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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천적은 골드미스?

저출산 해결? 아직 멀었다!

by J mellow
2년 만의 복직.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가기 싫었다. 복직 한 달 전부터 괜히 구직 사이트를 서핑하며 이직을 꿈꾸는 척을 했다. 물론 이력서를 넣을 것도 아니면서.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내가 다시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그리고 드디어 첫 출근 날. 사무실에 들어서자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점심을 함께하며 지난 2년간의 변화를 하나씩 파악했다. 새로운 시스템, 바뀐 조직도, 승진한 사람들, 떠난 사람들… 하루 종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신없이 부서를 캐치 업하고 퇴근길에 나섰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반가운 얼굴들과 마주쳤다. 다른 부서지만 일적으로 자주 접했던 선배 골드미스들. 평소에도 세련되고 당당한 분위기를 풍기는 분들이라 나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어머, 오랜만이네~ 언제 복직했어?"

"오늘이 첫 출근이에요!"

"아, 그래? 휴직은 얼마나 했는데?"

"2년이요. 코로나 이후 추가된 육아휴직 덕분에요."


그 순간,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다정하던 표정이 사라지고, 얼굴에는 미묘한 불쾌함이 스쳤다.
"2년이나 쉬었다고? 회사가 진짜 좋아졌네. 그렇게 오래 쉬게 해 주고…"
말끝에 묘한 가시가 느껴졌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이해 못 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몇 년 전, 다른 골드미스 선배가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불만을 터트린 적이 있었다. "애 엄마들은 원래도 애 핑계로 일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육아휴직까지 추가로 챙겨준다? 차라리 그 예산을 싱글 직원들 복지에 써야 형평성에 맞는 거 아니야?"


그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 경악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골드미스 선배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비단 골드미스뿐만이 아니었다. 출근 후 조직도를 보니, 내 연차의 남자 직원들은 대부분 승진을 해서 나보다 높은 직급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워킹맘들은? 단 한 명도 승진하지 못했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육아 부담이 적은 남자 직원들이 더 오래, 더 많이 일하니 자연스럽게 보상이 따른다는 논리.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저출산이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출산과 육아 지원 제도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기업들도 이에 맞춰 워킹맘들을 위한 복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현실은 여전히 삭막하다.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지만, 이를 사용하는 순간 '팀에 피해를 주는 사람'이란 눈초리를 감수해야 한다. 복직 후에도 경력 단절을 겪고, 승진에서 누락되는 건 다반사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온전히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보다 훨씬 더 분산될 수밖에 없다. 골드미스처럼 본인만을 위해 100% 에너지를 쏟을 수도 없고, 워킹대디처럼 상대적으로 육아 부담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직 내 경쟁에서 밀려나고, 차츰 인정받기 어려운 위치로 내몰리는 것이다.


나는 10년 전 출산했을 때보다 지금의 환경이 조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도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아무런 눈치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가 바뀌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육아휴직이란 제도는 그저 '승진 포기 각서'와 다를 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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