?? 주짓수는 가능하다. 그래서 주짓수가 다른 운동보다 알아차림 연습을 하기에 좋은 도구인 것이다. 주짓수는 밀착하여 상대와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눈을 감아도 상대의 자세, 중심, 움직임 등을 다 느낄 수 있다. 만약 상대가 내 배 위에 올라탄 마운트 자세를 잡고 있다고 해보자. 나와 연결되어 있는 상대의 다리, 골반 등이 느껴질 것이다. 골반 위엔 몸통이 있다. 몸통 위엔 머리가 있고 팔이 있다. 눈을 감아도 다 파악할 수가 있다. 이렇게 포지션을 잡고 눈을 감고 스파링 하는 연습을 하면 본인의 자세, 중심, 움직임 등을 알아차리기에도 좋은 연습이 된다. 상대를 끌어안고 고착 상태를 만들어라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자. 그 후 바디스캔 명상을 하듯 본인의 감정상태, 몸의 긴장상태를 알아차려보자.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힘이 빠질 것이다.
단 이 연습을 할 때 주의사항이 있다. 스파링이 익숙하지 않을 땐 반드시 스파링 파트너와 얘기를 하고 함께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가드패스 싸움은 눈을 감고 하면 안 된다. 상대와 연결이 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많고 속도를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상위험이 높다. 눈을 감고 하는 스파링을 연습할 땐 꼭 포지션을 정해놓고 진행하자. 그래야 부상 위험 없이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