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마을설화그림책 제작에 참여를 했다. 6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10월에 글과 그림이 마무리가 되어서 이번에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우리는 시민작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자기가 그린 그림책을 받았다.
우리는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과정에 참여를 했다. 도서관에서 ‘길위의 인문학’ 사업을 따서 진행하는 수업이었는데 올해 두 번째로 참여를 했다. 내가 만든 그림책은 《돛대머리와 박씨》와 《자미산성과 오누이》이다. 《돛대머리와 박씨》는 욕심 많은 박씨가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리다가 망한 이야기이고, 《자미산성과 오누이》과 자미산에 전해져 내려오는 임경업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이다.
수업은 마을 설화 중에서 한 편을 고르고 그것을 이야기로 엮는 과정과 함께 합평이 이어졌다. 합평을 해서 글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되면 그 글에 맞는 그림을 대략적으로 그렸다. 러프스케치라고 하는데 글에 어울리는 그림인지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그림 작업에 들어간다.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운 것이 아니라서 각 글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어려웠다. 이번에도 A3 용지에 그림을 그렸는데 스케치를 해서 채색을 하고 선을 그려주었다. 이런 작업을 거쳐서 드디어 한 권의 설화그림책이 완성이 되었다.
개인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책이긴 하지만 재능기부형식인지라 비매품이다. 도서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서 구술작업과 그림책 작업에 참여한 시민들을 초대했다. 간단한 소감 발표가 있다고 해서 살짝 긴장을 했지만 출판기념회에 초대를 받아서 작가가 된 양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도서관 로비에는 우리가 만든 그림책들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고 있었다. 함께 수업을 들었던 우리는 로비에서 만나 축하 인사도 나누고 전시된 그림책을 구경했다. 도서관 측에서 예쁜 꽃으로 만든 코사지를 가슴에 달라고 하나씩 나눠주었다. 코사지를 달고 자리에 앉으니 진짜 작가가 된 것 같아서 설레였다.
도서관장이 따뜻한 축하 인사를 건넸고, 구술 작업에 참여한 시민들은 저마다의 추억과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행사에 활기를 더했다. 아흔이 넘은 할머니도 계셔서 깜짝 놀랐는데 그분들이 들려주는 포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니 새로웠다. 맨 손으로 물고기를 잡아서 자식들을 키우셨다는 말씀에 울컥했다. 지금의 논들이 바다를 간척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상 포구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알지 못했다. 그분들의 소감 발표를 통해 예전의 포구생활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림책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간단한 소감이 이어졌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소감을 발표한다는 게 긴장이 되었지만 어떻게 말했는지 모르게 어느새 끝나 있었다.
국악 앙상블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고 우리는 음악에 파묻혀서 오랜만에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다. 출판기념식이 끝나고 기념촬영을 한 후 그림책 두 권을 받아들고 집으로 오면서 도서관에 다니면서 나 개인적으로도 발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설화그림책 수업에 참여하면서 그림책 작가를 꿈꾸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그림책 수업에 참여를 해서 나만의 창작 그림책을 내고 마을 설화 그림책도 꾸준하게 해보려고 한다.
무엇을 시작할 때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시작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완벽한 준비는 시간이 많이 걸렸고 그렇게 완벽하게 준비를 하는 동안 열정은 식어버렸다. 길은 꾸준하게 걷는 사람에게 앞으로 갈 길을 열어준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시작하면 반은 된 것이다. 올해 나는 마을설화그림책 수업을 들었고 시민작가로 출판기념회에 참석을 했다. 망설였다면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꿈은 망설이는 자에게는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 당신에게도 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한 걸음 내딛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