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피트=라가불린
위스키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블렌디드 위스키인 조니워커 블랙을 사려고 주류샵에 들렀다. 당시 블랙 옆에 더블블랙을 보고서는 '더블'이 붙어있으니 더 맛이 좋겠거니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구입했지만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그 후에도 몇 번 피트에 도전해보려고 했다. 라프로익을 마셔보았을 때도 피트랑 친해지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고 블렌디드 위스키들에 포함된 피트향에도 거부감이 들어 피트는 내 취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후로는 쭉 달달한 쉐리 위스키를 주로 마셔왔다. 글렌드로낙, 글렌알라키, 글렌고인, 에드라두어 등...
여러 증류소마다 각각의 특징이 있고 물론 그 안에서도 숙성연수나 캐스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인 그 단맛에 질린 건지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었다.
피트 입문으로 좋다는 탈리스커 10과 라가불린 16 중 하나를 바틀로 구입해볼까 고민을 했지만 괜히 입에 안맞아서 집에 방치될까봐 포기했었다.
마침 도쿄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고 도쿄에 도착한 첫날, 가츠산도로 유명한 D-Heartman 바에서 라가불린 16을 주문했다. (가츠산도는 진짜 추천)
사실 도쿄에 오기 전 2월부터 9월까지 다이어트로 인해 술을 멀리해서 그 영향이 조금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라가불린 16은 정말 맛있게 느껴졌다.
이전에 내가 느꼈던 다른 위스키의 피트와는 다르게 장작 타는 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마냥 스모키한 느낌보다는 그 사이에서 단맛이 느껴졌다. 한 모금 마시고 숨 뱉을 때 길게 남는 여운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짠맛과 단맛이 같이 느껴져서 다양한 맛이 복합적으로 났고 도수가 43도로 비교적 낮은 편인데도 복합적인 맛으로 만족감이 컸다.
라프로익은 거부감이 들고 라가불린은 맛있다고 생각이 드는 걸 보면 페놀수치가 낮은 피트 위스키를 좋아하는 걸 수도 있겠다. (페놀 수치: 위스키의 피트 강도를 나타내는 수치, 제조과정 시 맥아에 포함된 페놀 농도를 ppm단위로 나타냄)
최근 출장을 나오면서 도쿄에서 기억이 좋았던 라가불린 16과 무난하게 맛이 좋은 글렌알라키 15를 인터넷 면세로 가져왔는데 라가불린이 더 빨리 사라지는 중...
바틀로 구매하기 전에 바에서 미리 마셔보던가, 책이나 웹으로 정보를 많이 찾아보고 어느 정도 내가 좋아하는 맛이 예상이 될 때 구입하는 편인데 라가불린 16은 오랜만에 만족감이 높은 위스키였다. 출장 복귀하면 트레이더스에 구매하러 갈 예정이다.
만약 나처럼 피트에 경험이 적거나 거부감이 있던 사람이라면 라가불린 16으로 생각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라가불린으로 맛있는 피트를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