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하는 소리를 듣고, 방학식날 아이들이 귀가한 후 사물함 점검을 했더니 자질구레한 쓰레기와 무거운 짐들이 잔뜩 숨겨져 있던 기분 나쁜 교실 생각에서 편안하고 지저분한 나의 거실로 재빠르게 돌아오게 되는 상상만으로도 벌써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싱잉볼을 자세히 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이더군요. 그릇장을 샅샅이 뒤져서 큰아이가 어릴 때 쓰던 유기를 찾아냈습니다.
이제 나무 막대가 필요하겠지요?
이건 진작에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달수씨(반려동물 강아지입니다.)가 아끼고 사랑하는 커피나무 개껌입니다. 이건 진짜 나무이고 잘 다듬어져 있어서 싱잉볼을 두드리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아이가 쓰던 국그릇에 달수씨 개껌으로 만든 싱잉볼을 두들겨보니까 뭔가 약간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족한 게 뭘까?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찾아봤습니다.
‘아, 받침대가 있다면 더욱 아름다운 소리가 나겠구나.’
가만히 궁리해보니 이렇게 생긴 것을 본 것도 같습니다.
바로 달수씨가 중성화 수술을 했을 때 상처 부위를 못 핥게 하려고 씌웠던 넥카라입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 세 개를 조합해 봅시다.
안타깝게도 비율에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뭐 대충 구색은 맞춰진 것 같습니다.
이게 단점이 있는데요, 바닥에 앉아 싱잉볼을 치면서 명상을 하다보면 자꾸만 달수씨가 와서 자기 개껌을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으르렁거리는 달수씨와 사투를 벌여 힘들게 나무 막대를 찾아다가 이번에는 달수씨의 키가 닿지 않는 식탁 위에 놓고 눈을 감고 명상을 하게 되면 요새 악령이 들린 듯한 고등학생 큰아이가 살금살금 다가와서 개껌을 가져다가 달수씨에게 다시 가져다 줍니다.
“야, 이 미친놈아, 빨리 그거 이리 내.”
캔넬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맹수와 싸워서 간신히 나무 막대를 탈환해 오다보면 그때부터는 에라, 명상이고 나발이고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역시 싱잉볼을 쓰니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싱잉볼을 만들어서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호흡에 집중하는 제 모습을 보더니 남편이 깜짝 놀라 달력의 날짜를 확인하고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게 또 신비로운 것이 달수씨가 개껌을 가져다가 약간씩 뜯어먹을 때마다 밥그릇 울리는 소리가 미묘하게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