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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카, 콜드플레이, 그리고 군필 INTJ의 여행기

by 강프란

‘조심히 다녀와, 핸드폰이랑 여권 항상 잘 챙기고...'


남미도 혼자 다녀오고, 미국에서 유학도 하고, 군대까지 갔다 온 아들이지만 엄마의 마음은 여전하다.

내가 다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겠지. 아마 평생 그럴지도 모른다.


전역장을 받고 부대를 떠난 지 닷새 만에,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버스에 올라탔다.

오랜만에 자유로운 여행이다.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붕 떴다.


이번 여정의 루트는 태국,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일본.

영적 깨달음이나 드라마틱한 전환점을 기대하고 떠나는 여행은 아니다.

사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표를 하나 꼽자면 '쿼카랑 셀카 찍기'다.


그 귀여운 쿼카를 너무 만나고 싶었다. 군대에서부터 쿼카의 해맑은 표정을 보면 이상하게 힐링됐다.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도 쿼카의 웃는 얼굴은 나를 조금씩 녹였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


모두가 서로를 귀여워하면 전쟁도 없고, 총도 없고 평화로울텐데.

그럼 나도 군대를 안 갔겠지?


이런 잡생각을 떨칠 수 없는 걸 보면, 나는 역시 대문자 N이다.

문득 궁금해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MBTI 테스트를 다시 해본다. 변함없이 INTJ.

용의주도한 전략가라는데... 나는 '용의주도'한지도 모르겠고 '전략가'는 더더욱 모르겠다.

그저 머릿속이 조용한 날이 드문 사람.


에어팟을 꺼내 끼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 콜드플레이의 1집 Parachutes를 튼다.

콜드플레이의 노래를 들을 때면 내게 다소 부족한 인류애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공감의 회로가 닫힌 날에도, 콜드플레이의 멜로디는 스르륵 나를 열어준다.

앨범 최애곡이자 내 인생곡 yellow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들뜬 목소리들.

이곳은 언제나 경계와 기대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6시간 뒤면 나는 전혀 다른 공기와 하늘 아래 있을 것이다.

거창한 이유는 없지만, 왠지 이번 여행이 나를 조금은 바꿔놓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과연 쿼카와의 만남은 성사될 수 있을까…?


여행 미리보기 4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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