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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Nov 12. 2024

고3 수능을 앞두고

선물은 초콜릿

 온 세상이 반짝거린다. 


 함께 예배드리는 고3 학생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했다. 급한 마음에 포장도 예쁘게 하지 못한 투박한 초콜릿 그 자체이지만, 받는 아이들은 고마워한다. 그리고 순간 온 세상이 반짝거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진심은 통한다고 누가 그랬나. 진심이 통하는 건 항상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 귀하다. 진심을 가지고 있어도, 전해지지 않기 일쑤다. 상대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정성과 헌신이 들어가야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고, 순간적인 찰나에 자신도 모르게 전해지기도 한다. 


 사람의 감정이란, 느낌이란 그 사람 그 자체라고 "적정심리학"을 다룬 저자가 그랬었다. 그렇다. 알고 보면 생각이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 오고 가는 것이다. 좋은 느낌, 나쁜 느낌. 부드러운 느낌, 날카로운 느낌. 상쾌한 느낌, 구차한 느낌. 사람과 사람의 영혼이 만날 때 느낌이 있다. 그리고 모두 다르다. 


 색깔이 미세하게 다 다른 것처럼, 사람의 감정의 빛깔도 미세하게 다 다르다. 예민한 사람은 그 차이를 더 잘 느끼고, 무딘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몇 가지뿐이다. 그러니 예민한 사람이 세상 살기는 불편하긴 해도 복이 있다고 해야 할까.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안경을 쓰고 있다. 그 안경이 무슨 색깔이 입혀져서 온 세상을 나만의 색깔로 바라보는지 나 자신도 잘 모르지만, 아무튼 나는 색안경을 끼고 있다. 그리고 그 안경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본다. 다른 사람은 나와는 좀 다른 색깔의 안경을 쓰고 있다. 그래서 우린 같은 것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나눈다. 느낌이 다르니까 어쩔 수가 없다. 왜 같은 걸 보면서도 다른 얘기를 하냐고 따져봐도 소용이 없단 소리다. 두 사람 모두 안경을 벗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니까. 


 사실 그래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왜 저딴 안경을 쓰고 있는 거지? 그래서 저딴 생각이나 하고. 투덜투덜해 보았자 아무 소용없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찔하다. 세상에. 이 좁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다 다른 안경을 쓰고 있다니. 그럼 소통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공감은 어떻고. 일이 제대로 되기는 하는 걸까. 바벨탑이 무너진 게 소통이 안 되어서라고 하던데. 


 이런 복잡한 세상에서 나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놀랍고 신비한 일인가. 주는 기쁨이 이렇게나 크다니. 굳이 나의 이름을 밝혀 준 예배인도자에게 부끄럽지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나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사람은 아니다. 만천하에 알리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싶다. 


 고등학교 1학년에 처음 만났던 귀여웠던 아이들이 어느새 덩치가 자라고 고3이 되어 수능을 치러 가는 것도 새삼 신기하고 뿌듯한 일이다. 내가 키운 건 아니지만서도, 저들이 그냥 자랐지만, 나도 약간의 지분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동안 많이 수고했고,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모두 시험 잘 치고 오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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