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길이 보이지 않고 빽빽하게 얽힌 덤불들로 가득한 숲이다. 처음에는 그 숲의 존재를 알지만, 쉽게 들어갈 수 없다. 그저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들어가는 틈새를 찾지 못하고 망설이기 일쑤다. 나는 그 숲을 바라보며 서성인다. 그 숲이 주는 강한 동경과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숲은 내게 아직까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의 따스한 기억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처음 덤불 숲을 발견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때 나는 무언가를 열망하며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어쩌면 그 덤불 숲은 내가 가진 꿈과 희망, 그리고 두려움을 모두 품은 공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그 숲을 잊어버렸다. 현실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며 숲을 찾고자 하는 열망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덤불 숲은 내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나무는 소년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다. 소년은 자라면서 나무의 존재를 잊어버리지만, 나무는 그런 소년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제든지 소년이 돌아올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나에게 글쓰기도 그런 나무와 같다. 내가 필요할 때 찾아갈 수 있는 곳이면서, 아무리 오랫동안 떠나 있어도 나를 비난하거나 외면하지 않는 장소. 글쓰기는 제주도 곶자왈의 숲처럼, 혼란스럽지만 그 안에 질서와 조화가 있다.
글쓰기는 어쩌면 나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숲을 헤매며 길을 찾듯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나의 내면을 찾아간다. 생각과 감정이 얽히고설켜서 빽빽한 덤불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가고 있다. 글을 쓰는 그 순간, 나는 비로소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덤불 숲이 가진 매력을 잊고 살았지만, 이제 다시 그 숲의 문턱에 서 있다. 숲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잃어버렸던 그리움을 따라 다시 덤불 숲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곳에서 나의 이야기를 찾고, 잊고 지냈던 나를 만나고 싶다.
글쓰기는 길이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들어갈 수 있는 덤불 숲이다. 그곳은 내가 필요할 때마다 찾아갈 수 있는 장소이자, 나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다. 비록 그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험난하고 복잡하더라도, 나는 그 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글쓰기가 주는 위로와 따스함, 그리고 그리움이 나를 다시 덤불 숲으로 이끌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