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서평1] 고로 존재한다: 읽고 쓰는 생각 노트

작가 나나용

by 글멋지기



똑부러진다. 애매함이나 지저분함 없이 명쾌하게 ‘똑’ 소리를 내며 부러지는 형상을 사람에 대입해서 쓰기 시작했을 테다. 상상되는 의성어만큼이나 말끔한 동사는 따라서 『고로 존재한다』의 저자 나나용 작가의 인상을 떠올리는데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할 단어임에 틀림없다. 겉모습에서 풍기는 단편적인 느낌으로만 빈자리를 맞추어낸 첫인상이 아님을 밝힌다. 몇 번의 행사에서 마주친 경험과 한 번의 북토크 참여와 몇몇 동료 작가와 함께 가벼운 술잔을 기울인 시간을 통해 빚어진 현재까지의 모습은 단어의 사전 정의처럼 똑부러진다.


똑부러짐에 더해, 책의 외부에서 내부로 손길을 옮기며 만듦새를 살펴보면 또 하나의 단어가 빛을 내기 시작한다. 야심이다. 한국어 문화의 함축적 사용으로 섣불리 단어의 뜻을 오인하지 않기를 바란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야심의 정의는 하나가 아니며 여럿의 정의 중 의도한 것은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고 마음속에 품고 있는 욕망이나 소망.’이다. 해당 정의에 근거하여 단언하건대, 『고로 존재한다』는 작가가 이루고자 마음속에 품은 소망을 면밀히 보여주는 동시에, 선형 구조의 의사소통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생각을 매개로 독자 자신을 들여다보게 권유하는 책이다. 또한 단순한 권유에 그치지 않고 개별 독자나 그들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기를 소망하는 영역까지 다가가는, 말인즉 야심 찬 책인 것이다.


비소설의 경우, 작가의 말 혹은 프롤로그 형식으로 집필 의도나 계기, 책을 읽기 전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등을 표제지 바로 다음에 배치하는 편집 방식이 흔한 편이다. 따라서 책을 읽을 때 이 부분을 건너뛰고 바로 본편으로 넘어가는 독자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연이 닿아 이 글을 먼저 읽고 『고로 존재한다』를 읽어볼 생각이 드는 독자에게 목차 이후에 마련된 ‘작가의 말’ 부분은 꼭 읽어보시라 권한다. 앞서 언급한 작가의 소망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이 되는 부분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는 우리들 한명 한명이 적극적으로 우리 자신들을 위해, 그리고 개인의 이익뿐만이 아닌 공동의 이익을 위해 나서야 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려면 사실 개인과 집단의 사상이 중요해지는데, 그것을 심어주는 역할을 책이 일부 차지한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시간을 내서, 취미로든, 필요에 의해서든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기를 바란다.”


“...그렇게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우리는 변화를 겪고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또 하나의 고유한 특징은 책의 용도 혹은 책의 분류에 있다. 교보문고 내 책 소개를 보면 해당 책은 자기 계발서로 분류되어 있다. 흔히 보이는 수동적 필사 노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의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읽고 쓰는 생각 노트’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손수 고른 33개의 주제 밑에 펼쳐진 작가의 생각을 담은 글을 읽고 말미에 마련된 각각 네 개의 생각 질문을 바탕으로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직접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 두세 쪽에 걸쳐 준비되어 있다.


고로 독자 앞에 책을 음미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가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책과 작가와 독자 자신의 생각을 탐구하는 것, 혹은 무작위로 책을 펼쳐 하나씩 고르는 방법. 먼저 책을 읽은 한 명의 독자로서 전자를 선택할 것을 적극 권장하는 바이다. 동시에 동료 작가로서 이 책은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온전한 에세이로 읽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겠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기 전의 법과대학의 학습은 전공서적의 목차부터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었고 주관식 시험 또한 줄글로 써 내려가는 답안이 아닌 적절한 목차로 먼저 답안의 틀을 짜고 이후 각 목차에 해당하는 내용을 적는, 사실상 전공서적을 그대로 옮겨 적어야 하는 시험이었다.(필자의 복수 전공은 영어영문학이지만 주전공은 법학이었다) 『고로 존재한다』를 펼쳐 ‘작가의 말’을 읽은 뒤 느낀 점은, 책을 다 읽고 나서 또한 느낀 점은 그 시절과 동일했다. 33편의 작가의 생각에 담겨 있는 핵심이, 작가가 바라는 소망이 사실상 목차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것이다. 책의 구성은 ‘나’ ‘우리’ 그리고 ‘삶’의 세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이야기는 해당 장을 주제로 써진 글이다. 겉으로 보면 각 장의 제목은 그 어떤 단어보다 직접적이고 직관적이다. 그러나 책의 내용과 작가의 말을 가슴에 품은 채로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작가가 마음에 품은 소망이 작가의 표정과 음성으로 공명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며 작가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권유한다. 사회(삶)란 개인(나)이 타인과 관계(우리)를 맺으며 빚어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편 작가는 이 체계를 독자의 개별 인생에 투영하여 각자가 좀 더 행복한 인생(삶)을 살기를 바란다. 독자 각자의 ‘삶’ 또한 ‘나 와 타인이 ’우리‘가 되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작가는 ‘나’ 장에 담은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먼저 돌아볼 것을 권유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하기 때문이겠다. 또한, 개인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에 필요한 가치를 작가 자신이 이야기를 건네며 부드럽게 하지만 단단하게 역설한다. 열 편의 조언에 흠뻑 젖고 난 뒤 마주하는 ‘나’ 장의 마지막 글 <도와주세요>는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 타인과의 관계를 마주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글의 순서상 배치가 흥미롭다. 스스로의 모습을 직시할 줄 알고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내면이 건강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조언을 다음 장인 ‘우리’로 넘어가기 직전에 둔 것에서 작가의 의도가 보이는 듯하다.


