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발란의 이안 창씨가 마스터블랜더로 있는
위스키를 좋아하지 않아도 산토리의 야마자키, 하쿠슈는 아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일본은 현재 산토리, 닛카와 같이 큰 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증류소들도 많지만 각 지역에 소규모 크래프트 증류소들이 굉장히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날 김대영 작가의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이라는 책을 읽다가 KOMORO증류소를 알게 되었다. 대만의 카발란 증류소 마스터블랜더로 유명한 이안 창씨가 일본에서의 위스키 제조에 관심을 가져 자리를 옮긴 곳이 바로 가루이자와 디스틸러스(KDI)의 KOMORO증류소다.
연간 증발량이 15~20%로 높은 대만에서 위스키를 만들던 이안 창씨가 스코틀랜드와 비슷하게 연간 증발량이 2~3%인 나가노현 고모로시에서 만들어 낼 위스키가 굉장히 궁금했고, 작년부터 KOMORO증류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10월에 도쿄 여행을 하는 김에 KOMORO증류소 투어를 신청했고 그와 더불어 좋은 기회로 도쿄에 있는 가루이자와 디스틸러스 본사에 방문할 수 있었다.
증류소 방문일정은 금요일이었고 사전에 이메일로 일정을 잡아 이틀 전인 수요일 오후에 본사에 방문했다.
QR코드를 찍고 들어갈 수 있는 로비 게이트.
비교적 신식 건물이라 너무 깨끗했다. 전체가 본사 건물이 아니고 5층에 있는 503호만 빌려 쓰는 것 같다.
본사 직원인 yuta 씨가 회의실로 안내했고, 사전에 본사에 궁금한 질문들을 준비해 간 나는 열심히 영어로 질문을 했다.
아래는 몇 가지 요약
Q1. 현재 정규 제품이 없어 영업이익을 내기 힘들 텐데 직원들 월급이나 회사 운영자금은 어디서 충당하는지? 투자비로 운영이 가능한가?
A. 크게 3가지가 있다.
1. 아직 발매되지 않은 제품의 Pre-sale로 사전예약을 통해 판매 수익을 얻는다.
2. 증류소 투어 상품들로 수익을 얻는다.
3. 외부 투자비
Q2. 한국은 카발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렇기 따문에 이안 창씨가 마스터블랜더로 자리를 옮긴 고모로 증류소가 잘 홍보되면 한국 시장 공략에 좋을 것 같은데, 한국에 대한 마케팅 전략이 있는지?
A. 아직은 회사에 자금이 충분치 않아서 웹사이트 한국어 적용이나 기타 등등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추후에 고려해 보겠다. (한국 위스키 시장이 대만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작아서 사실 계획에 없는 것 같다)
Q3. 고모로증류소가 연간 20만 리터 생산을 목표로 하는데 현재 생산량이 그 정도 되는지?
A. 현재는 그 이상으로 생산 중, 이전에는 하루에 16~18시간 생산했지만 지금은 24시간 가동 중으로 30만 리터 생산하고 있다. 작은 증류소 중 생산량 많은 편에 속하고 아마 치치부 증류소랑 비슷할 것이다.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yuta 씨와 위스키 얘기를 좀 더 하다가 나왔다. 인터넷으로는 알 수 없던 고모로증류소에 대한 내용을 더 알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이틀 뒤인 금요일, 증류소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도쿄에서 출발했다. 경로는 도쿄역-가루이자와역을 신칸센으로 이동, 가루이자와에서 고모로역을 전철로 이동, 고모로역에서 증류소 셔틀 탑승.
증류소 셔틀을 타고 끝없는 오르막길을 타고 오면 증류소가 위치하고 있다. 사전에 홈페이지에서 증류소 투어 신청 후에 신청한 내역에서 셔틀도 같이 신청할 수 있다.
