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캐나다는 병원이 공짜라고?
갑작스러운 아이의 목 멍울
"엄마 나 목이 이상해!" 위기는 원래 예고없이 찾아오는 법이죠.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아이의 목에 갑자기 멍울이 생겼어요. 별일 없겠지 했지만, 밤새 나아지지 않아서 다음날 아침에 UPCC에 다녀왔습니다. 캐나다에는 Urgent Clinic이라는 곳이 있는데, 쉽게 말하면 경증 환자들이 가는 응급실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보통 아침 8시에서 10시까지 문을 열고, 엑스레이 정도는 그날 바로 해준다고 합니다.
둘째를 학교에 드롭한 후 급히 달려가서 9시에 도착했는데, 대기 인원이 많았어요^^;; 대기 시간은 20분으로 나왔지만... 45분 정도 기다려서 간호사 예진을 받고, 대기 시간이 1시간 반 정도 더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Virtual Waiting을 신청하고 근처에서 그로서리 쇼핑도 하고, 버블티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병원에 다시 돌아가니 또 대기… 드디어 진료실에 들어갔나 했는데, 또 대기... 아마 15분 정도는 진료실에서도 기다린 것 같아요.
대기가 길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UPCC에 온 이유는 포터블 초음파도 볼 수 있고, 항생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결국 반응성 임파선으로 진단을 받았고, 모니터링을 해보자고 하며 그냥 집으로 돌아왔어요. 의사가 말하길, 저희 아이의 경우 감염으로 인한 임파선염이나 침샘염 가능성도 있을 수 있으니, 발열이나 통증이 동반되면 항생제를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캐나다는 항생제를 안 준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국과 비슷하게 처방 가이드라인이 같은 것 같았어요. 다만 대기 시간은 정말 길었어요!
대기 3시간 반 후, 대상포진 진단
귀국 날짜가 다가오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어요. 1년 동안 잠잠했던 역류성 식도염 증상도 다시 나타났고, 의욕도 없고, 우울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40년을 살면서 이렇게 큰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었어요. 그러던 중, 주말에 허리와 옆구리가 너무 아픈 거예요. 미열도 있고, 주말 내내 허리를 부여잡고 애들 학원도 다니고, 플레이데이트도 하면서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돌봤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급히 Urgent Care에 갔어요. 대기 시간은 3시간 반…ㅠㅠ 간호사 예진은 금방 끝났지만, 제 혈압과 산소포화도를 재보고는 응급 상황이 아니라 판단되었는지 계속 뒤로 미뤄졌어요. 9시에 접수하고, 12시 반에야 드디어 의사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받은 진단명은 바로 대상포진! 허리가 아픈 이유가 바로 그 발진 때문이었어요. 사실 그동안 뒷모습은 잘 보지 않아서 발진을 몰랐거든요.
“대상포진이에요”
(깜짝 놀라며)“엥? 진짜? 나는 안 아프고 간지러운데요?” “지금은 아프지 않지만, 오늘 저녁쯤부터 아플 수 있으니 약을 처방해 드릴게요”
그때까지는 약을 먹을 생각이 없었죠. 그러나, 진짜 저녁이 되니 발진 부위가 너무 아파졌어요! 아마 주말부터 허리가 아팠던 것도 발진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급히 약국에 가서 약을 타왔고, 대상포진 약을 4불에 살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대상포진 약이 꽤 비쌌던 기억이 나는데, 여기서는 보험 덕분에 정말 저렴하게 약을 받았네요. MSP와 Private Insurance 덕분에 병원비는 훨씬 저렴했어요. 병원을 가는 게 어려울 거라고 많이들 걱정하시는데, 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병원 진료와 검사, 처방약 등 필수 의료는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고 체계적인 것 같아요.
대기 시간은 길지만, 그것도 그만큼 사회의 속도가 우리나라보다 여유롭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병원 가면 오전 반차를 써야하는데, 캐나다는 개인사나 가족 일에 대해서는 직장에서 매우 관대해요. 한국에서 한 번은 회사에서 아이 때문에 죄송하다며 조퇴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골드미스 동료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이래서 회사에서 여자를 비선호하는 거라며, 제대로 회사 다니려면 본인처럼 결혼하고 애 때문에 회사일에 지장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제 앞에서 한 거예요. 그 당시에는 당황한 나머지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못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했죠. 캐나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쨌든, 저는 세 시간 반의 기다림 끝에 대상포진 진단을 받고 약을 먹었습니다. 귀국 준비 때문에 힘들었는지, 아니면 귀국하기 싫어서 마음이 힘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후자 비중이 좀 더 클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
캐나다 의료 시스템
아이들과 함께 캐나다에서 1년을 살기로 결정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 바로 병원과 약이었어요. 그래서 약을 캐리어로 가득 싸서 왔죠. 그런데, 캐나다의 의료는 잘 알려진 대로 무료입니다.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들(학생, 직장인 등 단기거주자 포함)은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요. 다만, 약은 돈을 내야 해요.
약국에 가면 처방전 없이 OTC로 살 수 있는 약들이 많고, 아이들 감기약 등도 쉽게 구할 수 있었어요. 약효도 괜찮구요. 다만, 가격이 한국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 비쌉니다. 코스트코에서 대용량으로 사지 않으면 약국에서 감기약과 코스프레이 등을 사면 100불 넘게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첫째가 한국에서 마이오가드를 쓰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여기 올 때 6개월 치 처방을 받아서 가져왔는데, 오늘 안과에서 상담을 받으니 여기서 처방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마이오스마트렌즈라는 근시 억제 렌즈도 추천받았고, 가격도 한국보다 10만 원 정도 저렴했어요.
결론은, 캐나다 오기 전에 병원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요. 중이염, 방광염 등 작은 질병은 물론이고, 치과와 안과까지 전반적인 검진도 여기서 충분히 받을 수 있어요. 또, 항생제 처방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필요하면 바로 처방받을 수 있으니 약 걱정은 덜어도 괜찮습니다.(물론 대기는 깁니다ㅋ) 저처럼 약을 잔뜩 챙겨 오지 말고,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을 믿고 편히 오세요!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 이용 팁
1. Urgent Care와 Emergency Room의 구분: 경증 질환은 Urgent Care에서 치료받을 수 있어요. 중증 질환은 Emergency Room에 가야 하므로 상황에 맞는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2. 대기 시간: 대기 시간은 길 수 있으니, Virtual Waiting System을 활용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요.
3. 처방약: 대부분의 필수적인 약은 처방을 통해 받을 수 있어요. 필요한 경우 의사와 상의하여 항생제 처방도 받을 수 있어요.
4. 보험 활용: MSP와 Private Insurance가 결합된 시스템을 활용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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