‘우리’ 장에서 독자를 기다리는 여섯 편의 글은 개별 타인, 나아가 타인이 모인 집단으로 확장되는 타자와의 관계를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단둘의 관계 속에서든 여러 명이 모인 집단 속에서든 관계의 지속과 더 나은 상태로의 발전을 꾀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자세는 무엇인가. 적어도 일방의 이해와 노력과 희생만을 요구하거나 그것을 먼저 수긍하려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작가는 작가가 우리로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하나씩 소개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눈에 띄는 점이 하나 보인다. 타인의 시선을 작가 자신의 입장에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로 이야기의 문을 연 뒤 반대로 작가가 가진 타인에 대한 시선을 소개하면서 글의 주제가 친구와 남편으로 이어진다. 작가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작가의 삶을 완성하는 마침표인 것이다. 이후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할 불특정 다수에게로 시선을 옮긴 후 마지막 장인 ‘삶’으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의 역할을 부여한 우리 사회 전체를 바라본 이야기를 끝으로 두 번째 장의 문을 닫는다.


작가가 마음에 품고 있는 소망을 책에 담았을 것이라 앞서 추론했다. ‘나’가 ‘우리’가 되어 더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소망과 각자가 타인과의 성숙한 관계 맺기를 통해 진일보한 사회를 조성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라는 소망. 작가는 마지막 장인 ‘삶’에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16편의 글을 담아냄으로써 자신이 마음속에 그리는 스스로의 삶과 세상의 모습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새겨 넣는 다짐이 인상 깊은 마지막 장의 16편은 또한 날카롭지 않지만 시의적절하게 우리 사회의 민낯을 꼬집는다. 집단주의 문화에서 발원한 대한민국 사회가 개별 구성원에게 지우는 관습적 의무와 기대를 보여주고 그것의 영향이 잘 드러나는 작가가 겪는 일상의 경험을 풀어낸 후 자신의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함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고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작가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면서 제시한 주제 위로 독자와 마주하여 대화를 나눌 기회를 구하는 또 다른 소망이 보이는듯 하다.


따라서, 목차를 시작으로 작가의 말과 33편의 글을 전부 읽고 나면 느끼게 되는 것은 이 책 『고로 존재한다: 읽고 쓰는 생각 노트』는 그저 독자 참여형 자기 계발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가의 소망을 온전히 담아낸 에세이고 독자 개개인에게 작가가 건네는 편지이며 대답을 기다리는 대화이다. 카카오톡 메시지일 수 있으며 인스타그램 DM 일 수 있다. 작가가 제공한 질문 속으로 걸어 들어가 고민하고 궁리하며 적어낸 답변은 그래서, 그렇게, 세상 속에 피어나 작가와 독자를 휘감는 바람을 타고 언젠가 다시 작가에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책의 종이 선택, 즉 책을 만드는데 사용된 표지와 안쪽 종이의 선택에도 감탄을 표하게 된다.


독자가 직접 무언가를 쓰는, 소위 워크북 형식의 도서가 간혹 보이는 실수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종이의 선택이다. 연필이든 펜이든 실제로 글을 쓰는데 적합한 종이가 있는 반면 오히려 쓰는 행위를 방해하는 종이도 존재한다. 책의 원래 목적이 읽는 것이라고 한다면 당연한 사실이지만 독자에게 실제 기록을 권하려면 재질 선택에 있어 가독성만 일 순위에 둬서는 안 될 것이다. 작가는 도서 소개 페이지를 통해 ‘필기감이 좋은 그린라이트 종이’를 골랐다고 소개한다. 출판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없다면 종이 이름만 들어서는 정확한 감각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혹시 모를 걱정은 덜어두시라. 흔히 사용하는 필기구라면 어떤 선택과도 충분히 잘 맞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으니. 표지는 두껍고 단단하게 제작했고 제본 방식으로 링 바인더를 선택하여 휴대와 사용면에서도 유용하리라 믿는다.


독자로서의 독서와 동료 작가로서 쓰는 서평을 위해 여러 번 책을 읽고 난 후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아쉬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33편의 글이 끝날 때마다 네 개의 질문과 그 아래 독자가 직접 질문에 대한 답을 써 볼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재질과 형식 면에서 흡족한 만듦새임을 다시 강조하면서도 질문의 방식과 내용이 동일한 양식으로 반복되는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초반의 글 몇 개를 읽고 나면 이후부터는 어떤 질문이 제공될지 예측이 비교적 쉽게 된다는 것이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작가가 보여준 고민과 시선과 다짐과 독자를 위한 따뜻한 배려를 떠올리니 질문의 고안 과정에서 변주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혹여나 같은 아쉬움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만큼 더 깊은 사유와 정성이 담긴 기록 작성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는 것을, 작성한 답변을 가능한 선에서 작가에게 선물의 의미로 공유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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