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이 맹렬하게 피기 시작했다. 작년보다 일주일 앞당겨 봄꽃이 필 거라는 뉴스가 무색하게 입을 꽉 다물고 있던 봉우리들이 이번 주부터 앞다투어 피기 시작했다.
목련이 피었다 지고 나면 벚꽃이 일제히 피고 철쭉이 화려하게 피었다 싶으면 수수꽃다리가 수줍게 꽃을 피우던 루틴이 없어졌다. 내 기억 속의 꽃들은 그렇게 피었다 졌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봄꽃들은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듯 함께 하모니를 내고 있다.
하얀 옷감에 알록달록 천연염색을 하는 것 같아서 이 꽃, 저 꽃 고개를 돌릴 때마다 탄성이 터진다. 그런 꽃들을 보며 문득 내 글쓰기도 종잡을 수 없는 봄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 수업을 들을 때는 적어도 두세 편은 써야 하니 산책을 할 때도 내 머릿속은 글쓰기 생각으로 가득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도 찌릿찌릿 촉수가 그것을 향해 뻗쳤다. 그 탄력으로 매주 금요일에는 에세이를 한 편 써야지 호기를 부렸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퇴색해 버렸다. 들쑥날쑥 종잡을 수 없는 올해의 봄꽃들처럼 요즘 내 글쓰기도 종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글쓰기는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했다. 공부처럼 글쓰기도 엉덩이 힘이 중요해서 한두 시간은 기본이고 그 이상을 모니터를 째려보며 버텨야 한다고 들었다. 오죽하면 어떤 작가는 글쓰기를 노동이라고 했겠는가! 정말 좋아한다면 그 모든 것을 버리고라도 글쓰기 하나만을 부여잡고 고수하는 게 맞는 일 아닐까! 하지만 나의 글쓰기는 돌아오지 않는 내일을 기약하며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기차를 타고 있다.
올해 나의 위시리스트에는 에세이 쓰기 20편이 있다. 벌써 4월인데 몇 편이나 썼을까? 애석하게도 아직 제대로 쓴 글은 한 편도 없다. 언젠가 쓴다고 생각만 하고는 숙제처럼 내일, 모레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글쓰기와 관련된 수업이나 강의만 보아도 불나방이 불을 보고 날아들 듯 달려든다. 이를 나쁜 징조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글쓰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매일 조금이라도 꾸준하게 써야 하는데 진득하게 붙어있질 못하니 글이 거미줄처럼 집을 짓지 못한다. 글쓰기 수업을 하며 완성하지 못하고 실타래를 푼 글들이라도 남은 올해 조금씩 손보면서 에세이 20편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두려고 한다. 책을 내거나 브런치에 다시 도전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 될 것이다.
블로그에 글을 써볼까 싶지만 글에 있어서는 한층 게으른 나인 것을 알기에 그것도 감히 장담하지는 못하겠다. 일단 하루 30분이라도 노트북 앞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있어야 할 것 같다. 하루 10분이라도 뭐라도 끄적이는 시간을 가져보자. 생각만 하지 말고 제발 쓰자 무안스럽게 다짐을 해보는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