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평 <리틀 부다>
<리틀 부다>는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을 만큼 딱딱하고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불교라는 주제를 잘 풀어낸 영화이다. 영상기술과 연출방식도 영화가 호평을 받도록 도움 한 거 같다.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건축가인 딘 가족의 집으로 어느 날 티베트의 승려인 노부가 찾아오게 된다. 딘의 아들인 제시를 눈여겨보던 노부는 어쩌면 제시가 자신의 스승인 도제 스님으로 다시 환생한 아이일지도 모른다며 허락만 해준다면 부탄으로 데려가 환생한 것인지 확인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딘과 리사는 사람이 환생한다는 말을 믿지 않았고, 제시가 괜히 혼란에 빠질까 봐 걱정하고 신경 쓰였지만 승려들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렇게 지내던 중 딘의 절친한 친구 에반이 파산하고 죽는 사고가 발생하자 딘은 상심에 빠지게 된다. 딘은 마음을 정리하고자 결국은 제시를 데리고 부탄으로 간다. 제시는 노부가 준 ‘싯다르타 왕자의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싯다르타가 왕자로 태어나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가 거리에서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보고 출가하고 부처가 되기까지는 중도의 진리였으며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인연에 따라 생겨났다가 없어지는 인생이 무상한 것이기에 그것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연민과 사랑으로 주변을 대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부탄에 도착한 딘 가족은 노부는 환생 후보가 모두 3명이라며 나머지 환생 후보인 라주와 지타를 제시와 만나게 해 준다. 사원에서 환생을 했는지 확인하는 절차에서 3명의 아이가 모두 환생한 도제 스님으로 밝혀졌고 노부는 도제 스님의 육신과 영혼 그리고 말씀이 따로따로 현신한 것이라고 말하며 아이들에게 엎드려 절을 한 뒤 참선에 들어간 자세로 입적하게 된다. 3명의 아이들은 돌아가신 스님이 반야심경을 설법해 주는 것을 들으면서 모든 것은 실체가 없으니 집착할 거도 없으며 무언가에 홀려 정신을 못 차리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곧 깨달음이라는 공의 진리를 미약하게나마 아빠인 딘 역시 제시가 환생한 승려로 확인된 과정, 노부의 인품과 죽음에 초연해하는 모습을 보며 큰 인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에반의 죽음에 빠져 있던 슬픔에서도 어느 정도 극복한다. 노부를 태우는 재는 제시, 라주. 지타 3명의 아이가 각자 나누어 바다에 뿌리며 끝이 난다.
딘이 에반의 죽음으로 차를 세우고 육교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생명은 한 번뿐이라서 소중한 건데 에반은 그렇지 못했다. 너무 쉽게 꺼져버리는 생명의 불은 그저 미약해 보인다. 과연 윤회사상처럼 내 삶은 돌고 돌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우리는 결국 무엇에 도달하기 위해 지금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아내고 있는 것일까? 내가 놓아서 죽으면 끝나버리는 허무한 한 사람일 뿐 인 게 아닌가? 그렇기에 사람들은 죽지 않고 불로불사 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인지 생각의 꼬리를 물고 문다. 누군가는 생명이라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때가 되어 존재가 사라지는데 동시에 누군가는 생명을 놓치기 싫어서 지금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한다. 참으로 웃긴 일이다.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경각심까지 안 가질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죽음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게 분명 있을 것이다.
노부가 어린아이에게 절을 하며 “세월이 흐르면 저를 찾아주십시오.”라고 말한다. 진심으로 부탁하는 노부의 태도는 인상적이었다. 다시 태어난 자신을 옳은 길로 인도해 주기를 바라는 그의 태도는 현재 노부 같은 사람이 몇 명이나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인연은 죽게 된다면 한 순간에 사라지게 되지만 다시 삶이 주어진다면 다시 새로운 인연이 맺어질 것이다. 지금 가장 소중한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만나게 될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된다는 말이 있으니 우리는 우리의 변화와 흐름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면 좋은 결과를 보지 않을까 좋은 결과를 보기 위해 계속해서 누군가를 위하는 삶을 실천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노부는 죽고 말았지만 결국엔 그가 바라는 대로 스승을 다시 만나 바른 길로 인도받을 것이다.
영화는 역시 종교 영화이기에 불교적 성향이 강하고 그에 따른 생각을 많이 하게 되지만 싯다르타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싯다르타는 누구보다 부유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생로병사의 사람들의 고통을 보고 그것에 큰 영향을 받아 그 누구보다 고통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리 잡고, 옳은 길로 이끄는 선구자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걸 포기하고 깨달음을 얻는 길을 가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 같은데 그 결정을 하고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을지 알고 싶다.
죽음에 대해서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주어진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인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에반과 노부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결단코 죽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본인 스스로가 놓아버린 죽음을 하는 사람은 윤회로 다시 태어났을 때 끝을 잘 마무리할 거라는 확신을 할 수가 없고 싯다르타가 바란 인도적 죽음이라고도 할 수 없다.
단순한 재미가 아닌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의도로 보는 영화라면 큰 의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서 진정한 싯다르타의 가르침은 무엇일지 돌아보게 된다. 처음에 보다가 취향에 맞지 않아 금방 지루해질 거라 믿었는데 어느새 몰입해서 보고 있었다. 흥미를 돋게 하는 주제는 아니지만 보게 된다면 후회는 없을 거 같다. 싯다르타의 삶이 알고 싶거나 불교의 깨달음, 삶에 대해 고찰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