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해가
아침 해가
숲 속에서 나타났어요.
가을에 떠나야 할
파아란 잎사귀 사이로
햇살은 부서져
온동네로 흩어지고 있어요.
나는
부서져버린 햇살 조각을
주으려고 이곳저곳으로
방황했지요.
부서진 햇살은
나보다 달음질을 잘했어요.
너무 빨라
좇아갈 수 없었어요.
저 먼 곳으로
햇살이 달아나
다시 잡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진 다음에야
깨달았어요.
햇살은 잡는 것이 아니라
햇살에 나를 실어
함께 가야하는 것이라고.
세월도 이와 같겠지요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으려고 몸부림쳐도
도도히 흘러가
내곁을 떠나
다시는 잡을 수 없는
그곳으로 가버리는.
이제사 지나간 세월에
하소연하고 투정을 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저 지금 내곁으로
살며시 다가온 세월을
아주 잠시만이라도
포근하게 동행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 아니겠어요?
햇살이 아직 그곳에서
나를 보고 있네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흐르는 한강물에 반사되어
메아리로 찾아와
나에게 속삭이네요.
아주 미세(微細)한 음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