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내가 꽃피는 시절은?

그 사람의 주위를 산책하는 자체가 기분 좋다

by 산호

내가 꽃피는 시절은 많은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을 때이다. 마음을 잘 식혀서 편지를 쓰고 싶은 밤이 있다. 나만의 마음을 알아주든 아니든 그 사람의 주위를 산책하는 자체가 기분 좋다. 맴돌고 싶은 대상이 없을 때는 낙화 시기, 맴돌고 싶은 대상이 허다할 때는 바쁘게 꽃이 만개하는 계절이다. 지금도 살짝 그렇다. ‘내가 꽃피는 시절은?’이라는 질문을 글벗이 던졌고 나는 그 질문에 답하고 있는데 여름의 끝무렵을 알리는 매미 소리가 가득하다. 적당해진 날씨에 햇볕 좋은 자리에 앉아 힘껏 아련해진다. 이 질문은 이 사람의 어느 하루에서 나왔을까 상상해보면서, 구태여 ‘꽃’이라는 단어에 시선이 사로잡힌 나를 응시하면서. 목백일홍이라는 시가 떠올라 덧붙인다. 개화를 위한 몸부림을 다 알 수 없어 먼 발치에서 응원한다.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