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금별 Nov 05. 2024

그림 같은 청춘의 시간


청춘을 떠올리면 마음 속에 생동감 넘치는 색들이 살아난다.  ‘질풍노도’라는 단어가 내 20대를 수놓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닌 괜찮은 직장은 안정감이 느껴지는 푸른 바다 같았다. 월급도 상여금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이제 결혼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안에는 거센 파도가 끊임없이 몰려왔다. 결혼은 내가 꿈꾸던 그림의 일부가 아니었다. 고민하던 나는 사직서를 냈고, 새로운 도전의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수능이라는 첫 시험은 내게 한 편의 서사시와 같았다. 시험장에 들어서면서 느껴지는 설렘과 두려움, 그 모든 감정이 내 마음을 수놓았다. ‘수능 1세대’로서의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졌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공부기간이 짧아서인지 국어 과목에서만 반짝이는 빛을 찾았기에 내가 바라던 교사라는 꿈은 점점 멀어져 갔다. 여러 전공을 고민하다가 결국 안전지대라고 생각한 2년제 전문대학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대학에서의 시간은 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았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자라나는 모습은 빛을 받아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교내 백일장에 시와 수필을 제출해서 작은 성공을 맛보았고, 내 앞날에 대한 희망이 부풀어서 앞으로는 잘될 일만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내년에, 내후년에, 5년 후에 내 앞날은 나날이 빛날 것이다.’ 그렇게 내 청춘은 눈부실 일만 남은 줄 알았다. 졸업 후 첫 직장보다 못한 중견기업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때의 나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다. 방통대 국문학과에 편입했고 공무원 시험 준비도 해야해서 퇴근 후에는 책상에 붙어 있는 날들이 이어졌다. 주말에도 도서관에 다녔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도 불안한 미래는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공무원 시험은 마치 끊임없이 이어지는 길과 같았다. 여러 번의 도전이 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그런 일상이 내 20대의 풍경을 그려갔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 시험에도 도전하며 다양한 색채를 덧칠했다. 윤상의 노래 “달리기”는 내 마음의 배경음악이 되어주었고,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라는 가사는 내 일상의 리듬처럼 스며들었다. 그 시절의 기억은 지친 하루를 버텨내는 작은 별빛 같았다.



그렇게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 덕분에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절의 경험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색으로 남아 있다. 청춘은 늘 바쁘고 불안한 시기였지만, 그 속에서 얻은 지혜는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앞으로도 그 시절의 열정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다. 청춘의 순간들은 나에게 소중한 기억의 팔레트가 되었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가끔 청춘이란 시간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꿈을 꾸었는지를 떠올려본다. 내 인생의 그림을 그리는 손끝에 그 시절의 열정을 더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아름답고 의미 있는 색깔로 채워 나가고 싶다. 앞으로 남아있는 시간은 청춘이란 그림보다 훨씬 빛나고 또 빛날 것이다.

이전 12화 작가처럼, 작은 낭독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