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건 인간의 특권이자 벌이다.
영화비평 <케빈에 대하여>
살인자의 가족이나 부모는 비판받아야 마땅한가?
이에 대해 쉽사리 단순하게도 비판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건 살인자지, 살인자의 부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인자가 크는 과정에는 분명 환경적 요인이 있었을 것이고, 특히 밀접하게 가까운 가족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만약이라는 단순가정을 해보면 그들이 그때 외면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한 번 더 관심을 줬더라면 아이는 살인자로 아이는 살인자로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는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보고 나서였다. 지선씨네 마인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된 그 영화는 16살 생일이 되기 전 활로 범죄를 저지른 케빈을 회상해 보는 엄마 에바의 이야기가 중점이 되어 전개되는 영화이다. 에바는 케빈을 키우면서 은연중에 귀찮아했고,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로 인한 분노나 원망을 크게 숨기지 않고 과감히 드러내 케빈은 자신의 존재를 싫어하거나 거부하는 게 내재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틀어져버린 관계는 회복시키기 어려웠다.
에바의 외면의 대가는 케빈을 점차 이상하고 고립된 아이로 만들었다.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몸은 커져감에도 어릴 때 입던 옷을 그대로 입는 등의 이상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바와 추억이 있는 '로빈 후드'에 강한 인상이 있었는지 활과 화살에 손을 놓지 않았다. 이 행동들은 에바의 관심을 얻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하지만 그건 친구들을 죽이는 무기로 변해버렸다. 또한 친구들을 살해하기 전 동생의 기니피그를 죽이거나 동생의 실명당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해 에바는 울부짖고 의심만 할 뿐 크게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남편이 본인을 믿어주지 않더라도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일이 더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내가 본 봐로는 에바는 케빈에 대해 거의 포기 상태에 다다랐다.
마지막 영화가 끝나기 전 케빈이 성인교도소로 이감되기 전 면회를 한 에바는 케빈과 포옹을 한다. 이를 한 시선에서만 보면 케빈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에 대한 미안함, 또는 틀어져버린 관계에 대한 화해의 시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성인교도소라는 대사를 집어넣은 것으로 보아 더 이상 케빈은 미성년자가 아니기에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를 벗어났다. 그렇다는 건 에바도 이제 케빈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이제라도 잘 지내보자라는 포옹보다는 이제는 만나지 말자의 의미의 포옹이라 보는 게 더 합당하다고 본다. 더 이상 케빈의 엄마로 사는 게 아닌 에바 그 자체로 살 수 있게 대한 마지막 포옹인 것이다. 에바는 교도소에 들어간 케빈의 면회를 꾸준히 갔지만, 이제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성인이고 케빈에게서 벗어났으니까.
살인자의 가족에 대해 우리들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쉽지가 않다. 단순히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기엔 이들의 영향이 있기에 살인자로 자랐을 수도 있다. 대부분 접할 수 있는 기사의 폭행을 하고 남을 살인한 사람들의 가정사는 거의 불우한 환경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부모에게 맞고 자랐기에 보고 살아온 게 그거뿐이다.' '부모가 술에 빠져 내가 어떻게 살든 신경 쓰지 않았다.' '밤에 나가면 밤에 들어와 얼굴을 볼 수 없었다.'처럼 말이다. 이 부모가 부모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더라면 조금은. 미세하게라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처음부터 살인자로 태어난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러나 또 무턱대고 살인자 가족을 깡그리 묶어 욕을 해버리는 건 한 사람 개인이 아니라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와 묶어 욕을 해버린 것이다. 그들이 공범이라도 된 것인 거 마냥. 위의 상황 같은 부모라면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는 경우가 있지만, 반면에 최선을 다했지만 살인자의 가족이 돼버린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막말로 그들은 운이 나빴다. 사랑에 대해 보답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커버려 가슴을 찢어발겨버렸으니까. 이 가족에 대해 사람들은 욕을 할 만한 자격을 지니고 있는가? 누군가의 부모이기 전에 하나의 생명을 지닌 사람일 뿐인데?
이처럼 사람은 사람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졌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사람들의 몫이다. 내 판단으로 인해 누구 하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게 특권 같아 보이면서도 너 또한 언제든지 심판 가능한 사람임을 암시시켜 주는 벌이기도 하다. 애초에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명확하지도 않다. 100%의 옳음과 100%의 그름은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