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사람들을 위한 군청색 시

같이 시 읽기

by 세온
물그늘과 눈동자 깊이


도시의 황량함은 때때로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든다. 그때마다 우리는 자연의 순수함을 갈망하 한다.

허만하 시인의 시집 《별빛 탄생》(문학동네)에는 자연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그중 감각적인 시어가 돋보이는 한 편을 골랐다. 색채가 등장하는 곳에 밑줄을 그어 두었다.

이해하려 하지말고 먼저 느껴 보기를 권한다. 선명한 군청색을 떠올리며 읽다 보면 마음이 고요히 정돈될 것이다.


물그늘과 눈동자 깊이

허만하


물빛 표면이 쌓이고 쌓여

만드는 군청색 깊이.


공간을 횡단한 햇빛도

밤하늘에서 불탄 별똥별 부스러기도

파고들지 못하는 캄캄한 깊이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소리마저

상고대 황홀한 산협에 쌓인

순백 적설처럼 얼어붙는


엄격한 겨울의 순수가

검푸른 물의 본질이다.


깊이는 마음 안에

물 부피 그대로 잠겨 있다.


아침 햇살 비치는 수면에

물그늘 첫 모습 자리잡을 때


생기를 되찾는 눈동자 반짝임.


오직 높고 넓은

파란 하늘


바라보는

바람 빛나는


만년설 봉우리.


거침없이 아득한 인식의 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