나는 최근에 새로 생긴 experience 플러스를 신청했다. 이 투어프로그램은 1. 증류소 설명, 2. 위스키 제조현장 투어, 3. 숙성고 투어, 4. 시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인 두 분과 나를 포함해 총 3명이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나는 미국 출신 증류소 직원인 gideon 씨가 따로 통역 및 가이드를 도와주었다. (일대일로 동행해서 질문하기 굉장히 좋았다)
고모로 증류소는 아사마산에서 흐르는 지하수를 통해 미네랄 함량이 많은 경수를 얻을 수 있고 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을 통해 좋은 스피릿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후에는 발효, 증류 등 일반적인 위스키 제조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듣다가 제조현장 투어를 진행했다.
안전을 위해 헬멧을 쓰고 들어가서 분쇄기부터 시작해 라인 투어를 진행했다. 사실 위스키 생산은 몰트 분쇄부터 시작해서 당화, 발효, 증류, 숙성까지 대부분 타 증류소와 공통된 내용이기에 설명을 듣는다기보단 나와 동행하는 gideon 씨와 잡담을 더 많이 했다.
Q. 증류기는 스코틀랜드 포사이스 제품을 사용하는데 혹시 동작오류가 나거나 고장 나는 경우엔 어떻게 대처를 하는지? 본사 직원이 직접 와야 하나?
A. 웹상으로 소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안 창씨에게 요청한다. 이안 창이 위스키 경력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제는 이안 창씨가 잘 알고 있다.
고모로증류소는 발효조를 스테인리스, 나무 2 타입으로 사용하고 있고 각 5개씩 보유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스테인리스 발효조는 관리가 쉽고 일정한 생산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나무 발효조는 나무 틈 사이 미생물로 인해 독특한 풍미를 나타낼 수 있지만 관리가 어렵다.
제조라인 투어를 마치고 숙성고로 이동했다. 신기한 것은 이 숙성고 지붕이 두께가 1mm라는 것이었다. 나는 잘못들은 줄 알고 다시 질문했는데 gideon 씨가 1mm라고 다시 답변해 주었다. 외부 기온 영향을 최대한 그대로 받기 위해 1mm로 얇게 제작했다고 한다. 같은 이유로 숙성고 바닥도 흙으로 두어 습도가 자연스럽게 조절되도록 했다. 최대한 기후의 영향을 숙성고 내부에서도 비슷하게 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
층고가 높지만 3층까지만 캐스크를 쌓는 것은 맨 아래층과 위층 캐스크 사이의 온도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러 층으로 쌓는 다른 증류소의 경우에는 9층, 10층처럼 높게 쌓아 올리고 주기적으로 캐스크 위치를 바꿔주어 관리를 하는 곳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모로증류소처럼 낮게 쌓아두는 것이 균일한 품질로 생산하기엔 조금 더 나아 보인다.
지붕은 둥그렇게 설계하여 눈이 쌓이지 않고 바로 흘러내려 지붕에 부하가 없도록 두었다.
숙성고에서는 현재 쉐리, 버번, 사쿠라, 미즈나라, 밤, 레드와인 등 20여 종의 캐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이안 창씨가 오랜 위스키 경력으로 인맥이 많아 좋은 캐스크를 수급한다고 알고 있는데 많이 기대가 된다.
숙성고 투어를 마치면 옆으로 이동해 뷰가 아주 좋은 야외에서 시음을 진행한다. 2년 숙성된 위스키를 마셔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직 숙성이 덜 되어 스파이시한 맛이 좀 느껴지지만 생각보단 다채로운 맛이 나서 좋았다. 왼쪽과 오른쪽 잔 중 오른쪽이 더 취향이었고 끝맛에서 살짝 허브?, 민트향이 느껴졌다.
gideon 씨에게 두 잔이 어떤 차이인지 물어봤는데 레시피는 비밀이라고 했다.
투어가 끝나고 다시 증류소 건물로 내려와 뉴본 한 잔을 더 하고 칵테일도 즐겼다.
3년 숙성된 정규제품이 나오면 구입하러 다시 와야겠다. KOMORO증류소 팬으로서 앞으로 맛있는 일본 싱글몰트 증류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대하겠습니다 이안 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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