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단상, 30대 초반의 편린
1. 바보 같은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나는 항상 '부유하고 있는' 느낌을 받으며 살았다. 혹자는 이걸 방황이라 부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안정'을 일구는 것이 내 삶의 제1 목표라 여겼다. 언제나 도망쳐 돌아갈 곳이 있었으면 했다. 밖에서 엉망진창이 되어도 돌아가기만 하면 나를 재단하지 않는 존재가 '네가 틀리지 않았다'라고 말해주는 곳. 이렇게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항상 옳을 수는 없는 법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지만,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요새는 정말 모르겠다. 뭘 위해 살아가긴! 태어났으니 사는 거지!
2. 몇 자 끄적거리는 것도 즐거울 때 해야 할 텐데, 매번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만 하다 보니 이상하게도 무의식적으로 쓰는 것 자체가 좋지 않은 행위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약간 감정 배출의 수단 정도랄까.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바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것도 그렇고. <거인의 노트>에서도 비슷한 구절을 봤던 것 같다. 좀 더 습관적으로 글을 쓰는 버릇을 들이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에 한 줄씩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감사일기 같은 것도 몇 년 전에는 좀 웃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것 같다. 연초에 좀 써봤는데 바빠서 결국 포기했지만 지금 돌아가서 다시 읽으면 좀 귀여운 내용들이 많다.
3. 요새 많은 것들을 미루면서 핑계로는 '에너지가 없다'를 들고 있는데, 솔직히 그~정도로 에너지가 없는 게 아니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책은 단 몇 자라도 매일 읽고 있는 듯. 최근에는 회사 독서 소모임 때문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이거 정말 장편 소설이라 당분간은 다른 책을 읽지 못할 것 같아서 좀 아쉽다. 이 걸 다 읽고 나서는 <Atomic Habits>나 <협상의 기술>을 읽으려고 벼르고 있다. 올해는 책을 열 네 권 정도 읽었다. 읽다가 만 책도 5권 정도 있고, 읽고 있는 책도 있으니 한 20권 정도는 만지작 거렸다고 할 수 있겠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져서 얻은 perk다. 솔직히 더 부지런했다면 혹은 시간을 릴스나 쇼츠에 매몰시키지 않았다면 더 많이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다.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도 올해는 좋은 자기 계발서를 많이 만났고, 좋은 인사이트를 많이 얻게 되어 기쁜 한 해 였음! 책을 이것저것 읽다 보면 모두가 결국에는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만고불변의 진리 같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