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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한복판에서 차를 버리다

아들의 거짓말

by J mellow


운전 중이었다. 갑자기 도로 한복판에서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내려버렸다. 뒷좌석에는 아이 둘이 앉아 있었고, 남편은 조수석에서 놀란 목소리로 위험하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 순간 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내가 왜 이러는 걸까? 정말 내가 미친 걸까?


요즘 아들만 보면 화가 치민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쩌다 내가 저런 아이를 낳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곧바로 죄책감에 휩싸여 마음이 무거워진다.


사실, 우리 아이는 참 착하다. 여느 아들처럼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아니다. 가끔 "엄마~" 하며 애교도 부리고, 식사 중에는 즐겁게 재잘거리기도 한다. 그냥 평범한 아이일 뿐이다.


그런데도 아들을 보면 왜 이렇게 화가 날까. 오늘은 아들의 거짓말에 터져버렸다. 캐나다에 있을 때는 거짓말할 일이 없었다. 몰래 무언가를 해야 할 필요가 없는 환경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귀국하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숙제가 늘고, 공부는 점점 어려워졌다. 그러면서 아들의 거짓말도 시작됐다.


처음에는 숙제인 줄 몰라서 안 했다는 아이의 말을 믿었다.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한 번쯤은 그럴 수 있지 하고 잔소리도 적당히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기는커녕 거짓말이 점점 더 늘어갔다. "숙제인지 몰랐어." "선생님이 말씀 안 해주셨어." 핑계들이 하나둘씩 쌓여갔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수학 숙제는 숙제인 줄 몰라서 못했고, 영어 숙제는 선생님이 얘기 안 해주셔서 몰랐다며 변명했다. 물론 아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는 것은 안다. 그런데도 주변을 보면, 치열하게 달리는 다른 아이들이 보이고, 나도 모르게 불안해진다.


사실 이런 불안 때문에 귀국이 두려웠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정작 아이에게 하는 말들은 마음과 다르게 나가버린다. "거짓말은 나쁘다"라고 말하면서도, 이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이 나라의 교육 현실이 더 나쁘다는 생각이 든다.


공교육은 무너지고, 사교육은 점점 더 고소득 가정의 특권이 되어간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 이 나라에서 내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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